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스테르담(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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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나는 밀밭 Wheat field with crows". 1890.7 오베르쉬르우아즈 캔버스에 유채. 50.5*103cm.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 고흐 국립미술관 상하의 폭이 좁고 옆으로 기다란 그림으로 고흐가 죽기 3일전에 그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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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에 시달려 귀를 자른 후 그린 자화상 캔버스 유채. 51.0 x 45.0 cm. Arles: January, 1889. Collection Niarchos
| □ 고흐를 찾아서...
그림은 밀밭을 중심으로 하늘과 양분화 되어 있고, 어두운 하늘에는 까마귀들이 어지러이 날고 있다.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음일까? 밀밭으로 끝나는 지평선 넘어에는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춤을 넘실넘실 추고 있는 황금 밀밭 위에는, 두 무리의 갈 곳을 잃은 흰 구름이 떠 있다. 고흐는 이 구름을 그 자신과 동생 태호의 방황하는 영혼이라고 했다.
불타는 듯한 밀밭에는 세 갈래의 길이 출구가 막힌 채 막다른 길로 뻗어 있다. 그 어느 길을 택할지라도 하늘로 닿는 지평선과 만날 수 없는 비애....... 극도의 고독. 그의 미래는 검은 구름과 까마귀, 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뿐이다. 그러나 그는 풍성한 수확을 노래 하는 마지막 영광스런 춤을 추고 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그의 강열한 붓질…. 어디론가 깊숙이 침잠되어 가는 그의 타는 듯한 내면의 함성은 이 이방인의 가슴을 얼어 붙게 한다. 그는 뭉뚱한 붓으로 죽음 직전까지도 거의 하루에 한 점의 그림을 미친듯이 그려나갔다. 그림은 고흐 자신 이였으며, 신앙 이었다.
허지만... 그의 그림은 생전에 단 한 점밖에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삶을 부정해 본적이 없었다. 그는 하나님의 섭리를 굳게 믿었고, 자기에게 주어지는 모든 조건을 운명으로 받아 들였다. 그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하리라는 예감을 가지고 있었다 . 그는 파고드는 고통과 슬픔을 타고 넘으며, 항상 그림 그리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한 때 목회자의 길을 걷기도 했던 고흐가 이상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방황하다가 택한 길이 화가의 길이었다. 그는 이 운명의 길을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알게 되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는 그림을 통하여 사랑과 외로움, 고통, 슬픔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혹독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것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는 그의 정신병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하나님은 예수님도 될 수 있고, 부처님도 될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하나님은 종파를 떠난 절대의 하나님이었다.
땅땅! 밀밭 어디선가 권총을 쏘는 고흐의 환상이 그림위에 피어오른다. 소름이 끼치는 고흐의 절규. 권총으로 그의 가슴을 쏜 고흐는 피를 흘리며 여인숙으로 기어와 죽음을 맞이한다. 파리에서 달려 온 동생 태호에게 그가 한 마지막 말.
“정말 내게는 너무도 힘들었다…. 나처럼 속수무책인 사람을 본 적 있니? 나는 권총도 제대로 쏠 줄 모르니 말이야. 나는 어느 것 하 나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까마귀 나는 밀밭'이란 조그마한 화폭에서 붙박힌 듯 서 있는 나의 시선 속으로 정신병에 시달리며 귀를 자른 고흐가 절규를 하고 있는 환상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평생 단 한 점밖에 팔리지 않았던 그의 그림...
그러나 그가 귀를 자른 후 귀에 붕대를 감은 모습을 그린 그의 자화상은 몇 년 전에 92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거래가 되었다니…. 그가 무덤 속에서 이 사실은 알면 무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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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먹는 사람들' 누에낸. 1885 캔버스 유채. 81.5x114.5cm.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 고흐 국립미술관 | □ 아내여, 힘을 내오!
또 한점 보고 싶었던 그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Les Mangeurs de pommes de terre”. 나는 가난한 농부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 고 어두운 집에서 감자를 먹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아내가 생각났다.
아내는 너무 많이 걷기도 하였지만, 피곤한 여정 때문인지 저혈당으로 초콜릿을 먹으며 복도의 의자에 누워 있겠다고 했던 것. 그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아내는 갑작스럽게 저혈당이 오면 맛없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 복도로 나가니 아내가 아직까지 좁은 의자에 눈을 감고 누어있다. 끌끌...
측은한 마음으로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그림으로 자신의 아픔을 매워갔던 고흐와 여행으로 자신의 병을 이겨가는 아내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둘이 다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고흐가 미친듯 그림을 그리며 살아갔던 인생이라면, 아내는 갑작스런 중병으로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후,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야만이 살아갈 수 있는 여행중독증(?)이라는 새로운 병을 하나 더 앓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여행을 떠나자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떠난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아내는 덤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라며 아픈 몸을 이끌고 사회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는 아직도 하루에 네번의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 인젝션을 하고 고혈압, 갑상선, 심장약, 관절염약... 몇 가지나 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내일이 어떻게 될줄도 모르는 자신의 인생을 여행으로 추스리며 활력을 찾고 있는 여자. 그러나 아내는 자신의 인생을 한번도 비관해 본적이 없다. 아픔과 친구가되어 정말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아내여! 힘을 내오. 아내가 비시시 눈을 뜨며 나를 쳐다본다.
“여보, 좀 괜찮아요.” “응, 당신이야? 이제 조금 나아 졌어요.” “그럼…. 고흐의 그림이나 좀 보러가요.” “당신이나 잘 구경해요. 난 그림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데...” "잠간동안 두어 점만 보면되요. 일생에 보기 힘든 그림들이니...."
어지럽다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 나는 예의 그 두 그림을 다시 보러 갔다. 사실 나 혼자만 그 그림을 보고 나오기에는 너무 아쉬웠던 것. 고흐는 내 어린 날부터 아련한 추억과 인연이 있어서 일까? 우리집 거실에는 "고흐의 선반"이란 도자기 작품이 한점 자리잡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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