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고라니들의 파티 장이 되어버린 고구마 밭

찰라777 2013. 7. 13. 03:55

고구마 밭은 고라니들의 식사장소?

 

 

"여보, 고라니들이 고구마 잎을 다 뜯어 먹었어요!"

"저런, 아주 고라니들의 파티장소가 되어버렸군."

 

 

 

 

장맛비를 해치고 상추를 뜯던 아내가 소리를 질러 나가 보니 고라니들이 고구마 잎을 상당부분 똑똑 잘라먹어 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 연천군 금굴산 자락에 의치하고 있는 우리 집에는 고라니들이 드나들지 않았었다.

 

"고구마 키워서 고라니에게 진상하는 꼴이 디어 버렸네."

"무슨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않겠어요?"

"특단의 대책? 텃밭 전체에 망사를 둘러치는 방법밖에 없겠는데. 토기인형도 약효가 없으니 말이요."

 

 

그런데 금년 봄부터 고라니들이 나타나 상추를 잘라먹기 시작하더니 이제 급기야 고구마 밭으로 진출하여 고구마 잎을 무자비하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고라니들이 상추를 잘라 먹어버린 덕분에 우리는 금년에 상추를 별로 뜯어먹지 못하게 되었다.

 

 

▲금년 봄 고라니에게 듣어 먹힌 상추

 

 

고라니 출현 장소를 조사해 보니 우측 뒤꼍에 산으로 연결된 부분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지난 7월 1일 그곳에 망사를 치고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았다. 다행히 그 방향에서는 고라니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아 안심을 했었다.

 

 

▲지난 7월 1일 뒤꼍으로 통하는 고라니 통로를 막았지만...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우측 이장님 콩밭으로 통하는 보리수나무 밑으로 뚫린 구멍으로 드나드는 것 같았다. 그 쪽에 고라니 발자국으로 보이는 자국이 찍혀 있었다. 또한 고구마 밭 중 그 방향에 가까운 이랑에 있는 고구마 잎을 작살을 내놓고 있었다.

 

보리수나무 아래 통로를 나무를 잘라 막아놓고, 토끼 석고상을 놓아두기는 했지만 이미 고라니는 그게 움직이지 않는 석고라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주변에 넓은 콩밭이 많기도 한데 왜 하필 고구마 순을 잘라 먹을까?

 

▲다소 엉성하지만 보리수나무 아래 고라니 통로를 막아두었다.

 

"쥔장님만 맛있는 고구마 순을 먹을 게 아니라 나도 맛있는 무공해 고구마를 좀 먹어야지요."

"허허, 그렇기는 하구나. 허지만 너무 많이 먹어버리면 고구마 밑이 들지 않거든."

"그래도 미안하지만 그 맛있는 고구마를 포기 할 수 없어요."

"그럼 나도 할 수 없지. 망사를 더 견고하게 칠 수밖에."

 

 

이렇게 나와 고라니는 고구마 순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나는 장맛비를 맞으며 고라니가 나타나는 방향으로 망사를 추가로 둘러쳤다. 녀석을 생각보다 영리하다. 약하게 친 망사는 머리로 수차례 들이받아 무너뜨리기도 한다고 한다. 다행이 아직 당근 있는 곳까지는 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도 시간문제일 것 같다.

 

 

▲망사를 치긴 했지만 잘 견뎌낼까?

 

 

만약에 오늘 둘러친 망사까지 방어망이 뚫리면 텃밭 전체를 망사로 둘러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철물점에 가서 망사와 쇠말뚝을 더 사와야 한다.

 

 

"아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어요."

"그래도 정성들여 키운 고구마와 당근, 땅콩을 고라니에게 몽땅 바칠 수는 없질 않소?"

 

 

내일 아침에 살펴보아서 만약에 방어망이 뚫리면 돈이 들더라도 자재를 사와 공사를 해야 한다. 고라니들은 밤에만 살그머니 나타나기 때문에 잡을 수도 없다. 사냥개를 하나 키우면 좋겠지만 집에 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내가 질색이다.

 

 

 고라니 발자국

 

 

 

"고라니야 그만큼 먹었으면 이제 좀 참아주오."

"ㅋㅋㅋ 쥔장님, 생각을 좀 해 보아야겠는데요."

"이렇게 하면 난 고구마를 한 알도 건져내지 못하거든."

"우리는 맛있는 식사를 놓치거든요."

"저기 콩밭도 있잖나?"

"콩보다는 고구마가 더 밋있어요."

"에그~ 좀 봐주게나."

과연 방어망 뚫릴 것인가? 방어를 할 것인가? 내일 아침 고구마 밭이 매우 궁금하다.

 

 

 

 

과연 방어망 뚫릴 것인가? 방어를 할 것인가? 내일 아침 고구마 밭이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