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발톱을 숨긴
도시
▲ 프라하 올드 타운 골목 풍경. 프라하는 유혹의 발톱을
숨긴도시다.
우리는 보헤미안의 우수에 젖은 선율을 따라
바츨라프Vaclavaske 광장부터 중세의 고도(古都)산책을 시작한다. 화약탑Prana Brana을 지나서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모차르트가 ‘돈 조반니’를 초연했다는 스타보브스케 극장Stavovske Divadlo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한 아름다운
탑! 그래서 프라하는 백탑의 도시, 북쪽의 로마, 동유럽의 파리… 등 여러 가지의 별명이 있다. 무려 백 개 이상의 탑이 프라하를 장식하고
있다하여 ‘백탑의 도시’란 말이 나왔고, 중세기의 건물들로 가득 차 있어 ‘북쪽의 로마’란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정작 프라하의
거리를 산책하다 보니 오히려 로마를 ‘남쪽의 프라하’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로마가 오토바이의 소음으로 얼룩진 거리라면 프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예술의 도시다. 음악과 낭만이 가득 찬 거리, 우리는 점점 프라하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오선지 위를 걷는
기분이랄까?
▲ 프라하의 하늘은 탑들로 가득 채워있다. 그래서 '백탐(百塔)의 도시'라고
한다.
도시 전체가 ‘중세의 박물관’을
연상케 할 만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프라하. 폴란드의 바르샤바나 독일의 베를린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도시건물이 엄청나게
파괴된 데 비해 프라하는 옛 모습 그대로 간직된 체 고스란히 남아있다.
중세풍의 골목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얽혀 있다. 바와 비어
가든, 재즈클럽, 록 공연장, 박물관과 미술관, 음악홀… 여행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일단 프라하에 들어온 여행자들은 발목이 잡혀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늦추게 된다. 그래서 카프카도 프라하를 두고 ‘유혹의 발톱을 숨긴’도시라고 했던가.
골목의 숍에는 벌써부터 샨데리아를 켜놓고 있다. 갖가지 모형의 인테리어가
지나가는 관광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바닥은 바둑판같은 돌로 깔려있다. 아무리 쏘아다녀도 싫증이 나지 않는 그런 거리다. 카프카도 이 거리를
쏘아 다녔겠지....
“여보, 저기 뜨거운 와인이 있네!” “그거 참 뜨거운
포도주라! 오늘 점심은 케밥에 뜨거운 포도주 한잔, 어떼?” “조오치요!”
▲ 유혹의 빠지기 쉬운 프라하의 거리(구시가지 골목 어느 성인 영화
상영장)
□ 뜨거운 포도주 한잔!
프라하의 10월 날씨는 춥다. 우리는 시민광장으로
가는 골목에서 ‘Hot Wine'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 케밥집 앞에 서서 뜨거운 와인을 한잔씩 마신다. 내 인생에 뜨거운 포도주를 마시기는 또
처음이다.
“자, 프라하 입성을 자축하며 브라보!” “후후, 브라보! 누가 보면 웃겠네요.”
포도주 잔을 마주
치며 케밥을 뜯어 먹는 모습이 웃기게 보이기는 한 모양이다. 케밥을 파는 종업원도 웃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윙크를 하며 웃는다. 뜨거운 포도주가
목 줄기를 타고 위장 속으로 들어가자 금방 짜르르 하고 기별이 온다.
“여보, 위장 속에 오선지가 가득 찬 기분이네!
하하.” “뜨거워서 좋아요. 헌데 금방 취기가 오는 것 같아요.” “뜨거워서 좋다! 그거 명답이네. 난 그냥 기분이 째지는데. 한잔
더 마셔야겠어.” “그러다가 취해요.” “술은 원래 취하라고 먹는 거 아닌가.” “헬로 미스터, 원 모어
플리스!” “오케이~”
□ 뭔가 강한 유혹을 느끼게
하는 올드 타운 실내 풍경
콧수염을 기른 케밥집 아저씨가 뜨거운
포도주를 잔에 가득 부어 건네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케밥에 뜨거운 포도주를 두 잔을 마시고 나니 온 세상이 부러울 게 없다. 몸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따뜻해진다.
뜨거운 와인 한잔! 이는 지친 나그네에게 엄청난 활력을 솟아나게 해준다. 와인 한잔이 오십을
훌쩍 넘은 부부 나그네에게 청춘의 기운을 불어 넣어 주다니…. 후후후… 술은 그래서 또 마시는가 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어지러운 골목의 풍경은 유혹 그 자체다. 정말 카프카가 말한 것처럼 프라하는 ‘유혹의 발톱을 숨긴’ 도시답다.
* Copyright by
ch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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