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노르웨이17]오슬로 사냥8 - 아케르스후스 캐슬

찰라777 2004. 5. 4. 00:41


▣ 아케르스후스 성과 노르웨이 레지스탕스



비가 오락가락하는 오슬로의 거리. 방황하는 나그네에게 비는 때로는 깊은 사색을 하게도 하지만, 배낭을 걸머진 여행객에게는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게다가 오늘 비는 내리다 말다 하여 더욱 이 워크맨을 곤혹스럽게 한다.

올려면 왕창 오던지, 아니 면 활짝 개어버리던지 하였으면 좋겠는데, 글자 그대로 오락가락하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래도 자연에 적응할 수밖 에...

다시 비가 멎어 우리는 아케르스후스 Akershus성으로 향했다. 그곳은 오슬로에서 가장 오래된 고성으로 왕가의 주거지와 요새로 사 용되어 온 곳.

우리가 그 성으로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언덕위에 세워진 고성에서 아름다운 오슬로 항구를 내려다보기 위한 것이고, 그 두 번째는 나치에 저항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였던 노르웨이 저항운동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한 것이다.

아르케스후스 성으로 올라가는 언덕은 낙엽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붉게 물든 나무들은 고성과 정말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 었다. 저게 어디 성인가? 한폭의 진한 노랑색과 빨강색의 수채화지. 10월의 하늘아래 흩날리는 낙엽을 밟으며 고성으로 걸어가는 분위기는 먼 옛날 <에 다>의 신화에 나오는 미지의 성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고풍스럽다.

중세기의 기사인 듯한 보초병이 부동자세로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발아래 떨어지는 낙엽과 그림처럼 다가오는 항구의 풍경 을 바라보며 아케르스후스의 성곽을 거닐었다. 13세기 호콘 5세가 세운 이 성안에는 고대 왕들의 무덤도 있다. 그곳에는 호콘 7세와 그의 부인, 마우드왕 등의 무덤이 있는데, 파란 잔디밭에 진열되어 있는 대포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성곽에는 사진 작가인듯한 털보 아저씨가 삼각대를 받치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음... 이곳이 오슬로 항구를 내려 찍는 데 매우 멋진 장소로군...
나도 그 털보 옆에서 항구를 향해 셧다를 몇 방 눌렀다. 그가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나도 그를 보며 윙크를 던져 주었다. 털보 작가님께서 이 동양에서 온 이방인 부부의 사진을 한 컷 찍어주시게. 이렇게 생각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심전심인지.... 그는 내 디카를 달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그가 찍어준 사진을 여기에 올려 본다. 성곽의 길과 성채, 그리고 반쯤 열려 보이는 오슬로 항구의 바다가 역시 전문가 다운 구도다. 다만 거기에 섰는 사람들이 사진에 부담을 주는 그림이 아닐까? 하하.

노르웨이 저항운동 박물관은 바로 이 성안에 있었다. 오후의 늦은 시각이라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는지 낙엽처럼 가냘프게 보이 는 아가씨가 입장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내가 지구의 반대쪽인 한국에서 당신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을 보기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하자 매표소 아가씨는 와~ 그렇게 먼데서 왔느냐고 하면서 눈을 크게 뜨더니 입장료도 받지 않고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고맙군. 비 오는날 여기까지 걸어온 소득이 있어. 착한 아가씨, 복 많이 받으시게.

이 박물관은 성곽 위에 터널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치가 오슬로를 점령했던 1940년부터 1945년까지의 나치에 저항했던 레지스탕스 운동 상황이 글과 사진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를 재현한 장면, 갖가지 고문기구,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당 시 노르웨이에 살고 있었던 유태인들의 40%가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끌려가 죽음을 당했다고 하니... 아, 가공할만한 인간의 잔인함이여!

나치의 잔학상은 아무리 사죄를 한다고 해도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 같다. 독일인들여, 그대의 종족이 씨를 말릴 때까지 반성하라! 어찌하여 인간이 인간을 그렇게 잔학하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폴란드에 가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방문할 계획이다.

“Never Again!"

영어로 된 안내책자의 마지막에 새겨진 글이다.
정말 다시는 이러한 참혹한 인간사가 이 세상에는 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사진설명
-맨 위 : 아케르스후스 성곽으로 가는 길. 단풍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보인다.
-중 간 : 털보 사진작가가 성곽에서 찍어준 사진. 어떼요? 멋있나요?
-아 래 : 털보 사진 작가를 따라 찍어본 그림 같은 아케르스후스 성의 이모 저모




-♬~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16번 a 단조 3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