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에 흰감자 남작을 캔 이후, 어제(6월 28일) 자주감자를 캤다. 장마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있어서다. 그런데 첫 몇 그루를 캤더니 웬걸,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일줄 알았는데 이건 붉은 감자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씨알은 작지만 알갱이는 방울토마토처럼 둥글둥글한 붉은 감자가 촘촘하게 달려 있다. 감자 중에 가장 잘생긴 감자일 것 같다.
아마 자주감자 씨에 붉은감자가 몇 개 섞였던 모양이다. 붉은감자는 캐보기도 처음이지만 구경도 처음 해본다. 붉은 감자는 껍질이 얇아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또 생으로 썰어서 샐러드를 해먹기도 한다고 한다.
5그루 정도 캐니 예상했던 대로 자주색 감자가 나왔다. 자주색 감자는 막 캐내면 검은 빛이 도는데, 껍질을 벗기면 완전히 자주색이다. 자주색 감자는 색깔도 거무티티하지만 생긴 석도 지지리도 못 생겼다.
아무튼 나는 감자를 모두 캐서 박스에 담아 그늘진 곳에 옮겨 놓고 박스마다 사과 한 개씩을 넣고 신문지로 덮어두었다. 감자농사를 단 두 줄 지으면서 흰감자, 붉은감자, 자주감자를 수확하다니 정말 웃기는 감사농사를 지었다는 생각에 킥킥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감자를 수확하여 박스에 담아 놓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다음날 아침에는 감자를 종류별로 테이스팅을 하기로 했다. 나는 흰감자 2개, 붉은 감자 2개, 자주감자 2개를 골라서 작은 바구니에 담아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세 가지 중에서 역시 붉은 감자가 가장 매끈하게 생겼고, 자주감자는 돼지주둥이를 내밀 듯 못생겼으며, 흰감자는 마마자국처럼 옴팍하게 들어간 자국이 강아지얼굴처럼 웃기게 보인다. 그래도 생명이 있는 것들이라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고, 감자가 컬러풀하네요! 호호.”
“우와, 정말 형형색색이네! 우리 오늘 아침 감자맛 품평회를 합시다. 하하.”
드디어… 아내가 감자를 삶아서 식탁에 올렸는데, 그 모습은 더 가관이다. 붉은감자는 껍질이 거의 다 벗겨졌고, 자주감자는 벌렁 자빠져 돼지코를 내밀고 있다. 그래도 흰감자가 감자의 대명사답게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붉은감자 맛이 어때요?”
“팍신팍신한 맛은 없네요. 자주감자도 그렇고요. 난 역시 흰감자 맛이 가장 좋아요.”
“물 끼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그러나 다 같은 조건으로 삶은 감자인데 역시 흰감자가 보송보송한 맛을 내며 가장 먹기에 좋다. 붉은감자나, 자부감자는 생으로 잘라서 샐러드용으로 먹는 것이 더 맛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감자농사를 손수 지어서 아침 식탁에 올려놓고 먹는 맛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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