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 대한 예의
잡초가 무성한 밭에서 풀을 베다보면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이 뱀이다. 이렇게 무성한 풀 속에 뱀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더구나 <해땅물자연농장>은 농약을 전혀 치지 않기 때문에 개구리, 벌레 등 뱀의 먹거리가 풍성하다.
“뱀을 만난 적은 없나요?”
“왜요? 자주 만나지요. 예초기를 돌리다가 뱀이 예초기 칼날에 치여 죽기도 한답니다. 그럴땐 뱀에게 참으로 미안하지요. 어느 날 풀을 베다가 뱀을 만났는데… 뱀과 눈을 마주치며 부탁을 했어요. ‘뱀들아 앞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곳은 너희들의 영역이 아니지 않느냐. 부탁한다.’ 뱀은 내 눈을 한 동안 바라보더니 스르르 사라졌어요. 그 뒤로 뱀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요?”
“네. 뱀의 자연령과 데바의 신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더니 그 요청을 들어 주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풀을 베실 때에 뱀에 대하여 최소한의 예의 갖추시면 전혀 뱀에게 물릴 염려가 없습니다. 풀을 베기 전 먼저 인기척을 하면 대부분 뱀들이 피합니다. 그리고 풀을 벨 때 먼저 낫으로 땅을 툭툭 치고 낫을 풀 속에 넣은 다음 풀을 잡으세요. 그러면 뱀이 알아듣고 먼저 피하기 때문에 뱀에게 물릴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뱀들도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공격을 하지 않거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방법이 참 좋군요. 옛날 고승들께서 보행을 할 때에 지팡이를 들고 땅을 툭툭 치는 것도 뱀이나 곤충 들이 발에 밟히지 않도록 피하라고 사전에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 이치와 같군요.”
나는 그 뒤부터 풀을 벨 때에 낫으로 땅을 탁탁 쳐서 뱀이나 파충류, 곤충들에게 피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낫을 먼저 풀 속에 넣은 다음 풀을 잡았다. 다행히 아직까지 뱀을 보거나 만적이 없다. 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갖춘 덕분이 아닐까?
'국내여행 >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6일만에 수확하는 토마토 (0) | 2013.07.09 |
---|---|
도대체 몽둥이를 들고 논에서 뭘 하지? (0) | 2013.07.08 |
멧돼지 대신 나타난 고라니 (0) | 2013.07.05 |
장맛비 속에 모를 심다 (0) | 2013.07.02 |
네 번째로 발견한 네잎 크로바 (0) | 2013.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