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0] 눈물의 탑

찰라777 2004. 1. 30. 00:07

.... 암스테르담(3) ....



유럽 철도망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암스테르담 중앙역.
마치 모자이크 같은 하얀 선이 이채로워....




중앙역 부근에 있는 '눈물의 탑'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어...
눈물의 탑


물과의 전쟁으로
승리한 도시
암스테르담

선조들 혼 숨쉬고 있는
희망의 다리 위로
꿈의 은륜 굴러가고

핏줄 같은 운하엔
사랑과 낭만 실은
보트 흘러가고 있네.

아, 쏟아지는
영혼의 별을 담은
눈물의 탑이여!


2003. 09.29

암스테르담에서
- 찰라 -


□ 물과의 전쟁

우리는 고흐의 미술관으로 가기 전에 우선 이 멋진 도시의 다운타운을 걷기로 했다. 비행기 안에서 밤새 웅크리고 있었던 몸을 풀기도 할 겸. 암스테르담은 도시전체가 평지여서 걷기에 매우 편하다.

생각 같아서는 자전거를 한대 빌려 타고 다니 고 싶지만, 눈에도 고장이 있어 물체가 두개로 보이는 아내는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오히려 자전거 보다는 걷는 게 더 좋 을지도 모른다.

부채꼴 모형의 운하 위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도시 암스테르담. 이 곳에 오면 언제나 새롭게 느끼게 되지만, 도대체 세상 에 이런 도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동화속의 나라처럼 보이지만 도시 곳곳에 물과의 전쟁으로 승리한 네덜 란드인들의 피땀 흘린 역사가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국토는 바다보다 낮은 땅이 무려 25%나 된다. 암스테르담은 암스텔 Amstel 강을 담 Dam 으로 막아서 건설한 도 시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100개가 넘는 운하와 1000개가 넘는 다리, 그리고 은륜이 그 다리 위를 굴러가는 자전거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호스텔에서 담 광장까지는 그렇게 멀지가 않다. 거리엔 색색의 트램과 버스가 오가며 도시를 역동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거기에 암갈색 벽돌, 모자이크 하듯 흰줄로 그어진 유리창이 달린 건물과 집들. 이 건물들은 대부분 네덜란드가 17세기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여 황금기를 맞을 때 지어진 집들이다.

네덜란드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튤립과 아름다운 풍차의 나라로 각인되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의 피눈물 나는 물과의 투쟁사가 얽혀있는 이 도시의 운하와 다리를 걸어 다니는 것을 더 좋아 한다.

중심가의 담 광장. 비둘기떼만이
가을의 쓸쓸한 광장을 메우고 있다.
담 광장에는 여전히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중심부를 Y자형으로 흘러가고 있는 암스텔 강을 막으려고 댐을 건설 했다는 곳.
주위엔 고풍스런 왕궁과 신교회, 그리고 두 마리의 사자가 지키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 위령탑이 우람하 게 서 있다.

암스테르담에는 이 위령탑 외에도 두개의 유명한 탑이 있다. 그 하나는 28개의 종으로 만든 카리용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품어내는 ‘문트 탑’(첨탑)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로 일을 나간 남편들을 울면서 배웅했다는 ‘눈물의 탑’이다. 문트 탑은 꽃시장 부근에 있고, 눈물의 탑은 중앙역 인근에 있다.


□ 인간 고흐를 찾아서

담 광장을 지나 하얀색의 테두리를 입힌 화려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중앙역 광장에 이르렀나 보다. 부채 꼴 모양의 운하가 역사 앞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운하건너에는 ‘눈물의 탑’ 이 보인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바다에 잠겨 하늘의 별로 사라졌기에 눈물의 탑이라고 명명했을까?

물과의 투쟁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진 암스테르담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슬픈 사연을 간직한 곳도 많다. ‘눈물의 탑 ’과 '안네 프랑크의 집’ 그리고 지금 내가 가서 보고자 하는 '고흐미술관'이 그렇다.

인간 고흐! 그림이 배우고 싶어 당시 유명한 화가 쥘 브르통을 찾아서 100여km를 허기진 배를 움켜지며 걸어갔던 청년 빈센트 반 고흐…. 그 때 그가 신었던 혓바닥이 널름거리도록 다 헤진 구두를, 그는 ‘한 켤레의 구두’란 제목으로 그린다.

나는 이 그림을 유독 좋아한다. 구두를 살 능력이 없어서 맨발로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고흐의 정신…. 그림보다 그의 정신을 더 사 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애잔함이여!

그를 생각하면 걸어서 가야 할 길을 우리는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편하게 고흐의 미술관으로 가고 있다. 담광장과 중앙역 사이의 운하를 몇 시간 걷는 것만으로도 아내와 나는 벌써 지쳐있었기에…. 아, 나약한 인간 찰라여! <계속>



담광장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다운타운의 화려한 모습. 갈색의 벽돌이 정겹다.



정감이 가는 트램 앞에서의 포즈. 레일위를 느리게 달리는
트램의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고향가는 완행열차가 생각이 나....



고흐의 미술관으로 가는 트램. 트램 내부의 디자인과 의자도 컬러풀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