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도대체 몽둥이를 들고 논에서 뭘 하지?

찰라777 2013. 7. 8. 08:17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에 소재한 해땅물자연농장은 모내기를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다. 농장 주인 홍려석 씨는 모내기가 늦어지자 마음이 점점 조급해 지고 있다. 늦어도 6월 말까지는 끝내야 하는데 일손을 구할 수 없어 7월 초순이 다 가는데도 모내기를 끝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째 홀로 모를 심어보지만 역부족이다.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홍 씨는 지난주에 아홉 분의 할머니들을 겨우 구하여 호미로 모를 심었다. 그러나 1,700여 평의 논 중 600여 평이 아직 남아있다. 비가 와서 할머니들이 자기 집 일에 바쁘기도 하지만, 호미로 모를 심는 작업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려석 씨는 모내기를 할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직 모내기를 다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그와 그의 친구가 호미 대신 몽둥이로 논에 구멍을 뚫고 모내기로 하고 있다. 호미로 모를 심는 방법보다 빠르고 수월하다.

 

 

더구나 모가 크게 자라 뿌리가 길어져 땅을 깊고 넓게 파야하기 때문에 작업이 예년에 비하여 더 힘들어 졌다. 그런데다가 할머니들은 오이 따기처럼 그늘에서 쉬면서 할 수 있는 편한 일을 찾아 간다고 한다. 모내기를 하는 논에는 그늘이 없다. 질퍽한 논에서 쪼그리고 앉아 모를 심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7월 5일)  할머니 세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다 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분도 오시지 않았다.

 

아침에 농장에 가보니 홍 씨는 몽둥이를 들고 논에 퍽퍽 내려치며 구멍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몽둥이로 뚫은 구멍에 그는 모를 심기 시작했다.

 

"아니, 몽둥이로 무엇을 하는 거죠?"

"고추 모종을 심을 때 쓰는 몽둥이 인데요. 한 번 써보니 괜찮은데요. 호미로 땅을 파는 것보다 수월하고 속도도 빠른 것 같아요."

 

그는 몽둥이로 판 구멍에 모를 심어보니 호미로 심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몽둥이로 뚫어 놓은 구멍 안에 모를 집어넣고 구멍을 아물게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11시경 마침 그의 친구 한 분이 서울에서 모내기를 돕기 위해 왔다. 홍 씨는 그에게 구멍을 뚫는 방법을 일러주고 나와 합세를 해서 구멍에 모를 심기 시작했다. 구멍을 뚫는 속도와 둘이서 모를 심는 속도가 대강 맞아 들어갔다.

 

"이거야말로 신 모내기 공법인데! "

"하하, 몽둥이 모내기 공법은 정말 새로운 발명품이네요."

  

 ▲고추 모종을 할 때 구멍을 뚫는 몽둥이로 홍려석 씨가 논에 모를 심을 구멍을 파고 있다. 호미로 모를 심을 할머니들을 구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다.

 

몽둥이 덕분에 모내기가 훨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몽둥이로 구멍을 뚫고 모를 심는 모습이 정말 진풍경이다. 하지만 해가 지도록 모내기는 다 끝내지 못했다. 맨 아래 논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무리 빨리 심는다고 해도 세 사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렇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모를 심는 일은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워 큰 문제에 봉착을 할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할머님들이 돌아가시면 일손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몽둥이로 구멍을 뚫어서 모를 심는다 해도 그 많은 논에 모내기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잡초 밭에 심는 모내기를 기계로 대체를 할 수는 없다. 홍 선생님은 풀을 뽑지 않는 자연농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풀을 뽑지 않고 모내기를 하는 것이 좋은 면도 있다. 풀을 뽑지는 않지만 논에 물을 고이게 하면 대부분의 풀들이 죽고 만다. 모내기를 하기 전까지는 밭 상태로 있는 상태에서 자라난 풀들이기 때문에 물을 채우면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한 번 모를 심어 놓으면 거의 논에 풀을 맬 필요도 없어요. 모를 심기까지는 힘들지만, 어떻게 보면 관행농법에 비하여 훨씬 농사를 짓기가 편한 면도 있습니다. 풀 자체가 거름이 되어주고 모가 튼튼하기 때문에 병충해도 별로 없어요. 문제는 수확량인데요. 작년에 다섯 가마의 쌀을 생산했는데, 13가마 정도만 생산을 한다면 일반 관행농의 70% 수준으로 수확을 하게 되는 샘이거든요."

 

저 잡초 밭에서 쌀을 생산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보통 상식으로는 거의 기적적인 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비료와 거름을 일체 주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 생산한 벼는 밥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홍 씨는 금년에는 더 많은 쌀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