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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16]트럼펫 소리 흐드러지는 예술의 거리에서

찰라777 2005. 9. 8. 06:20
 

[원더플! 상트페테르부르크]

트럼펫 소리 흐드러지는 예술의 거리에서.... 

 

 

▲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 운하끝에 그림처럼 서 있는 '피의 사원


페테르부르크의 마지막 날 아침, 네프스키프로스펙트 지하철역에서 내린 우리는 먼저 카잔 성당 쪽으로 걸어갔다. 카잔 성당은 네프스키 대로를 향해 94개의 코린트식 기둥이 반원형으로 멋지게 늘어서 있다.

무명의 건축가 보로니힌에 의해 설계된 이 성당을 완성한 후 러시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래서 성당 안에는 나폴레옹 군대에서 탈취한 몇 개의 군기가 장식되어 있다.

 

19세기 이후 한 때 학생들의 집회 장소로 유명했던 이 성당은 네프스키 대로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회랑 앞의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우리는 운하를 따라 ‘피의 사원’ 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이 성당은 로마의 바티칸 궁전을 연상케 하는군요."

"그렇군. 회랑의 기둥이 94개나 된데는데."

 

 

▲ 로마의 바티칸 궁전을 연상케 하는 카잔성당.

이 성당을 완성한 후 러시아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리보에토프 운하에 비치는 성당과 건물들의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가스티니 드보르 백화점 건물도 1km 이상의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어 백화점이라기보다는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멀리 ‘피의 사원’이 그림처럼 보인다.

“저건 정말 한 폭의 그림이군요! 가슴속에 영원히 담아두고 싶어요.”
“여기 카메라에 다 담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예술의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운하 앞에서 흐드러지게 트럼펫을 불어대는 거리의 악사가 보인다. 우리도 쉽게 알 수 있는 ‘서머 타임’이란 곡이다. 연주 솜씨도 수준급이다.

흐르는 운하 속으로 그의 트럼펫 소리가 전율하듯 스며든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곡이다. 그의 옆에 있는 전대에 약간의 돈을 넣어준다.

“어쩜 저렇게 잘 불지요?”
“정말 수준급인데!”

운하를 따라 걷다보니 오른쪽에 예술의 광장이 나온다. 러시아 미술관과 무소르크스키 오페라 극장 등으로 둘러싸인 예술광장 한 가운데는 푸슈킨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 러시아 귀족들이 사용했던 화려한 방과 장식품(에르미타주 국립미술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푸슈킨의 동상은 어디를 가던 쉽게 볼 수 있다. 동상 주변에는 러시아 귀족 복장을 한 남녀가 서성거리고 있다.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모델이다. 러시아 귀족 모델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온다.

“러시아 귀족이 되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여보, 난 귀족 푸슈킨이 한번 되어보고 싶은데. 당신은 나탈리아가 되고….”
“아유, 아서요. 언제나 철이 드실까?”

아내는 손사래를 치며 운하 쪽으로 도망간다. 이런 경우 언제나 실패다. 혼자서 귀족이 되어 본들 무슨 재미가 있나. 도둑질도 짝이 맞아야 하는데… 허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