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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잉카의 성스러운 계곡 순례(3)-친체로

찰라777 2007. 1. 3. 09:10

잉카의 성스러운 계곡 순례(3)

 

친체로 Chinchero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잉카의 옛 마을

 

 

▲해발 3600미터에서 바라본 잉카의 성스런운 계곡 풍경 

 

 

버스가 올란타이탐보를 떠나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니 금빛 찰란한  해가 산들을 비추고 있다. 양탄자 같은 산들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버스는 사진 촬영을 위하여 라찌 전망대 Mirador Racchi라는 곳에서 잠시 정차를 한다.

 

이곳은 해발 3700m 정도 되는 고지대다. 발아래 점점이 흩어진 마을과 집들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계곡을 따라 강과 밭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이 장엄한 광경에 나는 잠시 넋을 잃고 만다.
모든 것이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처럼 보인다.

석양빛을 받으며 점점 어두워져 가는 설산!

 

버스는 다시 산길을 헐덕이며 올라간다. 

구름이 산위에 묘한 형상을 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신비하다!

 

 ▲안데스의 산자락에 구름이 마술을 부리고 있다.

 

언덕 위에 계단식 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계곡 사이에는 자연석을 교묘하게 쌓아올려 계단식 밭을 만들어 놓았다. 그 돌담 아래 원주민들이 원색의 옷을 입고 무언가를 팔고 있다.

 

석양빛을 받아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담벼락 아래 갖가지 물건을 늘어놓고 있다. 갈색의 담벼락 뒤에 하얀 건물은 성당이다. 그 뒤로 석양의 그림자가 길게 지며 울퉁불퉁한 산줄기가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둘러쳐 있다.  친체로 마을이다.

 

 ▲노을이 져 가는 친체로 마을. 성당의 담벼락 밑에 시장이 선다.

 

 

해가 완전히 기울고 사방이 어둠에 싸이자 친체로Chinchero 성당을 중심으로 하나 둘 전등이 켜지고 더욱 신비한 베일에 가리듯 환상적으로 보인다. 해는 지고 어두워 졌지만 시장은 그대로 서 있다. 시장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광장에 줄줄이 이어져 있다.

 

해발 3627m에 위치한 이 그림 같은 마을은 옛 잉카의 마을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불빛이 아롱거리는 성당은 마치 어느 외계에 위치한 천국처럼 보인다. 성당 앞을 서성거리는 여행객들은 어느 혹성에서 온 외계인들처럼 보인다.

 

▲성당의 불빛 아래 서성거리는 사람들은 외계인들가?

 

 

찰라  꼭 외계인들이 서성거리는 것 같군. 천국에 온 것 같기도 하고.
각하  난 마치 그림자 인형극을 보는 기분인데요?
찰라  흐음, 그렇기도 하네. 보는 사람에 따라 모든 게 달라져.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들을 그린 프레스코화가 천장에 그려져 있다. 그림은 벗겨지고 얼룩이 져 있지만 색 다른 느낌을 준다.

 

안내인은 마지막 열변을 토해낸다. 키가 크고 빼빼 마른 안내원은 나와 모습이 비슷하다. 어쩌면 나와 먼 과거에서부터 친척이 아니었을까? 현지인들의 물물교환 등 교역 장소로 비록 작은 규모지만, 1천 종류의 감자, 150종류의 옥수수, 코카 잎, 약초 등이 거래된다고.

 

그의 목소리는 쉰듯하면서도 카랑카랑하다. 실제로 그렇게 거래가 되는지는 알 턱이 없지만 그의 코멘트가 재미있어 사람들은 안내원 말에 비시시 웃을 뿐이다.

 

이제 쿠스코로 돌아갈 시간이다. 버스에 올라 어둠에 싸여가는 친체로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데, 악기를 든 어떤 소년이 ‘올라’ 하면서 손을 흔든다. 자세히 보니 그는 버스에서 연주를 했던 그 소년이다. 내가 버스에서 비디오를 하도 열심히 찍는 바람에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싱긋 웃는 소년의 모습이 전등보다 더 밝게 다가온다. 옷깃만 스쳐도 5백 생의 인연의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그 소년들을 다시 만나다니 세상은 참으로 좁다.


“올라! 올라!”


'올라타라'는 우리말과 비슷한 말은 '안녕!'이라는 인사 말이다.

"올라, 올라!" 소년이 손을 흔들며 불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올라!" 산뽀니아를 연주했던 소년이 불빛속으로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