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스웨덴 11]유루고르덴 섬의 가을

찰라777 2004. 12. 1. 22:51
안녕하세요? 찰라 귀국 인사드립니다.
시간이 정지되어버린 듯한 나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타일란드....
한 달간의 배낭여행(10/30~11/30)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을 하였습니다.

이번 배낭여행은 더위와 먼지와 거지와 모기떼들과 싸우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내 마음 깊숙히 느끼게 하는 그런 보람을 담고 왔습니다. 차차 정리가 되는대로 이 난에 그 느낌을 여러분과 함께 할까 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찰라 올림




□ 유루고르덴 섬의 가을-풍경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사람의 마음...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새삼 던져보는 이 의문이 마지막 잎새와 함께 가슴으로 다가 오는군요. 그 마지막 잎새들을 밟으며 우린 우리들의 인생을 이야기 하였드랬습니다. 그도 북극이 가까운 스톡홀름의 유루고르덴 섬이란 곳에서였습니다.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유루고르덴 섬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스칸센 야외공원’과 넘실거리는 운하 사이로 그림처럼 비추이는 유루고르덴 섬을 덮고 있는 고운 빛깔의 낙엽! 아, 바람이 불면 가지가지 색깔의 낙엽들이 거울 같은 운하위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풍경이란…



문득 우리네 인생도 저 낙엽처럼 힘들지 않게 떨어져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낙엽은 자신의 길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봄에 새싹이 났다가 여름내 탄소동화작용으로 겨우내 살아갈 양식을 나무에 저장하고, 가을이 오면 잎새에 ‘떨켜’막을 형성하고는 추호의 미련도 없이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모습…

“우리네 인생도 저 낙엽과 같은 거야.”
“누가 아니랬나요? 새삼스럽게 스리…”
“아니, 내말은 우리인생도 저 낙엽처럼 가볍게 떨어졌으면 하는…”
"아직은 그런 생각을 하기엔 일르지 않은가요?"
"내 말은... 단지 낙엽처럼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말한 것 뿐이라오."

우리는 운하를 따라 한없이 걸어갔습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운하의 둑에 앉아 쉬거나 바닷가에 보트를 매어두는 나무 턱에 걸터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이미 오전에 보트를 타고 한 번 지나쳤던 길이었지만, 보트를 타고 갔던 때와 걸어가고 있을 때의 감정은 사뭇 달랐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풍경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고 하더니만…”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영원히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군요!”

바람이 불면 하늘에선 낙엽이 춤을 추며 떨어지고, 길 위에 낙엽들은 도미노처럼 또르르 굴러가며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군요. 떨어지는 낙엽도, 구르는 낙엽도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까요? 정말 내 인생도 저렇게 아름답게 졌으면 하는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군요.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무슨 묘미?”
“여행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것...”
"정답이네!"

정말 그렇군요. 여행이란 결국 떠난 자의 마음을 풍요롭고 평화스럽게 하기 위한 게 아닐까요? 지금 이 시간들이 우리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주고 있군요. 아름다운 건 아름답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평화로운 것은 평화롭게 느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그 낙엽위의 길에서 조깅을 하고 있는 모습은 더욱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흰 머리를 휘날리며 부인의 손을 잡고 느리고 여유 있게 걸어가는 은발의 신사, 토끼처럼 날 세게 뛰어가는 금발머리의 소녀, 개를 앞장세우고 휘파람을 불고 가는 중년 남자…





평화! 모든 풍경이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군요. 한없이 걸으며, 한없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보고 싶은 그런 길입니다. 우리는 동상들을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기도하고, 로뎅의 생각하는 조각 앞에서는 깊이 생각에 잠기는 포즈를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로뎅의 조각앞에서 한동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아내가 그새 사진을 찍었지 뭡니까? 그 조각상 앞에 똑같은 포즈를 하고 눈을 감자 나는 아득히 먼 다른 세계로 떠나가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풍경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흉내를 내면서 창조의 길로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늦가을에 사색의 길로 떠나는 흉내내기... 재미있지 않은가요? 여러분도 그런 동상이 나오거든 순진한 마음으로 돌아가 흉내를 한번 내 보세요. 그럼 또 다른 세계가 당신의 마음을 두드릴 겁니다.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지만 사람은 때로는 철없음이 아름답지가 않겠습니까? 내가 누워있는 여인의 동상의 젖꼭지와 다리의 선을 만져보자 아내는 망칙하다고 핀찬을 주는군요. 한 저택의 정원에 저토록 아름다운 조각을 새겨놓다니 만지지않고는 그냥지날수가 없었습니다. 허허, 이 나이에 주제가 넘은 행동인가요?



또 언덕 위에 그림처럼 서있는 저택은 왜 이다지도 아름답지요? 정말 인간으로 태어나서 저런 집에서 한번은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호화롭다고 생각하기전에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호수같은 바다와 낙엽이 물든 나무들로 둘어싸인 풍경은 꼭 한 폭의 수채화 같군요.

“저기, 바이킹호가 보이네요!”
“흠… 저 배가 바로 오늘밤 우리가 타고 발틱해를 건너 헬싱키로 갈 배라오.”
"아하!"



멀리 빨간 단풍 사이로 오늘 밤 우리가 타고 갈 바이킹호가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우린 오늘밤 이 배를 타고 핀란드의 헬싱키로 떠나갑니다. 아마 밤샘을 하여야만 헬싱키에 닿을 수 있겠지요. 다음 칼럼은 헬싱키로 떠나가는 바이킹 호에서 뵙겠습니다. -계속-

(2003.10 스토홀름 유루고르덴 섬에서... 어눌한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