국내여행/임진강일기

정말이지, 꼭 노다지를 캔 기분입니다!

찰라777 2012. 9. 22. 07:43

 

"여보, 고구마를 좀 캐 봐요. 밑이 제대로 들었는지 살펴보기도 하고요."

"아직 너무 이를 텐데요. 고구마 순이 파란 것을 보면 10월에나 캐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샘플로 몇 개 캐보지요. 이파리만 너무 무성하여 알갱이가 제대로 들기나 했는지 걱정이 되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나는 호미를 들고 고구마 밭으로 가서 땅을 헤집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호미로 땅을 조심스럽게 후비던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호미 끝에 기둥뿌리처럼 생긴 고구마가 잡히질 않겠습니까? 호미를 놓고 손으로 땅을 파보니 놀랍게도 럭비공 크기만 한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나는 집 안에 있는 아내를 향하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 이리 좀 와 봐요!"

"왜요? 지금 바쁜데요."

"글쎄 잠간만 와보라니까."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아내를 향하여 나는 고구마를 두 손으로 들고 흔들어 보였습니다. 정말이지 이건 노다지를 캐낸 기분이었습니다.

 

"와아, 세상에나! 고구마가 그렇게나 커요?"

"그러게, 꼭 노다지를 캔 기분이야! 마치 노적봉처럼 생기지 않았소?"

"인수봉처럼 생기기도 했네요. 호호."

 

 

 

 

내 평생 이렇게 큰 고구마를 만져보기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키운 고구마를 …….

호박고구마를 캐내는 순간, 그것은 마치 부탄 탁상사원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암벽과고 같았으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있는 팡데아 수카루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금년처럼 극심한 가뭄을 견뎌내고 이처럼 튼실한 결실을 맺어준 고구마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하늘과 땅, 그리고 임진강에 흐르는 물을 우러러보며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고구마 꽃이 피면 행운이 온다고 했는데, 이거야 말로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래밭을 일구어 텃밭에 심었던 고구마 밭에서 가뭄이 극심하던 지난 7월에는 100년 만에 한 번 핀다는 고구마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기도 했습니다.

 

 

 

처음보는 고구마 꽃이 그저 신비스럽게만 보였습니다. 더구나 왼쪽 발뒤꿈치에 골절상을 입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던 아내는 고구마 꽃을 바라보며 얼마나 감격스러워했는지 모릅니다. 귀한 고구마 꽃은 아내에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아내는 내가 캐낸 고구마를 한광주리 안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다리 골절상이 회복되었습니다. 목이 타는 가뭄 속에서 그렇게도 덥고 지루한 여름을 이겨낸 고구마와 아내가 그저 고맙고 대견하기만 합니다.

 

 

 

 

오늘 아침(9월 22일) 호박고구마를 아침 식탁에 올려놓고, 아내와 나는 저절로 우러나오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정말이지, 이 고구마는 하늘과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고귀한 선물입니다.

 

"여보, 고구마 맛이 짱이야! 저 큰 고구마 하나면 하루 끼니를 해결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에요. 모두가 당신이 열심히 물을 준 덕분이에요."

 

 

 

 

찜통에 넣고 삶은 고구마는 짙은 노란 색을 띠며 더욱 식욕을 돋워주는 것 같습니다. 당도가 높고 수분도 풍부한 호박고구마는 호박처럼 달콤하고 밤처럼 고수한 맛을 풍겨주고 있습니다. 꼭 호박과 밤을 섞어 놓은 듯한 맛이 납니다.

 

식탁에 오른 고구마를 바라보며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면, 반드시 결실을 맺어준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