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다낭성당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낭대성당으로 걸어갔다. 다낭의 우중충한 건물사이에서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파스텔 톤의 핑크색 건물이 나타났다. 다낭대성당이다. 1923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성직자 루이 발레(Louis Vallet)에 의해 건축되었다는 다낭대성당은 높이 약 70m에 달하는 핑크빛 성당이다.
예쁘다!
그렇지만 이 성당은 프랑스식민지 지배의 상징적인 산물이기하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2대 황제인 민망이 로마 가톨릭 선교사의 박해사건을 계기로 영국과 경쟁하여 인도차이나 반도로 진출을 꽈하고 있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가톨릭 탄압을 구실삼아 1858년 다낭을 점령하고 사이공을 점령하여 1950년까지 100여년간 식민통치를 하게 되었다.
서양의 열국들이 식민통치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 같이 종교를 아편처럼 앞세운다. 프랑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는 1880년 남부 호치민 시에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을 본떠 지은 노트르담대성당을 건축하고, 이곳 다낭에는 1923년 다낭대성당을 건축했다.
다낭성당은 프랑스 특유의 건축양식인 뾰쪽 아치로 3면을 치장하고 핑크색에 흰색 테두리를 두르는 미적인 감각을 살리고 있다. 성당 입구를 들어서니 핑크색 아치가 야자수 나무와 어울려 절묘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십자가 위에 왠 수탉 풍향계가?
성당 전면으로 돌아가니 넓은 광장이 나오고 아치를 이룬 하반부 위에는 뾰쪽한 첨탑이 십자가를 이고 균형을 이루며 점점 높이 올라간다. 그리고 맨 위 꼭대기 첨탑에는 십자가 위에 피뢰침과 풍향계를 세워 놓았는데, 좀 더 자세히 보니 수탉 한 마리가 풍향계 위에 고고하게 앉아있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이 닭은 수탉인데, 현지인들은 수탁풍향계 때문에 이 성당을 냐터 꼰가(수탉성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성경에는 모든 사람이 예수님을 버릴지라도 베드로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였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마태 26:34)
그렇게 맹세를 했던 베드로였지만 생명의 위험을 느낀 베드로는 수탉이 울기 전 세 차례나 예수님을 아는 바 없다고 부인한다. 곧 여명이 밝으며 수탉이 울었고, 베드로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한다는 내용(마태 26:75)이 나온다.
이러한 성경내용에서 비롯하여 교회의 첨탑 꼭대기에는 상징적으로 풍향계 위에 수탉을 설치하여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하고 있다. 또 닭은 악마를 물리친다는 설도 있어 수탉 풍향계를 설치한다고 한다. 어쩌면 교회는 닭과 같은 존재다. ‘회개하라’하고 닭이 목청껏 울어주어야 복음을 전하고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게 할 것이 아니겠는가?
수탉아 울어라!
갈대 지팡이를 든 요한
성당 오른쪽에는 지팡이를 쥔 사도 요한이 서 있다.
“또 내게 지팡이 같은 갈대를 주며 말하기를 일어나서 하나님의 성전과 제단을 그 안에서 경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되”(요한계시록 11:1)
이스라엘에서 갈대는 척량을 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는데, 주어(하나님)는 생략이 되어 있지만, 이 지팡이는 요한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지팡이다. 요단강 주변에서 자라는 갈대는 약 5m 정도 높이로 자라고 단단하면서도 속이 비어 있다고 한다. 요한이 받은 ‘지팡이 갈대’는 요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또 요한을 도와 성도들의 믿음을 척량할 목자를 말한 것이다. 지팡이 같은 갈대의 실제 인물을 갈대로 비유한 것은 요한과 함께 일을 하긴 하지만 그 믿음이 연약하기 때문이다.
천국의 열쇠를 쥔 베드로
성당의 왼쪽에는 천국으로 가는 열쇠는 쥔 베드로가 여행자들을 굽어보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열쇠에 관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장면이다.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년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태 16:19)
베드로는 그리스도에 관한 고백으로 예수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지상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천국에서도 활동을 책임지게 되었다. 유럽을 여행할 때 석관과 성화에는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 프레스코에도 천국의 열쇠를 주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서 베드로의 열쇠는 불변하는 믿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건축물의 의미를 알고 나면 이렇게 심오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핑크빛 다낭대성당은 첨탑의 꼭대기에서 끊임없이 수탉이 울며 복음을 전하고 우측에 갈대지팡이를 든 목자 요한, 좌측에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쥔 베드로가 성당을 찾는 사람들을 하늘나라로 인도하고 있다.
허지만 이러한 상징들을 내 마음이 어떻게 받아드리느냐에 따라서 깨달음의 열쇠는 주어진다. 마음이 곧 부처 이듯이 내 마음이 모든 것을 사랑과 자비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모든것은 참다운 의미로 다가 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핑그빛 성당 뒤에 거대하게 서 있는 검은 빌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삐딱하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네모상자안의 건물이 위험하게 기울자 내 마음도 불안하게 기우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은 어디까지나 내 마음이 만들어낸 조작이다. 일체는 유심조! 모든 사물을 마음으로 보는 지혜를 터득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것이 참다운 수행이 아니겠는가!
불행히도 주중이라 성당 문이 닫혀 있어 성전의 내부는 볼 수가 없었다. 주말에만 문이 열린다고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나는 아쉬움을 안은 채 핑크빛 성당을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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