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맑음
귀농교육 1년 후
오늘 오후에는 연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교육을 받고 있는 연수생들이 견학을 온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 귀농교육을 받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다니 세월 참 빠르다. 귀농교육을 받은 후 1년 동안 내 생활은 정말 많이 변화 되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데 거의 시간을 보냈던 나는 이제 모든 시간을 거의 농사를 짓는데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텃밭도 늘어났고, <해땅물자연농장>에서 자연농사를 배우면서 사고방식과 농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과 교감을 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나는 매일 새벽 일어나면 텃밭에 나가 하능를 보고 땅을 보고, 텃밭에 자라나는 농작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농작물들과 풀들과 그리고 새들, 모든 만물들과 대화를 한다. 그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그들을 대하는 마음이 훨씬 겸허해지고, 농작물 하나하나에 훨씬 정성이 더 들어간다.
농사는 정성이 들어간 만큼 반드시 응답을 한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번에 수확을 한 감자와 마늘이 제법 풍성하다. 작년에는 감자를 한 양동이 정도밖에 캐지 못했고, 감자의 씨알도 매우 작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5kg의 <남작> 감자 씨를 심어서 거의 100kg 정도의 수확을 했다. 나로서는 경이로운 농사다. 씨알도 훨씬 굵고 싱싱하다.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다. 감자의 자연령이 응답을 해주신 것일까? 나는 감자를 캐내며 큰 부자나 된 것처럼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았다.
마늘도 심은 씨알의 5배 정도를 수확했다.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잘 자라준 마늘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마늘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심었다. 이곳 연천은 영하 25도 이하까지 떨어져서 마늘을 키우는 적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해땅물자연농장>은 아직 감자와 마늘을 수확하지 않고 있다. <해땅물자연농장>의 감자와 마늘은 어느 정도 수확을 거둘까? 나는 텃밭에 퇴비를 주었지만 이곳은 퇴비는 물론 풀도 뽑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연천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교육을 받던 추억이 떠 오른다. 귀농교육은 확실히 나로하여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하여 주었다. 더욱 그 때 알게 되었던 <해땅물자연농장> 홍선생님 농장에서 이렇게 실습을 받게 되다니, 인연의 고리는 참으로 알 수 없다. 이번 실습은 내 인생에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과 자연의 풀 하나하나, 작물 하나하나, 그리고 자연농사를 짓는 홍 선생님의 마음 하나하나를 이렇게 여실하게 보고, 느기고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내 인생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 무더운 여름 날 함께 교육을 받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늘 이곳을 방문하는 귀농교육생드른 어떤 생각을 하며 이곳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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