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강진으로 희생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의 쾌유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하루 속히 복구되기를 기원합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분별 심을 일으키는 알음알이, 즉 지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깨달음을 성취하기위해서는 지식이라는 배를 타고 바른 방향으로 항해를 하여야 한다. 선정에 들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다시 지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선정이란 무엇인가? 반야 지혜를 깨닫는 길이다. 반야지혜는 어디에서 얻어지는가? 육바라밀과 팔정도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 육바라밀의 첫째는 보시바라밀! 준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보시바라밀이다. 그것은 무주상보시, 즉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않고 그냥 주는 것이다.
오늘은 절에 가는 날이다. 향운사는 419묘지가 있는 북한산 자락에 걸쳐 있다. 절이라기보다는 작은 토굴이다. 두 비구니 스님이 가정집을 절로 개조를 하여 기도 정진하는 토굴이다. 아침 일찍 절로 가는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망원동에 살고 있는 법광화 보살님 한 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결혼식이 있어 절에 가지 못하니 공양음식을 좀 받아달라는 전갈이다.
법광화보살님은 작년부터 자비공덕회 법회에 점심공양을 보시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6개월 동안 미국의 딸집에 갔다 오느라 6개월 동안 점심공양을 하지 못했는데, 그 6개월을 채우기 위해 금년 1월부터 다시 점심공양을 해오고 있다. 향운사는 가난한 절이어서 공양간도 따로 없고, 공양주 보살님도 없다. 그래서 자비공덕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점심공양을 준비해 오고 있다.
나는 국민대 입구에서 9시에 법광화 보살님의 거사님을 만나기로 하고 아침 8시 남양주 집을 출발했다. 국민대 입구는 법광화 보살님이 바쁠 때마다 그녀의 거사님을 만나 공양음식을 받아온 장소다. 국민대에 도착하니 8시 40분, 차가 막히지 않아 약속시간보다 빠르게 온 것이다. 8시 50분이 되니 거사님이 왔다. 그에게서 정심공양 상자를 받았다. 따뜻하다. 아침에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라서. 정삼공양 상자를 공수해온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법광화 보살님 뿐 아니라 중화동에 살고 있는 윤화보살 집에서… 몇 번을 공수해 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골백번이라도 받아와야한다.
점심공양 상자를 공수(?)해서 향운사에 도착하니 9시 10분, 국민대에서 향운사는 멀지않다. 419지 묘지를 지나서 아카데미하우스 밑 산 밑에 위치한 작은 암자, 아니 토굴은 고요하다. 포대화상이 넉넉한 미소로 반겨준다. 갖가지 꽃들이 미소를 지으며 역시 반겨준다. 향운사는 꽃으로 장엄된 화엄세계처럼 보인다.
법당, 아니 대청마루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렸다. 절은 왜 하는가? 내 자신을 비우기 위해서 절을 한다. 속세에 찌든 탐진치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 절을 한다. 그것은 내 망므의 불성에 절을 하는 것이다. 절을 하고 나니 지상스님께서 대청으로 나오셨다. 스님께 합장배례를 한다.
“거사님, 일직도 오셨네요.”
“네 스님, 정심공양을 공수해 오느라고요.”
“점심공양을 요?”
“네 법광화 보살님이 오늘 결혼식이라 참석을 못한대요. 허허.”
“저런, 그렇군요.”
지산스님이 어쩐지 수축해 보인다. 요즈음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시는 명조 스님의 간병을 하느라 힘이 드신 모양이다. 명조스님께서 병원에 입원을 한지도 벌써 한 달 여가 다 되어 간다. 지난 달 법회 때 갑자기 심장이 멎어 졸도를 하여 응급실에 실려 가신 후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을 하셨다. 명조스님은 심장 가동이 1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심장을 이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고 계신다.
그래서 지상스님 홀로 절 살림, 간병, 법문, 기도를 다 하고 계신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다. 지상스님이 끓여주신 커피를 한잔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영산홍, 꽃잔디, 겹매화, 돌단풍, 목련, 철쭉…온갖 꽃으로 장엄된 작은 토굴은 화엄세계다! 봉오리진 꽃들이 법문을 한다. 1년에 단 한 번 피는 환희가 아닌가? 단 한 번의 환희를 위해 온 힘으로 피워주는 꽃들의 세계는 참으로 위대하다.
꽃들에게 합장을 하며 고마움을 전하고 있는데, 향운거사 부부가 도착했다. 두 부부는 언제나 보름달처럼 환한 미소를 짓는 분들이다. 지상스님은 향운거사님의 이름을 따서 향운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만큼 불심이 돈독한 부부이다.
“향운, 오랜만이요. 오늘 등을 달아야지요.”
“네, 달아야지요.”
“거사님들이 몇 분이나 나실까?”
“글쎄요. 기다려보아야지요.”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향운거사는 일을 하는 곳이 대구인데도 등을 달기 위해 서울로 온 것이다. 초파일마다 절에서 등을 다는 일은 가장 큰 일이다. 향운거사나 지주 대를 들고 와서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등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씨줄과 날줄로 달아야 한다.
“아이고, 일찍들 오셨네요!”
“오, 대정거사, 어서 와요.”
대웅전을 중심으로 기둥 중심을 잡고 있는데 대정거사가 합장을 하며 들어왔다. 대정거서! 그는 나이답지 않게 항상 순진무고하다. 늘 환희 심으로 가득 찬 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관광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참선을 하고 있다. 대정이 재킷을 벗고 함께 등을 다는 일에 동참을 했다.
곧이어 안선에 살고 있는 황거사님이 오셨고, 성천거사와 강남에 살고 있는 정명거사 부부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이들 오셨다. 황거사님은 등을 달 때마다 멀리서 오서 거들어 주었다.
성천거사는 현직 은행 지점장인데 지난해 포교사 자격증을 획득하여 교도소 등지에 법륜을 굴리며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정말 불심이 돈독한 분이다. 정녕을 하면 전국사찰을 순례하며 만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정명거사님은 자비공덕회 거사님들 중에서 맏형이다. 붓글씨에 조예가 깊은 그는 국전에 몇 번을 입선을 한 경지에 있다. 그가 쓴 반야심경을 저절로 불심이 생길정도다. 참선과 불심으로 붓을 잡는 그는 늘 정숙하다.
대웅전에 올라가 용머리를 틀고 중심 줄에서 좌우로 세줄 씩 연등을 밝힐 연줄을 설치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오색찬란한 연등을 달았다. 연등을 달다가 점심공양을 들 때가 되어 법당에 들어가 점심공양을 했다. 법광화 보살님의 정성이 깃든 음식이다.
“이 음식을 준비하고 차려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지상스님, 석정거사(케이피 시토울라의 법명), 성천거사, 선법성보살, 무량수보살, 대자심보살님과 함께 네팔에서 보내온 장학생 후보 서류를 검토하며 장학생 선발 심사를 진행했다. 20명을 선발해야 하는데, 45명의 후보를 보내왔다. 신청자가 70명이 넘었는데, 현지 운영위원들이 거르고 걸러서 45명의 후보를 보내왔다. 생각 같아서는 전부다 장학생으로 선발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만약에 20명을 선정하고 나머지 25명을 탈락시키면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일단 가난한 사람, 결손 가정, 그리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지침으로 후보 선정에 들어갔다. 심사에 들어간 모두가 매우 진지한 표정들이다. 엄정하게 심사를 하여 1번부터 45번까지 순번을 매겼다. 중생들의 삶은 어쩔 수가 없다. 다 충족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시험 아닌 시험을 치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후보를 선정하고 안양 수리산 자락에 있는 관음사 성혜스님께 전화를 했다. 이번 지나죠티 학교에서 보내온 장학생은 성혜스님께서 20명을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혜스님은 지금 대구에 계신다고 했다. 오늘이나 내일 명단을 들고 가서 심사결과를 넘겨드리려고 했는데 다음 주에나 시간이 난다고 하셨다. 힐 수 없다. 후원자의 사정을 고려 할 수밖에.
연등을 다는 일은 오전을 꼬박 넘기고 오후 3시 경에 끝났다. 염불기도가 따로 있겠는가? 연등을 다는 것, 이것이 염불이다. 토굴에 연등을 달고 나니 절집이 훤해졌다. 꽃들과 함께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며 화장세계를 이룬다. 연등을 다는 일을 마치고 마당에서 보살님들이 마련해준 곡차(?)를 한잔씩 했다. 곡차 맛이 달다.
등은 왜 다는가?
마음에 등불을 밝히기 위해서 단다. 마음의 등불은 자성을 일깨우는 불씨다. 향운사를 나오는데 대문에서 포대화상이 넉넉한 미소를 짓고 있다. 허허, 항상 저 포대 화상처럼 웃으며 살아야지. 모든 청을 다 들어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시름을 잊고 웃고 있는 포대화상은 우리 중생이 추구하는 삶일 진데. 글쎄다. 이 절문 밖을 나서면 곧 중생살이에 묻힐지라도 일단은 웃고 나서자.
네팔 지진피해가 하루 속히 복구되기를…
명조스님께서 좋은 인연을 만나 하루 속히 수술을 받기를…
오늘 연등을 달고, 점심공양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남을 위해 기도하는 회원들이 모두 성불하시기를…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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