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의 마돈나". 라파엘로. 드레스덴
미술관
엘베강의 석조도시 드레스덴은 강둑이 좁다.
그러나 도시구조가 여러 가지로 베네치아를 연상케 한다. 작센 왕국의 통치자 아우구스투스는 ‘엘베강이 베네치아보다 못할 게 뭐람’하며 또
하나의 베네치아를 가꾸고자 했다고 한다. 그는 보석처럼 빛나는 츠빙거 궁전을 건축하고 그곳에 거장들의 작품을 가득 체우고자 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라파엘로의 작품 ‘시스티나의 마돈나’다.
츠빙거 궁전에는 제각기 특성이 있는 전시관이 6개나 있다. 그 중에서 고전파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에는 렘브란트의 '시스티나의 초상화',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Sistine Madonna)'등
유명한 그림이 있다. 츠빙거 궁전 안에는 또 다른 역사박물관과 도자기 박물관이 있는데, 대부분 전시품들이 단단한 철갑 속에 보존되어 있다.
드레스덴 미술관은 고대 근대회화, 조각, 보물,
도자기, 공예,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미술관이며 이 모든 소장품들은 작센공의 미술 컬렉션에서 유래한다. 특히 오늘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걸작 중 다수가 그에 의해 드레스덴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특히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는 그림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많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예술가의 생각과 수도원장의 생각차이.
이 그림을 엄청난 금액으로 바가지를 씌어
팔아먹은 피아첸차의 도미니크 수도원장은 ‘엄청 짭짤한 거래’를 했다고 거래 장부에 기장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고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빙켈만은 작품 구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탈리아의 가장 고귀한 보물, 아니 유럽 회화의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작품을 작센에서 보게
되었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 예술작품은 정말이지 아는 만큼 느낀다.
시스티나의 마돈나. 그 그림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그림에서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오른 팔에 안고 서 있다. 그냥 편하게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가만히 내밀어 보이고 있다.
푸른 휘장이 양쪽으로 갈라지자 불현듯 황금빛 광채가
피어오르고, 형언할 수 없이 맑은 공기가 코끝에 달라붙는다. 천사들의 합창이 들려오고, 솜사탕 같은 하얀 구름 속에서 날개를 단 어린 천사들이
봄날 뜰에 핀 꽃들처럼 앞 다투어 앙증맞게 고개를 내민다.
어디선가 심술궂은 바람이 입김을 불어서 마리아의 두건과 옷자락을
잡아챈다. 어기예수의 머리카락도 헝클어지고… 옷깃을 잡아채는 바람은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수법이라고 한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손짓과 몸짓,
그리고 펄럭이는 옷자락도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수단이다. 만약에 마리아가 차렷 자세로 서 있고, 교황과 성녀가 단정히 무릎을 꿇고 마리아를
올려보고 있다면 이 그림은 생기 빵점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림에 나온 교황은 식스투스2세(Xystus 2. 257~258년
재위)는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로마제국을 통치할 때 순교하였다고 하는데, 이탈리아 피아첸차에 소재한 도미니크 수도원의 수호성인으로 오랫동안 기림을
받았다고 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가 1513년에 라파엘로에게 부탁을 하여 그린 그림을 도미니크 수도원에 기증을 했다는 것.
그림 속에 숨은 일화 한 토막.
라파엘로에게
그림을 주문한 율리우스 2세는 그의 작업실로 친히 가서 교황 식스투스 2세의 초상을 그려 넣을 때 자신의 얼굴을 닮게 넣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나쁜 쪽으로 보면,
라파엘로의 걸작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 넣어 성인의 명예를 가로채겠다는 속셈으로 볼 수 있고, 좋은 쪽으로 보면, 율리우스 2세가 순교자 식스투스
2세의 용기를 본 받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교황의 압력을 거절하지 못한 라파엘로는 군말 없이 율리우스
2세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것. 어차피 천년이 넘는 모습을 누가 확인할 길도 없고 하여 라파엘로는 괜히 서슬이 퍼런 율리우스 2세의 비위를
거스를 필요가 없었던 것.
여기서도 고집불통의 미켈란젤로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미켈란젤로는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 천장벽화를 그리다가 사사건건 율리우스 2세와 맞서 싸우다가 피렌체로 돌아가는 사태까지
번지곤 했던 것.
교황 맞은편에 짝을 이루는 인물은 성녀
바르바라이다. 그녀 역시 피아첸차 시의 수호성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데, 바르바라가 그리스도교에 입문을 했을 때 앞뒤가 꽉 막힌 그녀의 아버지가
가문에 죽을 큰 변이 생길 줄 알고 딸을 돌탑에 가두었다가 목을 베어서 죽였다고 한다. 아마 집안 전체에 미칠 박해가 두려워서였을까?
그림에서 교황 식스투스의 손가락과 성녀 바르바라의 젖힌 자세는 둘 다 그림 속의 사건과 그림 밖에 있는 우리들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안내자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눈에 띠는 것은 구름 속에 천진난만하게 내다보는 아기천사들의 모습이다.
턱을 괴고 위를 쳐다보는 아기천사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기 천사들은 공간 구성의 시발점을 이루면서 동시에 그림의 심리적 깊이를 확장시키며 안정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물관에서 파는 그림엽서도 아기천사만 따로 구분을 하여 팔고 있는 엽서가 더 많다.
그림 한점에 숨어 있는 뜻이 이처럼
많다.
혹 ‘라파엘로 코드’란 제목으로 제2의 댄 브라운이 나오는 않을 런지… 하여간, 이 그림 한점을 보는 것만으로도 드레스덴에 온 것은
대 만족이다. 만약 폴란드 바르샤바 행을 감행했더라면 언제 또 이 멋진 그림을 볼 수 있겠는가?
지난 한해동안 애독하여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6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지으세요!
challa 올림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