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서울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케하는 한강의 결빙

찰라777 2010. 1. 12. 14:09

 

하얀 도화지로 변한 한강, 결빙된 한강은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

  

 ▲ 계속되는 맹추위로 한강 전체가 결빙되어 한장의 거대한 도화지처럼 변해버린 한강

 

 

한강은 지금 거대한 한 장의 흰 도화지로 변해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강 결빙 관측지점인 한강대교 부근이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얼어붙은 이후 계속되는 맹추위로 결빙범위가 확대되면서 한강은 백야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계속되는 한파로 강 전체가 얼어붙은 데다가 얼음위에 내린 눈이 녹지를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1906년부터 한강 결빙상태를 관측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 한강 결빙은 편년보다 15일, 작년보다는 13일 빠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은 지난 12월 26일부터 영하의 날씨를 보이기 시작한 후 1월 12일 현재까지 계속해서 17일간이나 영하의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11일 한강 잠실철교에서 바라본 한강은 별천지다. 잠실대교가 얼음위에 놓여 있고, 올림픽대교도 얼음위에 건설하여 마치 거대한 그물을 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두꺼운 옷과 방한모를 썼지만 틈새로 새어드는 칼바람은 칼로 에이는 듯 차갑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 전체가 얼어버릴 것 같다는 우려조차 생긴다.

 

 

 

  

 

 

 

▲17일간 영하의 강 추위가 지속되어 꽁꽁 얼어붙은 한강은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영화 "투모로우" 한 장면 같은 한강

 

너무 추워서인지 한강에는 철새도 오리도 보이지 않는다. 결빙된 얼음판의 눈위에는 새의 발자국인지 고기의 발자국인지 이상한 발자국 한 줄기가 뚜렷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다리 교각부근에는 거센 물살로 일부 결빙부분이 깨지면서 부서진 얼음이 모자이크처럼 변해 있다. 결빙이 금간 틈새에서 배어든 물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묘한 수묵화를 그려 내고 있다. 펭귄, 박쥐, 산수화, 새, 공룡, 등대, 럭비공… 갖가지 형상의 모양이 결빙된 눈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결빙된 얼음위에 갈라진 틈새로 물이 새어들어 수묵화처럼 여러가지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모습 

 

 

그런가 하면 결빙된 한강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는 마치 거대한 얼음 장벽처럼 보인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혹한과 폭설, 홍수와 극심한 가뭄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지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 이러한 현상은 재난 영화 투모로우 스토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전 세계에 빙하기가 오는 이유를 '지구온난화'에 두고 있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온도가 올라가 겨울에도 따뜻해야 할 텐데 이처럼 거꾸로 강추위가 몰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영화 투모로우의 기상학자 <잭 홀>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의 온도가 떨어지고,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와 사람들은 잭 홀 박사의 경고를 무시하지만 결국 지구는 그의 경고대로 빙하기가 닥치고 만다. 지구의 온난화는 해수의 온도를 하락시키고, 조류의 변동과 함께 대 한파가 몰아닥치는 원인을 제공 한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우리나라에 한파가 몰아치는 이유를 기상청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상청은 지난해 장기예보에서 한반도의 연평균기온이 상승해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앞으로는 남한지역에 스키장을 구경할 수 없을 것이라는 등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강추위에 폭설이 계속되자 뒤늦게 그 이유를 밝혔다.

 

"올 겨울에는 지난여름부터 계속돼 온 '엘니뇨현상'이 지속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이상 기상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도 기습 한파, 일시적 고온 현상 및 폭설 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폭설과 한파의 주범은 '지구온난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한파와 폭설은 지구온난화에서 온 것이라는 것이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밝힌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한강의 결빙기간을 살펴보더라도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1906년부터 우리나라 기상대에서 관측한 한강의 결빙 그라프를 보면 결빙일(파란선)과 해빙일(노란선)이 점점 좁아지고 무결빙 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강의 결빙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6.25 전쟁 때 사람들은 결빙된 한강 위를 걸어서 피난을 갔다.

 

  ▲한강의 결빙기간. 1906년부터 관측한 한강의 결빙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자료:기상청)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설과 한파는 우리나라, 중국, 유럽, 미국 등 북반구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기상전문가들은 이를 두 가지 요소가 복합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첫째는 '북극진동의 남하'이다. 북극의 차가운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팽창 수축하며 북극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주변의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한기가 한반도까지 남하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엘니뇨 모도키'의 강세'이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대륙 서쪽에 위치한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엘니뇨, 반대로 내려가면 라니냐라 하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인근의 국가들은 이 두 가지 변화에 따라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는 "엘니뇨 모도키"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모도키(modoki)'는 엘니뇨와 '비슷하다'는 일본어이다. '엘니뇨 모도키'는 중부태평양의 온도가 높아져 동남아시에 온난 다습한 기류를 일으키는 변형 엘니뇨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번 폭설은 북극진동으로 인해 동아시아까지 내려온 한기가 엘니뇨 모도키로 인해 따뜻해진 기류와 만나서 생긴 결과라는 것. 앞으로도 북극의 한기와 엘니뇨 모도키가 만나서 폭설과 한파가 반복될 것이라는 것. 결국 지구온난화는 기후의 균형을 무너뜨려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날씨가 추우니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는 이론은 성립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혹독한 추위가 몰아닥치고 있지만, 12월의 러시아의 모스크바 지역은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비기 내려 겨울 곰이 동면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록 가상의 시나리오 영화지만 영화 투모로우에서 제시된 이론들과 유사하다.

 

 

 

 

 

▲올림픽 대교와 잠실철교, 그리고 한강둔치가 결빙된 한강과 이어져 마치 육지처럼 보인다.

 

 

대자연을 두려워 할 줄 알고, 환경 파괴 멈춰야

 

지구온난화는 아마존의 밀림 개발 등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자연을 파괴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역사상 최고치에 달해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구온난화는 수백 년에 걸쳐 반복되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받아친다.

 

반면에 어떤 학자들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Gaia)이론을 주장한다. 우리 인간은 지구라는 시스템에 속한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며, 기후변화로 이상 현상이 심해지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찌되었던 단 하루 만에 내린 폭설 때문에 서울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볼 때에 기상이변이 계속되면 지구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것임에 틀림없다.

 

잠실철교 보도를 두 인부가 눈을 치어내고 있다. 혹한의 추위에 길을 내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 치어진 눈 위로 젊은 청춘 남녀가 재잘거리며 걸어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두 인부가 눈을 치운 길 위를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며 걸어가는 청춘남녀(잠실철교)

 

 

그러나 결빙된 틈새로 그려진 그림들이 마치 인류의 종말을 고하듯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어떤 그림은 북극곰이 허우적거리며 녹아내린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처럼 보이고, 어떤 그림은 벌거벗은 여인이 물속으로 잠겨드는 듯 보인다. 바다위에 외로이 떠 있는 등대도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자연의 재난으로 붕괴된 물속에 가라앉는 듯이 보이는 한강의 결빙위에 그려진 여러가지 형상들.

 

남산타워가 붕괴되며 물속으로 잠기는 듯한 모양도 보인다. 겨울 낚시를 하고 있는데 축대가 무너지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새의 모습과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공룡처럼 보이는 그림들은 어쩐지 지구 재난으로 허우적거리는 물체처럼 보여진다. 

 

엘니뇨(El Niño)는 에스파냐어로 <신의 아이(그리스도)를 뜻하며, 이 현상이 크리스마스 후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데서 유래한다. 아기예수의 출현이 기후변화로 나타나 인간에게 환경파괴의 결과를 미리 경고해 주는 것일까? 어쨌든 인간이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훼손을 멈추지 않을 때 우리의 미래는 한강위에 비친 그림처럼 되고 말 것이다.

 

(거대한 흰 도화지로 변해버린 한강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