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부탄·다즐링·시킴

시킴여행①-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간 험하고 먼 길

찰라777 2013. 9. 25. 05:08

파드마삼바바의 흔적을 찾아 간 시킴왕국

-멀고도 험한 갱톡으로 가는 길

  

▲다르질링에서 시킴으로 가는 길. 언덕이 허물어져 내려 길을 낼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길이 좁고 험하여 대부분 지프를 렌트하여 간다. 지프는 대부분 7인승이다. 지붕에 짐을 싣고 앞좌석에 2인, 뒷좌석에 3인, 트렁크에 2인이 탄다.

 

 

4월 30일, 아침 8시. 이제 정들었던 다르질링도 떠나야 할 날이다. ‘벼락 치는 곳’이란 뜻을 가진 다르질링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다르질링에 머무는 동안 실제로 매일 소나기가 내리며 천둥벼락이 쳐댔다.

 

끝없는 푸른 차밭, 추억의 토이트레인,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 칸첸중가가 바라보이는 타이거 힐, 따끈한 짜이 맛… 그 중에서도 <티벳사자의 서> 번역 원본 <바르도 퇴돌>이란 파드마삼바바의 경전을 보관하고 있는 부띠아 버스터 곰파를 방문하여 경전의 원본을 친견하는 인연을 맺은 것은 내 일생에 큰 축복 중의 하나이다.

 

▲정들었던 다르질링 초우라스타 광장

 

그동안 묵었던 벨리브 호텔을 빠져나와 초우라스타 광장에서 버스정류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제 밤에도 밤새 배탈 설사가 멈추지 않아 화장실을 드나들어야했다. 아침식사도 거르고 따듯한 물만 한 모금 마시고 무거운 배낭을 메니 현기증이 난다. 수행자게에 어찌 시련이 없으련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갱톡으로 가는 지프를 탔다. 지프 한 대에 기사 포함 여섯 명이 탔다. 앞자리에 무한도전님이 타고 뒷좌석에 나와 아내, 바다님이 탔다. 그리고 트렁크 자리에는 청정남님이 탔다. 짐은 지붕위에 실었다. 여행자 팀은 과히 환상적으로 팀워크가 잘 맞았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도움을 주고…

 

여행을 하는 동안 트렁크 자리는 교대로 탔는데, 주로 바다님과 청정남님이 탔다. 사실은 나이로 따지면 바다님이 제일 많고, 청정남님이 가장 젊다. 그런데 바다님은 뒷자리가 좋다고 하며 우리 부부와 무한도전님에게 앞자리를 양보하곤 했다. 오랜 배낭여행으로 몸과 마음이 단련된 여행 고수다운 마음 씀씀이다.

 

트렁크 자리는 뒷좌석이라 가장 많이 출렁거려 험한 길을 달릴 때 퉁퉁 튀어 올라 머리를 천장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여 아내가 다리를 뻗고 싶을 때에는 뒷좌석에 앉기도 했다.

 

▲다르질링 버스 정류소에 걸어 놓은 시킴 갱톡으로 가는 지도. 빨간 노선이 갱톡으로 가는 길이다. 띠스타 강을 따라 가는 길은 좁고 험한 계곡으로 매우 위험하다.

 

버스정류장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니 다르질링을 출발한 지프는 띠스타 강을 따라 가다가 랭포Rangpo에서 시킴 국경을 넘어 갱톡으로 가게 되어 있다. 약 200km의 거리인데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란다. 그러나 인도의 길은 시간을 예축할 수 없다. 5시간이 하루가 될 수도 있고 길이 막히면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인도여행의 고통이고, 추억거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르질링의 좁은 길을 빠져나와 산정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갔다. 운전사 시링은 아예 어깨가 다 드러나 보이는 러닝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도토리처럼 긴 얼굴에 짙은 눈썹이 퍽 인상적이다. 아마 몽골계통의 네팔리처럼 보이는데 어찌 보면 한국인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지프가 출렁거리자 아랫배에 통증이 심하게 왔다. 그러더니 곧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나는 너무 용무가 급하니 운전사에게 차를 좀 세워달라고 했더니 세울 수 없단다.

 

“베리 어전트! 스톱 플리스(매우 급해요. 제발 좀 세워줘요).”

“원 모우먼트(잠시만 기다려 줘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운전사는 다시 울퉁불퉁한 길을 한참이나 달려갔다. 나는 배를 움켜쥐고 자연현상을 참느라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여긴 인도인데… 다른 인도인가. 화장실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곳이 인도이지 않아. 제발 세워줘.”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동차를 세워주기를 기다렸다.

 

사실 인도를 여행하면서는 아무데서나 노상방뇨를 하곤 했다. 길을 가다가 버스를 세워 놓고 버스 한 쪽은 남성, 반대쪽은 여성이 자연에 노상방뇨를 하며 일을 보곤 했다. 그런데 이곳 북부 인도는 습관이 다른 모양이다. 한참을 가다가 시링은 어느 시골의 길가에 있는 화장실에 차를 세웠다.

 

" 저 아래로 내려가면 화장실이 있어요."

"고마워요, 시링."

 

‘이거야 정말, 사람 잡네.’ 천장도 없는 화장실이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을 보려고 했지만 배만 아프지 나오는 것이 없었다. 방귀만 몇 차례 뀌고 거품만 조금 나왔다. 뭔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일을 보고 나니 아픈 배가 잠잠해 졌다. 일행들에게 미안했다.

 

▲띠스타 강을 따라가는 좁고 험한 길

 

우리는 다시 지프를 타고 한 없이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룽포가 바람에 휘날리고, 강이 나왔다. 띠스타 강Tistar river이다. 400km에 이르는 띠스타 강은 브라마푸트 강의 지류로 시킴 주 춘탕 부근의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하여 다르질링 히말라야의 깊은 골짜기를 깎아지르며 흐르다가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벵골 주 평야로 흘러간다.

 

강을 보자 다소 마음이 평안해 졌다. 강을 따라 가는 길은 좁고 험했다. ‘티벳 사자의 서’를 번역한 영국의 에비스 웬츠 교수도 그의 스승을 찾아 이 길을 갔을까? 100여 전의 길은 이보다 훨씬 좁고 험했을 텐데…

 

구도의 길은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띠스타 강은 세월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내린다. 강비탈은 여기저기 무너진 자국이 많다. 우리가 가는 길도 안전하지는 않다. 언제 저 언덕이 무너져 내려 길이 막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너져 내린 계곡을 넘어 시킴왕국으로...

 

▲계곡의 언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띠스타라는 작은 마을을 출발하여 텅텅거리며 가던 지프는 어느 가파른 언덕에서 멈추고 말았다. 비탈이 무너져 내려 길이 막히고 만 것이다. 인도여행을 하다보면 워낙 흔하게 만나는 일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차량이 점점 많아지고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길이 뚫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하나 항의하거나 불평을 터트리는 사람도 없다. 언덕이 무너지면 길이 막힌다는 사실을 그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1시간여가 자나자 길이 뚫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하루가 아닌 게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프는 다시 무너진 흙더미를 조심스럽게 타고 넘어갔다. 거친 길을 달려 지프는 띠스타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너가자 허술한 검문소가 하나 나온다.

 

 

▲시킴 랭포 Rangpo 검문소. 시킴으로 가기위해서는 인도 령이지만 별도의 입국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토봍 15일짜리 비자를 내준다. 검문소에 입국신청서함께 여권을 주면 허가서를 발행해 준다.

 

“Welcome to Sikkim."이란 플래카드가 보였다. 드디어 시킴왕국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랭포 검문소에서 시킴으로 들어가는 15일짜리 통행비자를 받느라 1시간 넘게 지체를 해야 했다. 인도 령으로 되어 있지만 시킴 왕국으로 입국을 하기위해서는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랭포 검문소 입국사무실

▲통행증이 나오기를 가다리고 있는 지프. 약 1시간 정도 지나서 통행증을 발급받았다. 

 

드디어…시킴왕국에 입국을 했다!

아아, 구루린포체 파드마삼바바가 명상할 장소를 찾기 위해 화살을 쏘아 떨어진 자리에 세웠다는 따시딩곰파가 있는 곳, 시킴 왕국에 드디어 입성을 했다. 전설에 따르면 따시딩의 언덕 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욕숨에 머물고 있던 사닥 스님(따시딩 곰파 창건주)이 빛을 따라 와보니 향기가 풍기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파드마삼바바는 따시딩 곰파에 인도에서 가져온 신성한 물과 흙, 그리고 보물로 만든 라동추라는 물병을 만들어 이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파드마삼바바는 라동추라는 물병에 물을 넘치게 담아 홍수나 지진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이 지역에 있던 악귀를 다스렸다고 한다.

 

그 후 이 물병은 천신들에 의해 숨겨졌으나 따시딩 곰파를 세운 사닥 스님이 발견하여 이 사원에 보관하고, 매년 티벳력으로 1월 보름에 열리는 ‘붐추(물병이라는 뜻)’ 축제때 이 신성한 물병으로 길흉을 점친다고 한다.

 

하여간…… 우리는 원숭이들이 노니는 따스타 강을 따라 계곡을 오르내리며 시킴왕국의 수도 갱톡에 도착했다. 아,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던가? 그러나 여행은 힘든 만큼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르질링에서 갱톡으로 가는 좁고 험한 길이 눈에 선하다.

 

 

☞시킴 여행허가증

 

시킴으로 가려면 인도내에서도 여행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허지만 허가를 받고 연장을 하기도 쉽다. 허가증은 무료다. 나는 렁포Rangpo로 입국하며 허가증을 받았다. 그외 허가증 받는 장소는 다음과 같다.

 

갱톡Gangtok

럼텍Rumtek

포동Phodng 등

다르질링을 경유하여 가는 경우에는 다르질링 Sikkim Permit Office에서도 받을 수 있다. 이경우에는 외국인등록사무소에서 두 번째 도장을 받아야 한다. 허가증는 보통 신청일로부터 15일간 유효하다. 연장은 유효기간 2일 이내에 15일씩 2회 연장아 가능하다. 즉 45일간 머물수 있다. 대부분 갱톡 외국인등록사무소에서 연장한다. 시간 30~1시간 저옫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