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도서실 같은 기차안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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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로 가는 기차안의 독서분위기에 휩쓸려 우리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 “휴~ 담배연기가 없어서 살겠군요.”
스웨덴으로 넘어오니 우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적어 보인다. 코펜하겐 역사 안에서 담배연기에 쪄들은 아내가 살겠다는 듯이 환하 게 웃는다. 역무원의 표정도 훨씬 부드럽다. 창밖에는 평화로운 초원 풍경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기차가 헬신보르그 Helsinborg 역에 도착을 하니 다시 많은 사람들이 탄다. 비워진 자리가 모두 채워진다. 우리 앞자리에는 바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슬로 대학생이 앉아있다. 귀에는 워크 맨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간간히 노트에 메모를 한다.
그가 읽는 책 제목을 보니 ‘Life, Work, and Learning'이란 책이다. 퍽 인상적인 책 제목이다. 인생, 일, 그리고 배움. 책 제목만 보 아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내 옆 자리에는 마치 인형처럼 생긴 금발의 미녀가 살포시 앉더니 웃으며 눈인사를 한다. 그녀는 피곤한 듯 슬며시 눈을 감고 잠을 청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보인다.
옆 건너편 좌석에는 두 여인이 앉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표정이 진지하고 아름답다. 책을 읽는 여인들. 멋있어. 책을 읽는 여인들은….
그 옆 자리에는 구레나룻 턱수염을 기른 30대가 남자가 노트북을 꺼내더니 자판을 열심히 두들긴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시 자판을 두들기고…. 아마 무슨 리포트를 쓰는 모양이다.
앞 뒤, 전후좌우 모두가 책을 읽거나, 메모를 하거나, 노트북을 두들기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하는 분위기…. 이 열차안의 분위기가 너 무 인상적이다. 마치 도서관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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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을... | 침묵하는 열차 안… 기차도 침묵하며 달리고 있다. 매듭소리도 기적소리도 없다. 나는 베르나르의 ‘나무’를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고 , 아내는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한다.
둘 다 프랑스 작가들의 책이다. 그런데 나무는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베스트 셀러라고 하도 요란을 떨어 공항에서 사 왔는데, 억지로 상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 책을 덮고 엽서를 꺼냈다.
아내가 읽는 책은 내가 추천을 한 것인데, 작가가 치매로 죽어가는 자기 어머니를 간호 하며 쓴 좀 독특한 책이다. 아내도 하품을 하며 책을 덮는다.
우리들은 아이들한테 편지를 쓰기시작했다. 영이와 경이에게, 그리고 조카들과 처넘의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우리는 무려 엽서를 12장이나 썼다.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 중에 하나다. 물론 요즈음은 모두 컴퓨터를 통해 메일로 소식을 전달하지만, 엽서에 편지를 쓰는 즐거움은 메일로 편지를 쓰는 것보다 훨씬 정겹고 큰 즐거움을 준다.
엽서를 고르는 즐거움, 쓰는 즐거움, 받아보 는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하는 즐거움… 아내는 편지를 쓰다가 졸리었는지 그만 잠이 든다.
15시 40분. 기차는 함스타드 Hamstards 역에 멈춘다. 잠을 자던 금발의 미녀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내려간다. 잘 가요. 그대 덕분에 난 피곤한줄 모르고 왔다오. ㅋㅋㅋ... 창밖을 내다보니 풍만한 젖가슴을 거의 드러내 보인 여인이 반팔차림으로 플랫폼에 앉아있다. 가 슴이 터질 것처럼 보인다.
기차는 다시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환송객과 표정이 엇갈리며 지나간다. 푸른 초원에 서 있는 나무들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태양이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새들이 초원을 마음껏 날아가고 있다.
☞108일간의 세계일주 배낭여행 유럽 여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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