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콩밭에 서서
지난 6월 15일 사과 밭에 콩을 심은 지 한 달 반 만에 콩 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망초를 베어내고 풀밭에 심은 콩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이렇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콩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잔털이 달린 줄기를 다라 연보라색 꽃잎에 하얀 꽃술이 귀엽게 달려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신비하다. 나는 거의 넋을 잃고 콩꽃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밭을 갈지도 않고, 풀을 뽑지도 않으며, 비료와 퇴비도 일체 주지 않고, 어떠한 농약도 치지 않는 콩이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나서 꽃이 피어나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홍 선생님이 먼저 예초기로 콩 줄 사이를 정교하게 풀을 베어놓으면 나는 콩과 콩 사이에 자란 풀을 낫으로 베어냈다. 특히 메꽃, 나팔꽃, 국수나무줄기 등 덩굴식물은 뽑아주어야 한다. 덩굴식물은 콩을 휘어 감으며 매우 힘들게 한다.
콩밭에는 무당벌레, 나비, 개구리, 뱀 등 각종 파충류와 곤충들이 함께 서식을 하고 있다. 잡초와 곤충과 벌레와 함께 자라나는 콩이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먹이사슬에 의해 천적을 잡아먹기 때문에 벌레가 별로 없다.
“엇, 이건 7점 무당벌레 아닌가!”
7점 무당벌레는 육안으로 처음 본다.
“우와! 이 녀석들 좀 봐. 너희 들 뭐하니?”
무당벌레가 사랑을 하고 있다. 암놈과 수놈이 완전히 다르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익충이다.
이 밭은 2009년부터 사과나무 120주를 심어 재배를 하고 있다. 거름도 일체 주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잡초와 함께 사과를 키우고 있는데, 아직 사과는 열리지 않고 있다. 사과나무에 붉은 추나 돌을 매달아 놓고 있는데, 이는 사과나무가 옆으로 튼튼하게 퍼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추의 무게는 약 40~80g 정도 된다. 기적의 사과나무와 버금가는 사과나무다.
신비한 콩밭이다.
자연적으로 먹이사슬이 형성되고, 천적간에 서로 먹고 먹히는 생태계는 자연의 위대한 섭리다. 자연의 섭리는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서로 양보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먹이사슬을 형성한다.
생태계는 주린 배를 채우고 나면 결코 먹이를 저장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창고에 가득 먹이를 저장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는 신비한 콩밭에 서서 오랜만에 비가 갠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