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달랏 리엔크엉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공기는 신선했다. 눈이 맑아지고 숨쉬기가 아주 편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목이 컬컬할 정도로 숨쉬기가 불편했던 서울에 있다기 달랏에 도착하니 별천지에 온 느낌이다. 하늘과 땅, 공기가 신선함 그 자체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금상첨화다. 베트남 중부 럼동성 1,500m 랑비앙 고원에 위치한 달랏은 연중 평균 기온이 14℃~23℃로 영원한 봄의 도시라 불리고 있다.
달랏은 1890년대 당시 프랑스령으로 저명한 세균학자인 알렉상드르 예르생과 화학자인 루이 파스퇴르가 탐사를 하고 난 후 총독이었던 폴 두메르에게 리조트 단지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프랑스 대통령이 된 두메르 총독은 그 요청을 받아들여 18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에르네 에브라가 도시계획을 수립하여 빌라와 대로를 만들고 스위스풍의 도시를 건설하였다. 에브라는 필 수 건강 단지, 골프 코스, 공원, 호텔, 학교와 주택을 건설하고 도심 중앙에 인공 호수를 만들어 스위스와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휴양도시를 건설하였다.
인천공항에서 새벽 2시 30분에 출발한 비엣젯 항공의 좁은 좌석에서 밤새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신선한 땅을 밟으니 그 신선함은 몇 배가 된다. 과연,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이란 뜻을 가진 달랏답다. 프랑스 식민지 정부가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달랏’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라틴어에서 온 것이라나.
환전 창구에서 100달러 지폐를 한 장을 주니 무려 2백30만 동이나 되는 지폐 뭉치를 건네주었다. 베트남 돈을 지갑에 빵빵하게 넣으니 어쨌든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예약을 해두었던 라도 택시(Lado Taxi)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라도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전라도를 연상케 하여 정겹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요금이 쌌다(155,000동, 약 8천 원). 푸른 옷을 입은 아가씨가 내 이름 석 자가 적혀진 피켓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반가웠다. 이 신선한 땅에 나를 기다려 주는 아가씨와 나를 태워줄 택시가 있다니…. 어디에서나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택시가 공항을 빠져나오자 곧 푸른 솔이 우거진 숲이 이어지고 도로에는 꽃들이 생글거리며 길손을 반겨준다. 꼬불꼬불한 소나무 숲길을 몇 구비를 넘어오는데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정선 산길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소나무 숲길을 몇 구비를 넘었는지…. 마침내 시야에 탁 트인 푸른 호수가 나타나고, 프로방스풍의 하얀 건물들이 수채화처럼 두둥실 나타났다. 그 유명한 쑤언흐엉호 호수(베트남어: Hồ Xuân Hương, 湖春香)다. 쯔놈(베트남어를 적기 위해서 만든 한자에 바탕을 둔 문자 체계) 춘향(春香)을 베트남어로 발음한 것이 쑤언흐엉호수이다. 둘레 약 6km에 이르는 호수는 도시의 꽃 정원, 예르생 공원, 소나무 언덕, 럼비엔 광장 등 달랏의 관광명소를 통과해 2km 이상 길게 뻗어 초승달 형상을 하고 있다. 우기에 발생하는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호수 주변에는 리기다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르며 빽빽이 둘러서 있어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다.
봄이 되면 호수 주변에 식물들의 꽃향기가 은은히 퍼져 춘향(春香)의 도시를 이룬다. 호수 이름을 베트남의 여류시인 호쑤언흐엉(胡春香)의 이름을 따서 쑤언흐엉이라고 명명했다나.
호수가 잔물결처럼 종소리 세 번 물려 퍼진다.
우리가 본 것은 거꾸로 된 슬픈 물웅덩이
거대한 사랑의 바다는 마르지 않고…
극락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 여기가 바로 그곳이 아닐까
베트남 여류시인 쑤언흐엉의 시 <봄, 정자를 바라보며> 중에서
달랏의 자연환경에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다. 택시는 호수를 한 바퀴 돌아 콜린 호텔(Hôtel Colline)에 멈춰 섰다.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호텔에 우리는 4일간 머물 예정이다. 첫인상을 나에게 신선함을 안겨준 상춘의 도시는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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