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맞은 배추와 무, 호박과 콩
어떻게 하지?
기온이 급강하를 하며 매일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아직 가을걷이를 덜 끝낸 농작물들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면 채소를 비롯해서 텃밭에 남아 있는 농작물이 냉해를 입어서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호박은 벌써 몇 개째 기력을 피지 못하고 말랑말랑 해지거나 벌레가 들어서 망가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서리를 맞으면 호박은 운이 크게 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텃밭을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호박은 따내서 버리고 아직 딴딴한 것만 5개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서리를 이겨낼지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아직 덜 익은 호박을 따내기도 좀 뭣해서 그대로 두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 추워지기 전에 따내 썰어서 말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서리맞은 여린 호박은 따냈다.
▲만저보아서 아직 딴딴한 호박은 익을 때가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배추는 그런대로 추위를 잘 견뎌 내고 있습니다. 벌레를 좀 먹긴 했지만 결구가 되어가며 점점 커지고 있는데 김장을 할 때까지 잘 견뎌줄지 걱정이 됩니다. 120포기를 심어서 40포기 정도는 미리 솎아내서 김치를 담가 먹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날씨가 좀 풀린다고 하는데 더 추워지면 서리방지를 위해 비닐을 씌워주어야 하지 않을 지 걱정이 됩니다. 나무젓가락으로 배추벌레를 잡아내며 얼마나 애지중이 하며 키운 자식들인데……
▲매일 아침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앉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사하다.김장을 할 때가지 무사해야 할 텐데..
무와 당근도 아직은 무사합니다. 이제 겨우 아기 팔뚝처럼 굵어져 가고 있는데, 서리를 맞거나 얼어버리면 무 농사는 끝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잎은 시래기 만들기에 딱 좋은데 뿌리가 총각김치를 담글 만큼 굵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당근도 점점 뿌리가 굵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동장군님이 좀 늦게 찾아와 주셔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밑이 굵어지고 있는 무. 잎은 시래기를 담기에 딱인데, 무는 좀 더 굵어져야 한다.
금년에는 태풍 피해로 배추와 무값이 크게 올라 갈 것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10월 말까지만 잘 참아주면 그런대로 우리가 먹을 김장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지에 채소를 키우는 것은 하늘이 점지를 해주므로 장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에서야 비닐을 씌울 수도 없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기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근
▲당근과 무 잎이 서리를 맞고도 아직은 싱싱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아 있는 농작물이 콩입니다. 서리 태와 대두 콩을 빈 땅 여기저기에 심었는데 생각보다 열매가 잘 달려 있습니다. 대두 콩은 잎이 노래지며 익어가고 있어 곧 수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리 태는 아직 잎이 파랗게 남아 있어 완전히 익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아마 11월경에나 가야 타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경험이 없어 지리산에서 혜경이 엄마가 보내준 콩을 그대로 심었는데, 아랫집 현희 할머니네 콩보다는 열매가 훨씬 적게 달려 있군요. 내년에는 이곳 연천 토질에 맞는 콩을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리태 ▲대두콩
▲아직은 잎이 파란 서리태 ▲잎이 노래진 대두콩
또 한 가지 콩은 울타리콩입니다. 이 녀석을 울타리 밑에 심어놓았는데 가뭄 때문인지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여름이 다 가도록 열매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물을 주면서 " 너는 주인이 땀을 흘리며 물을 주는 성의에 보답도 하지 않느냐?" 구박을 주곤 했는데,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저렇게 작두처럼 큰 콩이 울타리를 타고 몇 군데 매달려 있군요. 울긋불긋 보란 듯이 탱탱하게 매달려 있는 울타리 콩이 말합니다.
"쥔장님, 구박만 하지 말고 이놈을 따서 맛을 한 번 보시지요?"
"어디 아까워서 먹겠냐?'
▲먹음직 스러운 울타리콩이 울긋불긋 작두만큼 크게 매달려 있다.
울타리콩은 꼬투리가 붉게 물드는 풋콩일 때가 가장 맛있는데, 아까워서 따 먹지 못하고 씨받이로 두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님이 쌀밥에 얹어주던 울타리콩은 꼭 밤처럼 고소하고 담백했습니다. 씨로 받아두었다가 내년에는 금가락지 울타리에 빙 둘러 심어보아야겠습니다. 영글면 금가락지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울타리콩 맛을 느껴볼까 합니다.
▲가장 맛이 좋을 때이지만 씨받이로 아껴두고 있다.
아내는 콩 타작을 어떻게 하느냐고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러나 걱정 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백 평을 심은 것도 아니고, 50여 평에 지은 농사라 바싹 말려서 거적에 널어놓고 방망이로 두들기거나 도리께 질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도 어려우면 신작로에 콩을 널어 놓고 자동차로 몇 번 왔다리갔다리 하면 까지고 말겠지요. 중국을 여행하면서 도로에 콩을 널어놓고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거든요. 매일 아침 텃밭에 나와 마지막 가을걷이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해 봅니다. 아, 저~기 파란 하늘을 나는 기러기도 끼룩끼룩 노래하며 기도를 해 주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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