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4]144개의 분수가 환상의 쇼를 펼치는 '여름궁전'

찰라777 2005. 9. 5. 08:45

   144개의 분수가 환상의 쇼가 펼치는 ‘여름궁전’

 

    ▲ 황금상 앞으로 펼쳐지는 운하는 핀란드 만에서 초대 귀족들이 배를 타고 왔다고 한다.


144개의 분수와 20개 궁전, 7개의 공원이 있는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 핀란드 만을 향해 세워진 이 화려한 궁전은 조경가 분수, 그리고 전체적인 조화가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 못지 않다. 

'여름궁전'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km 떨어진 핀란드 만에 위치하고 있는데 공식명칭은 '표트르의 궁전'이다. 우리는 네프스키 대로에서 출발하는 내국인들의 관광버스를 타고 여름궁전으로 향했다.

버스는 이층으로 되어 있는데, 요금은 1인당 450루블(입장료250루블 포함)이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앞 선착장에서 쾌속정을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이미 시즌이 지나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버스에서 중년 여인 안내원이 러시아 말로 떠들어 대는데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을뿐더러 영어로 질문을 하면 안내원 역시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우린 숫자로 출발 도착 시간만을 메모로 주고받는 정도로 의사소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네바 강을 따라 약 1시간 정도를 가자 핀란드 만에 ‘표트르 궁전’이란 뜻을 지닌 페트로드보레츠라는 도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버스는 정원을 지나 궁전 안에 세워준다. 1714년 표트르 대제의 명으로 세워진 여름궁전은 수많은 건축가, 조각가, 조경가 등을 동원하여 1000ha의 광대한 땅에 대궁전을 중심으로 황금빛 나는 각종 조각상과 분수로 장식되어있다.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삼손’ 동상은 러시아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건설된 것임


대궁전 앞으로 가니 해군복장을 입은 궁전의 악사들이 멋드러지게 각 나라들의 민요를 연주하고 있다. 10월이지만 초겨울에 해당하는 날씨여서 핀란드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차갑다. 아무리 화려한 궁전이지만 겨울철의 궁전 길은 쓸쓸하다. 허지만 조용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궁전은 핀란드 만에서부터 점점 높아지는 지형을 이용하여 ‘아랫공원’과 ‘윗공원으로 테라스 모형처럼 만들어져 있다. ‘러시아 예술의 진수'라고 하는 아랫공원은 조각상과 분수, 폭포로 꾸며져 있다. 궁전의 중심에서 흘러내리는 대폭포는 좌우로 나누어져 일단의 계단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 앞으로 64개의 분수가 힘찬 물줄기를 뿜어 낼때는 환상적인 쇼를 연출한다.

분수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빙빙 돌아가며 춤을 추는 시계분수, 밟으면 갑자기 솟아 나오는 장난분수, 체스판으로 흘러내리는 체스분수 등..... 표트르 대제 당시에는 핀란드 만에서 바다까지 연결된 운하로 궁전까지 그의 초대 손님들이 도착했다고 한다.

 


◀ 분수가 솟아 나올 때의 멋진 광경

 

“분수는커녕 물 한 방울 도 없군요.”

 

그러나 여름이 지난 궁전은 폭포와 분수는커녕 물 한 방울도 없다. 겨울엔 분수가 모두 얼어 버리므로 물을 전부 빼 놓은 단다.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삼손’ 동상은 러시아가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건설된 것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 ‘성 삼소니아’의 기념일과 같아서 설치하도록 했다는 것.

한 여름, 11시가 되면 공원 안에 있는 144개의 크고 작은 모든 분수가 일제히 하늘로 물을 뿜어내어 물보라로 장관을 이루고, 그 분수의 물보라에는 7색 무지개가 동화나라를 연출한다.

 

“여름궁전은 여름에 와야 제격이겠어요.”
“다음에 다시 한번 오라는 기회를 주는 것 아니겠소.”
“어느 세월에요.”

하기야 아내의 말처럼 어느 세월에 이곳에 다시 올 날이 있겠는가. 대궁전과 소궁전을 둘러보고 난 뒤, 앙상한 가지사이로 더욱 차갑게 보이는 핀란드만의 바다를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