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일간의 세계일 주 배낭여행 여정도
10월 4일. 기차에서 내리니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 베르겐의 밤거리는 우수에 젖은 듯 흐느낀다. 휘황한 샨데리아가 비추이는 항구의 카페에서 밤 야경을 바라보며 멋진 디너라도 하고 싶은데, 아내는 호스텔로 가서 밥을 지어 먹자고 한다. 자꾸 사먹다가 보면 밥을 해 먹기가 싫어지고, 그러다 보면 여행비용이 금방 거덜 나고 말테니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라는 것. 따는 아내의 말이 맞는 말이다. 대신 오늘밤에는 고기를 구어 먹기로 했다. 우리는 역 근처의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아 들고 언덕 위의 집 몬타나 유스호스텔로 갔다. 유스호스텔로 들어간 우리는 부엌에서 저녁을 짓다가 브라질에서 온 부부를 만났다. 키가 큰 부인 은 피자를 데우고 있었고, 코가 날카롭게 생긴 남편은 포도주 마개를 따고 있었다. 아내가 돼지고기에 야채를 넣어 프라이팬에 지글지 글 굽기 시작했다. “아하, 고기를 참 맛있게 굽는군요.” “돼지고기라오. 이 고기 좀 드시지요?” 아내가 고기를 퍼서 그들의 테이블로 가지고 갔다. “아이고, 이거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오셨나요?” “아닙니다. 저희들은 한국에서 왔답니다.” “코리아! 이거 미안합니다. 월드컵 축구경기 때 한국 선수들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그 누구더라 안 뭐라고 했는데.” “안정환 선수요?” “네, 그 선수의 헤딩 골이 너무 멋있었어요.” “아, 그랬군요.” “저희들은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왔습니다. 지금 자동차로 북유럽을 여행 중에 있지요. 자, 저희들의 포도주도 한 잔 하시지 요.” “고맙소." 그는 적포도주를 맥주글라스에 두잔이나 듬뿍 따라 우리들 테이블로 가지고 왔다. 속이 확 터진 중년남자 남자처럼 보인다. 멋진 디너 식사였다. 비싼 음식보다 이렇게 먹는 게 더 정감이 가는 저녁식사다. 브라질의 친구가 준 포도주에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니 금방 졸 음이 쏟아진다.
다음날 아침 아내와 나는 다시 여행코스를 두고 의견이 대립되었다. 나는 배를 타고 Stavanger 인근에 있는 Preikestolen을 가자는 것 이고, 아내는 베르겐 시내를 돌아본 후 밤차로 다시 오슬로로 가자는 것. 일명 Pulpit Rock이라고 불리는 Preikestolen은 Lysefjorden 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암벽이다. 마치 거대한 기둥처럼 하늘로 치솟은 이 바위는 설교제단처럼 생겨서 Pulpit Rock이라고 불리고 있 다. 우리는 일단 부두에 가서 배 시간을 알아본 뒤 결정을 하기로 하고 아침일직 호스텔을 나섰다. 당일에 돌아올 수 있으면 Preikestolen 에 가기로 했으나 배 시간을 알아보니 도저히 당일치기는 할 수 없는 코스였다. 우리는 Preikestolen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베르겐 시내를 돌아 본 뒤 저녁차로 오슬로로 가기로 했다. 베르겐은 아무리 보아도 한 장의 엽서처럼 아름답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베르겐의 거리. 비에 젖은 거리를 걷다보니 구두에 물이 새어든다. 하기야 구두도 갈아 신을 때가 되었다. 중국산 구두를 산지도 벌써 5년이나 되었으니 돈을 달라고 할때도 되었다. 부두에는 Stavanger로 가는 배가 출항을 앞 두고 있었다. Flaggruten호는 앞에는 하얀색, 뒤편은 푸른색으로 날렵하게 생겼는데, Stavanger까지는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우리는 뱃고동을 울리며 멀어져 가는 배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남긴 체 부두를 떠났다.
“이거 잘못 왔네요?” “기다려 보자고…” 산 위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웠다. 우리는 산 정상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뜨거운 커피를 한잔씩 시켜 몸을 데우며 안개가 거두어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실에 잠간 다녀오니 아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기 봐요. 안개가 걷히고 있어요!” “그럼 밖으로 나가야지!” 기다리면 보여준다! 안개가 걷힌 베르겐 시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집들과 항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 왔다. 이건 U자형으로 빠져나간 항구의 주변에 펼쳐진 한 장의 엽서다! 다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가 생각이 났다. 베르겐!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가고 싶은 멋진 도시다! - 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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