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부터 <해땅물자연농장>에 군청으로부터 멧돼지 포획 허가가 떨어졌다. 포수도 배정되었다. 포수는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포수는 매일 이 시간대에 사냥개와 함께 산밭에 잠복을 하여 멧돼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다가 홍 선생님은 산밭 위쪽 편으로 가시철망을 설치했다. 아마 멧돼지가 가시철망을 뚫고 들어오려면 몸에 상처가 날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아직까지 멧돼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는 산밭에서 풀을 베면서 멧돼지의 정령에게 제발 살고 싶으면 나타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한 번은 산 위로 올라가 아무도 없는 잣나무 숲에서 멧돼지를 향하여 소리를 내어 부탁을 하기도 했다.
“멧돼지야, 이곳은 너희들이 나타날 곳이 아니다. 만약에 나타나면 사냥꾼으로부터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 제발 나타나지 말아다오,”
그러나 숲에는 고요한 정적만 흐를 뿐 멧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멧돼지도 영혼이 있고 생각이 있을 터인데 아마 나의 기도를 들었지 않았을까? 멧돼지가 나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 준 것일까? 제발 멧돼지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며칠전에 고라니가 나타났다. 녀석은 잣나무 숲에서 슬금슬금 거러 내려 오더니 사방을 휘휘 둘러보고는 여유있게 사라졌다. 고라니가 사리진 뒤 산밭에 가서 울타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두 군데 구멍이뚫려 있다. 멧돼지 구멍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고라니가 구멍을 뜷어 놓은 듯 하다. 그러나 고라니가 먹을 작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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