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이북지역에서도 이모작이 가능할까?
38선 이북지역에서도 과연 이모작이 가능할까? 통상 충청북도 이북지역에서는 이모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이모작이 점점 북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물 자연농장의 홍려석 씨는 우리나라 최북단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 산간지역에 위치한 논에서 집요하게 이모작을 시험하고 있다. 그는 1700여 평의 계단식 논에 2년 전부터 보리와 벼의 이모작을 시도하고 있다.
벼를 심기 전에는 호밀과 콩 이모작을 시도해 왔었다. 그러나 고라니 피해로 콩을 더 이상 심을 수 없게 되자, 2년 전부터 호밀 혹은 보리와 벼의 이모작을 시험하고 있다. 기자는 38선 이북에서 줄기차게 이모작을 시도하고 있는 해땅물 자연농장 홍려석 씨를 몇 차례 찾아 면담을 했다.
관행농법에서는 이미 모내기를 시작하고 있는 무렵인 지난 5월 11일에야 마른 논바닥에 그는 싹도 틔우지 않은 볍씨를 파종했다. 관행농법에서는 볍씨를 2~3일간 물에 담가 싹을 틔운 다음 비닐하우스에 파종을 하여 부직포로 덮어서 모내기할 벼의 모종 25~30일간 키운다.
그런데 홍려석 씨는 싹을 틔우지 않는 볍씨를 비닐하우스가 아닌 논바닥 모판에 그대로 직파를 한다. 볍씨 파종 순서는 먼저 마른 논바닥에 흙을 수평으로 골라 모판을 만들고, 그곳에 부직포를 깐다. 그 위에 상토를 약 4cm 높이로 골고루 깔고, 물을 충분히 준 다음 볍씨를 뿌린다. 관행농법에서는 모판 가득 볍씨가 넘칠 정도로 많이 뿌리는데, 이곳에서는 볍씨 간격이 1cm 내외가 되도록 드물게 뿌린다.
육모상자에 구멍을 뚫어 볍씨를 정성스럽게 골고루 뿌린다. 그 모습이 마치 사금을 고르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사금보다 더 귀중한 작업이 아닐까? 볍씨가 상토 위에 골고루 뿌려지면 다시 상토를 5~7mm 덥고 물을 충분히 뿌려준다.
마지막에 다시 하얀 부직포를 덮어주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돌로 눌러 준다. 하얀 부직포로 볍씨를 덮는 모습이 마치 면사포를 정성스럽게 씌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농부에게 볍씨를 파종하는 작업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일본 자연농사의 창시자인 가와구치 요시카즈 씨는 그냥 논바닥에 못자리에 만들어 볍씨를 뿌리지요. 제가 상토를 까는 이유는 아직 논흙의 영양분이 볏모를 키우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곧 상토 없이 못자리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관행 농법에 비하여 벼를 드물게 뿌리는 것은 벼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곳 연천은 일본의 자연환경과 달라 기후가 더 춥기 때문에 상토를 깔고 부직포로 덮어주고 있습니다.
이 볍씨는 싹을 틔우지 않는 것입니다. 싹을 틔우기 위해 볍씨를 물에 넣으면 볍씨가 숨을 쉬기 위해 급하게 싹을 내밀게 됩니다. 자연의 모든 식물은 씨앗에서 뿌리를 먼저 내어 흙에 박은 다음 잎을 내며 성장합니다. 식물은 순이나 뿌리 중 먼저 나온 곳에 영양이 집중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잎을 먼저 내면 뿌리가 부실해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홍려석 선생님은 볍씨의 씩을 틔우지 않고, 못자리에 바로 뿌려야 자연에 가깝게 더 건강한 벼가 자라난다고 한다. 벼는 흙속, 물속, 공기 속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모래, 돌 사이, 바위사이, 나무사이, 말라죽은 남와 풀 사이에서도 자란다는 것이다.
"다른 농부들은 벌써 모내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야 파종을 하면 6월 20일이나 지나서 모내기를 하게 되는데 너무 늦지 않은가요?"
"아열대성인 벼는 더 일직 파종을 해도 날씨가 추워서 뿌리가 잘 내리지 않고 벼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지금 파종을 해서 모판에 약 45일간 모를 키운 다음 6월 25일 경에 모내기를 할 예정입니다.
통상 제가 심고 있는 <고시히까리> 품종의 연천지역 마지막 모내기 날자는 6월 21까지로 보고 있으므로 최종 모내기 일자보다 4~5일 더 늦어지는 셈이지요. 그런데 '고시히까리'는 맛이 가장 좋고, 조생에 가까운 볍씨로 산간지역에 적합하고 성장이 빠른 편입니다. 지난 2년간 재배를 해보니, 10월 중순 수확까지 기간적으로 문제가 없고, 알곡도 충실히 익었습니다."
"이 자연농사는 관행농법에 비해 어떤 점이 좋다고 할 수 있지요?"
"첫째 이렇게 늦은 모내기는 이모작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밀 재배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보리와 벼의 이모작을 시험해보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논에 보리를 뿌려서 키워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6월 중순에 보리를 수확한 다음 모내기를 할 예정입니다. 통상 충청이북지역에서는 이모작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기간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토양의 비옥도, 건습의 문제로 다소 변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험 중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6월 하순에 모내기를 하면 그때까지는 밭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 등 잡초가 생기기 어려워, 별다른 제초가 필요 없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논에서 자라는 성장기간이 짧아 병충해 방지 등 어린 모가 논에서 자라나는 동안 여러 가지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관리상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관행농법과 자연농사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광행농법 |
자연농사 |
비교 |
물못자리 빽빽한 파종 25~30일 육묘 이양기 모내기 콤바인 수확
논으로만 사용 상온보관 |
마른못자리 드문 파종 45일 육묘 손 모내기 손으로 베어 거꾸로 말림 탈곡기 털기 수륙양용 논밭 저온보관 |
뿌리 튼튼 튼튼한 육묘/장기육묘 초기신수관리 용이/분열촉진 5포기 이내 적은 모내기 벼 알 충격 감소/자연건조/마지막 영양분 흡수 물관리 용이 익년 추수 때까지 고품질 유지 |
논에는 보리와 수많은 잡초들이 함께 공존을 하고 있다. 별꽃도 피어 있고, 봄맞이꽃과 민들레도 피어 있다. 고랑에는 우렁이가 기어 다니고 미꾸라지가 꼬리를 친다. 과연 이런 곳에서 벼가 자라날까? 논에는 벼만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과연 옳은 것일까?
못자리에 볍씨를 파종한 지 보름이 되었는데 벼들의 싹이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논에 시험적으로 시도한 뭉텅이 직파를 한 모도 제법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일부는 쥐들이 볍씨를 까먹기도 했다. 고라니의 발자국도 보이고 새들의 발자국도 보인다. 그런 가운데 벼는 힘차게 자라나고 있다.
"2011년도 처음으로 벼농사를 지어서 쌀 한가마를 생산했습니다.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1700여 평이나 되니까 20가마는 넘게 나왔겠지요. 그런데 2012년도에는 쌀 5가마를 생산했습니다. 초년도보다 무려 다섯 배나 늘어난 셈이지요. 그러니 금년에는 좀 더 많이 생산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땅을 갈지 않고, 퇴비, 비료와 농약도 일체 쓰지 않고, 풀도 뽑지 않고(베어주기만 함), 벌레도 잡지 않고 그냥 자연 상태에서 다섯 배나 더 많이 생산을 했으니, 자연히 좀 더 허락을 해주어 앞으로 좀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그가 정성을 들인 만큼 38선 이북에서도 이모작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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