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가 차례로 나오면 종소리를 내는 천문시계
골목을 빠져 나오니 광장이 나오고, 이상하게
생긴 시계탑 앞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물려 있다. 연금술사들이 연구실과 화약창고로 쓰였다는 구 시청사 벽에 붙어 있는 천문시계다.
시계탑 앞에 늘어선 자연스런 카페가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카페에서 지친 다리를 쉬며 차와 맥주,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뭔가를 마시며 여유작작하게 앉아 있는 폼이 너무 여유롭다. 세트로 광광을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내원을 쫓아다니기 바쁜데….
“저 시계에 뭐가 있다고 저렇게 사람들이 그곳만 처다 보고 있지요?”
“아마 천사가 나와서 선물을 줄 모양이지?”
“에게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드디어 오후 1시 정각이 되니 종소리와
함께 천문시계가 돌아간다. 천문 시계는 위아래 두 개의 원으로 되어 있는데, 매시 정각이 되면 죽음의 신이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천사의 조각상
양 옆으로 창문이 열리고 그리스도 열 두 제자가 창 안쪽에서 천천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죽음의 신이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천문시계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시계가 돌아가며 인형이 나오는
군요.”
“거봐, 천사가 나오고 있지. 저 인형들은 그리스도의 12사도인데 한분씩 회전을 하며, ‘회계하라, 천국이 가까웠나니. 복음을 믿고 영생을 얻으라.’ 이렇게 말을 한다는군.”
“저 소릴
듣고 과연 회개 할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요? 어어? 꼭대기에 닭에 나와 닭이 울고 있어요!”
“내가 보기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는
한 사람도 없을 것 같아. 저기 봐, 모두들 12사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바보처럼 웃고만 있지 않아? 하하.”
열두 제자가 다
돌아간 후에 시계 꼭대기에서 닭이 “꼬끼오” 하며 울고 들어간다. 크크 방정맞기는… 그러나 사람들은 이 닭을 베드로의 닭이라 부른다. 닭소리를
들으며 문득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반한 베드로를 생각한다. 그 베드로조차 예수를 모른다고 부정했는데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 닭 우는 소리를
듣고 무엇을 회개할까? 모두가 까르르하고 웃고만 있어. 우리부부역시 그저 까르르 하고 웃었으니까…
▲천동설에 근거한 프라하 상징 천문시계
그런데 이 시계에는
웃지 못 할 전설이 하나 있다. 이 시계는 1490년 하누슈(Hanus)라는 이름의 장인이 제작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 아름다움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전 유럽으로 퍼져 똑같은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쇄도 했다는 것.
그러나 프라하 시청은 그 시계를 독점하고자 하는
욕심에 그 교수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은 꼭 그 뒤에 눈을 멀게 한다던지, 벙어리를 만들어 버린다던지 이상한
전설이 따라 다닌다니까.
그런데 졸지에 장님이 되어버린 하누슈가 자신이 만든 시계를 만져보기 위해 시계에 손을 대자마자 잘 돌아
가던 시계가 멈추어 버렸다는데, 그 뒤 400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다가 1860년대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지만 일단 이 내용을 알고 나서 시계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천동설에 기초한 두 개의 원이 아래위로 나란히 돌아가는 시계는
위는 해와 달, 그리고 북극성의 위치를 가리키며 1년에 한 바퀴씩 돌면서 연월일과 시간을 나타낸다. 밑에 있는 원은 12개월을 계절별로 묘사한
것으로 보헤미안의 농경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러니 죽지 않으려면 유명한 작품을 만들지
말아야겠네요.”
“그럴수록 만들어야지. 그 전설과 함께 영원한 유명세가 남을 테니까…”
“그건 억지 주장…”
“오 노오! 진리의
말씀.”
□ 진리에 살고, 진리를 지키다 죽어간 ‘얀 후스’
▲ 시민광장 중앙에 서 있는 양 후스
동상
광장 중앙에는 보헤미아의 성인 얀 후스의
동상이 군중들을 굽어보고 있다. 1415년 면죄부를 판매하는 체코 왕을 비판하다가 화형에 처해진 체코인들의 정신적이 지주다.
얀
후스는 체코 제1의 명문대학인 찰스대학교(까를대학교)의 초대 총장이기도 했다. 그는 구교인 가톨릭의 불합리한 점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교황과
성직자들을 맹비난을 하다가 체포되어 종교재판에서 사형이 언도된 후, 이 광장 한가운데에서 장대에 묶여 꼿꼿이 세워진 채 화형으로
순교한다.
장작불이 너무 더디게 타오르자 이를 안타까이 생각한 한 농부가 마른
볏짚을 잔뜩 장작더미 위에 쏟아 부으며 잘 타도록 했다고 한다. 이때 얀 후스는 가엾은 표정으로 그 농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한마디를
던진다. "우매한 성스러움이여…".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강도를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었을까?
▲ 구 시가 광장에서 바라본 틴 성당
얀 후스의 순교는 유럽에 30년 동안 종교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된다. 30년간의 종교전쟁은 최대의 사상자를 낸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다. 얀 후스의 동상 밑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를 말하고, 진리를 지켜라.’ 타락한
종교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종교는 때로는 너무 끔찍해.”
“.....”
“종교라는 이름으로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되니.”
“그러게 말이에요."
▲마차를 타고 구 시가지를 관광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