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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17]키스소리 요란한 '피의 사원'에서

찰라777 2005. 9. 9. 08:15

▲ 피의 사원 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결혼 축하객들.  축하는 뒷전이고...

쪽쪽 키스하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키스소리 요란한 피의 사원에서


다시 운하 쪽으로 나오니 우리는 붉은 벽에 마치 양파 머리지붕처럼 생긴 건물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피의 사원’이다.

 

이 성당의 정식이름은 스파스 나 클라비 성당(예수부활 교회)인데, 1881년 5월 1일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 테러로 피를 흘리며 암살당한 자리에 세워졌다고 하여 ‘피의 사원’으로 더 알려져 있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15유로)다. 해서 우린 그 돈으로 멋진 러시아 카페에 들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당초에는 ‘문학 찻집’에 들릴 예정이었으나 아내가 저혈당 끼가 있어서 피의 사원에서 가까운 그리바에도프 운하 거리에 카페로 들어가기로 했다.


 


▲ 우연히 들어간 운하변의 러시아 카페. 밤에는 공연도 한다고....


운하 변에 많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우린 그 중 깃발이 휘날리는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천장엔 이상한 휘장이 둘러져 있고, 종업원 아가시들이 매우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어 늘씬한 다리가 저절로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무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 밤에는 쇼도 하는 모양이다.

배낭을 맨 동양의 이방인이 들어가니 아가씨들도 얼떨떨 한 모양이다. 동물원에 원숭이를 구경하듯 슬금슬금 처다본다. 320루블이나 지불하고 러시아 음식을 맛본 다음 피의 사원 주변에 거리에 있는 시장으로 가서 요술 주머니처럼 생긴 러시아 인형을 샀다. 오뚝이처럼 생긴 인형에서는 몇 개인지 모를 인형이 수없이 나온다.

“이거 정말 요술인형처럼 생겼네!”
“너무 귀엽지 않아요?”

피의 사원 입장료로 점심과 인형까지 사든 아내는 매우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러시아 인형은 뚜껑을 벗기면 몇 개인지 모를 오뚝이 인형이 점점 작아지며 한없이 나온다. 정말 무슨 요술을 부리는 인형 같다.


 


▲1881년 5월 1일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한 자리에 세워진

 '피의 사원'. 모스크바  성바실리 성당과 흡사하다.


피의 사원 앞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한 때의 축하객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진을 찍는 신랑신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하객들끼리 서로 부둥켜 않고 키스를 하고 있다.

 

쪽쪽, 키스를 하는 소리가 그 옆을 지나가는 우리들에게까지 들려온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진풍경이다. 이거야 정말....


“여보, 저 사람들 좀 봐요. 신랑신부 축하는 뒷전이고 자기들기리 키스를 하고 있는….”
“하하, 재미있군. 자, 우리도 부둥켜안고 저들처럼 키스를 한번 해볼까?”
“아이고, 맙소사! 또 시작이군요.”

페테르부르크의 거리에는 신랑신부가 하객 친구들과 함께 때를 지어 몰려다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의 스스럼없는 사랑의 표시는 예술적인 도시 풍경 속에 더욱 생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