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저 곧 터질 거예요!

찰라777 2015. 3. 18. 06:41

3월 17일, 화요일 흐리고 오락가락 비

 

 

▲곧 터져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산수유. 이곳 삼판선에도 봄이 오고 있다!

 

 

3월 17일, 화요일 흐리고 오락가락 비가 온다. 금년 겨울에는 왜 이리 서울에 갈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지난 주 토요일 날 잠깐 금가락지에 들렀다가 서울에 간지 일주일 만에야 돌아왔다. 농사짓는 사람이 이래서야 되나. 허구한 날 직무유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천 금가락지에 돌아오니 대문 앞에 퇴비가 쌓여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조합에서 배달을 해준 것이다.

 

 

"고맙소. 배달부 아저씨!"

 

아무도 없는 사이에 이렇게 친절하게 배달을 해주다니. 누구신지 모르지만 다음에 오시면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하리라. 금년에는 100포대의 퇴비를 배정 받았다. 노적봉(?)처럼 쌓여있는 퇴비를 보니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래 난 부자다!

 

 

▲올 1년 동안 농사에 쓸 퇴비 100포

 

 

"반갑다 퇴비야!"

 

이곳 금가락지에서 3년 동안 농사를 짓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퇴비다. <해땅물자연농장>처럼 햇빛, 물, 땅으로만 짓는 자연농사를 지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니 10년은 내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그 땐 팔자를 그려야 할 나이가 아닌가?

 

"선생님은 퇴비를 써야 해요."

 

해땅물자연농장의 홍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활! 퇴비는 쓰되 화학비료와 농약은 안 쓸 거다. 작년에 풀과 음식물로 만들어 놓은 자연퇴비를 쓰고 태양신이 쪼여주시는 햇볕, 구름신이 내려주시는 비, 바람의 신이 불어주는 시선한 공기, 거기에 내가 흘린 땀으로 농사를 지을 거다. 오, 자연은 내가 모시는 신이다.

 

집에 도착하자 말자 화분을 밖에 내놓고 물을 주었다. 지난주에 밖에 내어놓았다가 꽃샘추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자라목처럼 화들짝 놀라 움츠리며 다시 실내로 들려놓아야 했다.

 

 

 

 

▲블루베리도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저런, 벌써 블루베리가 꽃봉오리를 맺고 있네! 여기저기 움이 튼 나뭇가지에 하얀 블루베리 꽃이 맺혀있다. 아이고, 산수유와 매화도 곧 터질 듯 꽃망울이 잔뜩 맺혀있다.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면 금방 터져 나올 기세다.

 

"쥔장님 저 곧 터질 거예요!"

"그래, 너에게 기회가 왔을 때 마음껏 터져라!"

 

 

 

 

▲어김없이 피어나는 산수유

 

 

▲매화도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시금치도 일주일 사이에 부쩍 자라나 있다. 머지않아 밥상에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추운 겨울을 이겨 낸 너에게 갈채를 보낸다.

 

 

“저를 곧 먹게 해 드릴 겁니다."

"크크 알겠다. 강추위 이기고 독야청청 커 주어서 고맙다. 시금치야~~"

 

 

 

 

▲겨우내 언땅에서 자라난 로지 시금치. 독야청청 푸르러라!

나는 블루베리 나무 화분을 마른 솔잎으로 덮어주었다. 솔잎은 매년 덮어주는데 솔잎은 블루베리에게 멋진 거름이 된다. 블루베리는 여름엔 일주일이 멀다하고 물을 줘야 한다. 뒤꼍으로 돌아가 버섯에게도 물을 주었다.

 

 

 

 

▲블루베리나무에 솔잎을 덮어주었다.

 

 

"표고버섯 종균아, 겨울잠에서 그만 깨어나라!"

"아직은 좀 일러요, 쥔장님~"

"허허, 그래?"

 

표고버섯이 종균은 아직도 겨울잠에 취해 있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모든 만물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식물들은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꽃을 피울 때를 놓치지 않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시기에는 어기 없이 열매를 맺는다. 나는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식물들과 대화를 한다. 사람도 차도 볼 수 없는 최전방 오지인 이곳에서 식물들은 나의 유일한 친구들이다.

 

 

식물들은 미리 미리 준비를 하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식물들에게 배워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어떠한가? 수많은 기회가 와도 놓치고 만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들처럼 미리미리 준비도 하지 않고서 현재의 주어진 삶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나는 왜 이리 일이 되지 않을까? 나에게는 왜 행운이 없을까?

 

 

그러나 기회는 스스로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행운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운도 스스로 준비를 하는 사람에게만 온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스스로 복(준비)을 지은 사람에게만 기회와 행운은 온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은 말없이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는 식물들에게 배워야 한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임진강물도 스르르 녹아 남과 북을 흐르고 있다.

 

 

이곳 삼팔선 넘어 최전방에도 이제 완연히 봄이 오고 있다. 삼팔선의 봄! 겨우내 꽁꽁 얼었던 임진강 물도 모두 녹아서 남과 북을 유유히 흐르고 있건만 민족의 봄은 오질 않고 있다. 아아, 휴전선이 녹아서 허물어지고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민족의 봄은 언제나 올까? 우리는 통일에 대비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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