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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잉카의 성스러운 계곡 순례(2)-올란타이탐보

찰라777 2007. 1. 1. 11:22

 

잉카의 성스러운 계곡 순례(2)

 

올란타이탐보 Ollantaytambo

 

 

▲올란타이탐보의 6개의 신비한 거석. 돌 한개에 50톤이 넘는다.

 

피삭을 출발한 버스는 우루밤바 강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잉카시대의 작은 마을들이 띄엄띄엄 강가에 들어서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야채 등 작물을 재배하는 푸른 밭들이 점점 많이 나타난다. 숨을 쉬기도 한결 쉬워진다. 강물이 흘러가는 곳을 향해 갈수록 지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롭다.

 

버스는 코야을 지나고, 라마이를 지나 어느 한적한 들판의 레스토랑 앞에서 멈춘다. 카사 그란데 Casagrande란 잉카 전통 음식점이란다. 음식점에는 토끼도 키우고 돼지도 키우고 있다. 강가에는 야채 등 잉카의 농작물을 재배 하고 있다.

 

        ▲우루밤바 강가에 있는 잉카 전통식당 카사 그란데

 

음식점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잉카의 소년 세 명이 남미의 전통악기를 들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출발하자 두 소년은 삼뽀니아Samponya를 연주하고 한 소년은 북처럼 생긴 봄보Bombo라는 타악기를 친다.

 

순간, 차창에 애절한 남미의 음악이 흐른다. 그들은 먼 과거 잉카시대에서 온 미지의 소년들처럼 보인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승객들의 갈채가 터져 나온다. 소년들은 점점 더 신들린 것처럼 연주에 몰두를 한다. 그들은 마치 잉카 시대의 전설을 들려주는 듯 신나게 연주를 한다.

 

차창밖에는 잉카의 전설을 담은 우루밤바 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그들은 버스가 올란타이탐보에 도착할 때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버스가 올란타이탐보 마을에 도착할 무렵 그들은 ‘엘 콘도 파사’를 천천히 마지막으로 연주하고 인사를 한다.

 

다시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터지고, 가장 어린 소년이 들고 있는 모자에 몇 푼의 공연료를 던진다. 공연료를 챙긴 소년들은 일어서서 얌전히 답례인사를 하고 버스무대에서 내린다.

 

“정말 멋진 공연이군요!”
“아마 평생 이런 천연 사이다 같은 공연은 보기 어려울걸.”

 

정말로 멋진 천연 사이다 맛 같은 청량한 한편의 공연이다. 내 비디오 감겨진 이 공연을 나는 두고두고 추억을 되새기며 가끔 열어본다. 이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한편의 추억의 내 남미 앨범이다.

 

올란타이탐보는 우루밤바 강을 끼고 은빛으로 빛나는 베로니카Veronica(해발 5750m) 등 만년설을 머리고 이고 있는 봉우리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쿠스코에 88km 지점, 잉카의 성스러운 계곡 중심에 있는 울란타이탐보는 잉카제국시대의 역참마을, 또는 요새 터였다고 한다.

 

▲잉카의 마지막 항전 요새 올란타이탐보 전경. 산으로 둘러쌓인 천연요새다. 

 

‘탐보Tambo'는 케추아어로 ‘여행가방’을 의미한다는데, 기록에 의하면 1536년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반기를 든 망코 카팍이 잉카 군사와 함께 올란타이탐보에 잠입하여 스페인군을 격퇴하였다고 안내인이 설명한다. 마지막 항전을 한 잉카는 남은 무리들을 이끌고 빌카밤바Vilcabamba 로 떠났는데, 빌카밤바는 수많은 탐험가, 고고학자, 모험가들이 찾고 있는 정글 속에 깊숙이 숨어버린 잉카의 마지막 정착지라고 믿고 있다.

 

우리는 마을 배후 언덕에 있는 유적지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경사가 45도는 넘을 듯한 비탈을 올라간다. 숨을 헐떡거리며 가파른 300계단을 올라서니 광장이 나온다. 6개의 붉은 거석을 쌓아올린 신비한 건축물이 석양빛을 받아 더욱 신비롭게 보인다.

 

▲접착제 없이 돌 면을 밀착시켜 작은 돌을 사이에 끼어 단단하게 석축한 잉카의 석축 비법  

 

거석과 거석 접합부분에는 접착제의 사용 없이 석면을 바로 밀착시키거나 작은 돌들을 사용하였다. 단순히 돌을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돌과 돌이 밀착하는 면적을 많이 잡아서, 양옆의 돌과 겹쳐지게 함으로써 비바람과 한기를 막고, 지진으로 인해서 허물어지는 것을 최소화 시키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구불구불하게 그려져 있는 마름모꼴은 티티카카 호수의 태양의 섬 티와나코 유적에 있는 것과 같은 무늬라고 한다. 잉카 태생의 모태인 티티카카 호수의 전설과 괘를 같이하고 있는 문화의 흔적이다.

 

“저 거대한 돌들을 어떻게 이곳에 옮겼을까요?”

"그것은 아직까지 풀수없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어요."

 

이 의문은 페루의 유적지에서 언제나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풀 수 없는 숙제다. 이 수수께끼의 거서들은 맞은편에 있는 채석장에서 운반해 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 경사면을 어떻게 갖고 올라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거석 하나에 족히 50톤은 나간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 무거운 돌을 옮겨왔는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일찍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잉카의 요새는 더욱 비밀스럽게 보인다. 

 

 

잉카의 문명은 수레바퀴나 문자가 없다. 잉카문명은 최후까지 종이와 문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 건축에 관해서도 거의 추측에 의해서 짐작을 할 따름이다. 확실하게 알려져 있는 것은 추를 이용하여 수평면과 각도, 거리를 재재고, 큰 돌을 이동하는 데는 지레를 응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간과 사람의 땀이다. 그렇지만, 이 거대한 거석을 아무리 시간과 땀을 흘렸다고 하여도 현대에도 그처럼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건축물을 만들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전설이 이야기 하는 대로 ‘하룻밤에 신이 만들어 주었다’라는 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천년을 흘러내리는 잉카의 수로는 지금도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맞은 편 산에 전망대 자리라고 생각되는 석조 유적이 보인다. 마을로 이어지는 언덕에는 관개수로와 식품저장고, 주거지의 흔적이 비교적 원형대로 남아있다. 이 수로들은 지금도 그대로 사용을 하고 있다.

 

“천년을 흘러온 물을 한번 마셔 봐요. 만병통치약이라니.”

“전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을 믿지 않거든요. 그래도 마셔보기는 해야지요.”

 

그렇지,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그러나 수로에서 졸졸 흐르는 물을 손으로 받아 마시니 뱃속까지 시원하다. 이 물이 아내의 몸속으로 들어가 고약한 병균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올란타이탐보는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의 길Camino del Inca' 도중에 있어 트레킹을 하려는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식량을 보급하는 전진기지다. 그 때문에 항상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마을은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높은 산은 그림자들로 어두워지려고 한다. 바위산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신비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올란타이탐보 마을은 지금도 주민으 주거지로 활용하고 있고, 잉키트레일로 가는 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