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108일간의 세계일주 배낭여행 여정도
□ 베르겐으로 가는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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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실이 너무 시끄러워 옮긴
쿠셋(간이침대칸)은 천국같아.... |
□ 바이킹의 후예들
마침 역 안에 시티은행의 현급지급기가 눈에 띤다. 플라스틱 카드를 넣고 암호를 치고 액수를 치니 신기 하게 돈이 좔좔 흘러나온다. 3000크로네의 거금을 찾아 돈을 몇군 데 나누어 쑤셔 넣었다.
현금은 네군데 이상 나누워 보관하는 게 배낭여행자의 철칙. 참 세상은 편해. 위험하게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전혀 없거든. 마술카드 같은 플라스틱 카드 한장이면, 세상 어디서나 끝내주는 경제생활이 아닌가.
노르웨이는 아직도 유로를 쓰지 않고 자기 나라 돈을 쓰고 있다. 얼마전에 유로통합을 반대하여 스웨덴의 무슨 장관인가를 피살하려고 했던 신문기사를 본적이 생각난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색깔이 있어보인다.
밤 11시가 넘어 베르겐행 2등실에 오르니 이건 독서실 분위기가 전혀아니다. 와글와글~ 난장판이다. 기차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차 안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피곤에 지친 아내. 잠을 좀 자야 겠다고 하는데, 잠은 커녕 이 기세라면 뜬 눈으로 밤 을 지샐 판이다. 바이킹의 후예들. 체격도 우람하다. 어디를 때지어 가는지 무지하게 시끄럽다.
"잠을 좀 자야 하는데...."
어제 저녁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내는 얼굴이 사색이다. 무리한 배낭여행의 독이 오르고 있는 모양. 아직은 익숙지 않은 장거리 버스여행과 기차여행. 우리가 어디 십대인가? 지칠만도 하다. 저 바이킹들은 아마 오늘 밤 내내 떠들 기세다.
아내여, 잠시만 기다려 다오. 인파를 헤집고 역무원을 찾으러 갔다. 드디어 맨 앞 칸에서 콧수염을 기른 그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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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도 있으니(1)
세수도 좀 해야지(2)
아내가 잘 1층 침대(3) | □ 오늘 밤 만은 제발...
"쿠셋으로 자리를 바꾸고 싶은데요. 자리가 있나요?"
"몇 사람이지요?"
"두 사람."
"그럼 250 크로네를 더 내시요."
노르웨이 돈 250 크로네면 한국 돈으로 얼마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여간 250크로너를 건네주니 쿠셋(침대) 좌석을 준다. 아 니 배낭여행자가 침대차를 다 타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 타보다.
암스테르담에서 코펜하겐으로 오는 버스 에서처럼 아내를 곤죽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오늘 밤만큼은 허리를 좀 펴고 편하게 자도록 하자. 잘 못하면 몸져 누울판이니... 덕분에 나도 쿠셋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하고, 편하게 잠좀 자보자.
"자자, 짐을 옮깁시다."
"어디로요?"
"유토피아로..."
"???"
피곤에 지친 아내를 이끌고 쿠셋 칸으로 들어가니 침묵, 침묵의 칸이다. 정말 유토피아처럼 조용하다. 열차 칸 하나 사이가 이렇게도 다 른 분위기를 연출한단 말인가?
"어? 당신....뭐했지요? 여긴 무지 비쌀건데...."
"오늘 밤만은 제발 가격을 묻지 말아줘요."
아내는 비싼건 질색이다. 3등열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것 자체도 축복이고,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여인. 그저 길바닥에 누워도 여행만 떠나면 좋다는 여인.
허지만 오늘 밤만은 좀 편하게 자자. 이 어눌한 여행 가이드의 강권 발동으로... 아내가 1층 침대에, 내 가 2층 침대에. 여긴 기차속의 작은 아파트야. 우리도 오늘 밤만은 달리는 아파트에서 잠을 한번 자 보자고.
세면대, 우유 두봉지, 종이컵... 허허, 돈이 좋긴 좋군.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 정도를 더 내니 이렇게 달라지다니. 돈은 벌 수 있을 때 개처럼 벌고, 쓸때는 정승처럼 써야 한다더니, 딱 맞는 말이다. 우린 세수를 하고 손발도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기차가 들려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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