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발리에서 마지막으로 지내는 날이다. 우리의 가이드 겸 운전수 꼬망이 아침 8시에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는 짐을 싸서 꼬망의 차에 실었다. 오전에는 사누르 비치를 거닐고 덴파사르로 가서 박물관을 돌아 본 뒤 <러빙 헛>으로 가서 채식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처제가 그토록 채식을 하고 싶어 해서 꼬망 한테 부탁을 했더니 친절하게도 러빙헛을 수소문 해 놓았다.
우리는 오전 9시쯤 사누르 비치에 도착했다. 어부의 동상이 우리를 정겹게 맞이해 주었다. 산호초에 둘러 싸인 사누르 비치는 흰 모래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꾸따비치에 비해 매우 조용하다. 해변에는 책을 읽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아침의 한적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래된 레스토랑에는 늙은 나무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그 나무 그늘아래서 편하게 쉬거나 책을 읽고 있다. 정말 읽을 만한 책을 배낭에 가득 채워와 푹 쉬면서 독서를 하기에 좋은 곳이다. 여행이란 이렇게 서두루지 않는 휴식이 필요하다.
"다음에 이곳에 와서 한 달쯤 읽고 싶은 책이 실컷 읽었으면 좋겠네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충분히 가능해요."
"저는 너무 지루 할 것 같은 데요."
여행자들이 마음은 제각기 다르다. 그러니 각자 취향에 따라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발리에 다시 온다면 정말 이 나무 그늘 아래서 신선힌 공기를 마시며 읽고 싶은 책을 마음 껏 읽었으면 좋겠다. 한적한 해변을 1시간 정도 산책을 하다가 우리는 덴파사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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