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과 페르귄트의 무대 릴리함메르
하늘의 쇼, 오로라의 무대로 가는 길목에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노르웨이 릴리함메르의 새벽. 달리는 기차에서
잡은 풍경은 마치 물감으로 문지른 한 폭의 수채화 같아...(2003.10.8)
오로라!
우리가 노르웨이의 북쪽으로 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것은 오직 <오로라>를 위해서다. 당신은 이제 눈물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하늘의 쇼가 당신을 기쁘게 해 줄 터이니까.
아내는 말 그대로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아내여! 제발 동백 아가씨는 되지 말아다오. 적어도 나는 솔베이지를 울리는 페르귄트 는 되지 않을 터 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꿈결 속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외침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기차가 멈추어 서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Lillehammer란 긴 글씨가 나왔다. 릴리함메르는 ‘입센’의 희곡인 '페르귄트'의 무대가 아닌가!
릴리함메르! 어두운 밤이라 보이지는 않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곳을 '계곡의 여왕'이라고 부를 만큼 웅장하고 수려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난봉꾼인 북구의 카사노바, 페르귄트는 실존인물이다. 입센은 이 지역의 페르귄트를 그의 희곡 무대로 불러 들인다. 입센은 '인형의 집'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곳 노르웨이에서는 페르귄트가 훨씬 인기가 있다. 그래서 노르웨이 오슬로 축제는 페르귄트의 무대에서부터 시작되어 페르귄트로 막을 내린다.
페르귄트는 이 일대의 산 속을 여기저기 쏘아 다니면서 모험을 하다가, 결혼식장에서 남의 신부를 훔쳐 산으로 달아난다. 그는 산의 마왕과 계약을 맺고 쾌락에 탐닉을 하던 중 산골소녀 솔베이지를 만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페르귄트는 머지않아 솔베이지를 버리고, 다시 여행을 떠나 수많은 여인들과 애정행각을 벌린다. 멀리 모로코, 이탈리아, 캘리포니아까지 쾌락을 좇아 전전 하던 그는 거부가 된다. 거부의 페르귄트는 귀국 길에 오르지만 거센 풍랑을 만나 배는 난파되고 거지신세가 된다. 마침내 늙고 병으로 찌들은 몸이 되어 페르귄트는 호고 농장으로 돌아온다.
아아, 백발이 다 된 솔베이지는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 오직 페르귄트를 기다린다! 그 때까지 페르귄트를 잊지 못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늙고 병든 몸을 겨우 이끌고 돌아온 페르귄트를 만난다. 그녀는 돌아온 페르귄트를 위하여 노래를 부른다. 바로 그 노래가 솔베이지의 노래다.
아내여! 잠에서 깨어나 내 지친 영혼을 위해 노래를 불러다오! 북구의 하늘을 떠도는 외로운 영혼은 당신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당신이 품에 안겨 잠이 들고 싶소.
당신이 저를 불렀어요, 페르귄트/숲을 거쳐 오는 바람결에 당신의 부름이 실려 있었어요/꿈속에서도 당신이 부르고 있었어요/그래서 당신께로 왔지만 /당신은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떠나가는군요/떠남이 당신의 사랑이라면/기다림이 나의 사랑/당신의 말 한마 디로 기나 긴 기다림을 가져버린/내 슬픈 사랑은 하늘도 몰랐을 거예요.......중략…….
기차는 다시 움직인다. 북으로 북으로 가는 3등 열차…. 꿈결처럼 들려 오는 솔베이지의 노래속에 잠시 잠이 들었던 나는 새벽녘에 다시 눈을 떴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두운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차창에 기대여 잠이 들어 있다.
여자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원하고, 남자는 첫 사랑의 여인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아내는 마치 솔베이지처럼 오직 이 남자 한 사람만을 믿고 잠을 자고 있었다. 어둠 속을 뚫고 다시 어디선가 솔베이지의 노래가 들여오는 것 같았다.
페르귄트/오늘도 안 오시나요?/겨울/봄/여름/...... /또다시 한해가 갔어요/ 겨울 지나면 그대는 올까요?/당신의 오두막에 걸린 순 록 뿔을 지키며/당신의 자취를 바람이 씻어간 지 오래지만/기다리겠노라 맹세했기에/나는 오늘도 기다리고 있어요/당신이여!.…….
우수의 찬 바람이 우우~ 창가에 스며들고 있었다. 입센의 무대도, 난봉꾼 페르귄트의 무대도, 찬 바람소리를 따라 멀어져 가고 있었다. 여명이 스며드는 새벽.
아내여! 이제 하늘엔 빛의 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오. 내 인생의 5막 시극(詩劇) '페르귄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오이다.
여인이여! 당신은 내 지친 영혼을 위해 이 마지막 망부가를 불러주며 나를 안아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세상의 남자들이여! 솔베이지의 노래속에 담긴 의미를 아는가? 남편들이여, 조강지처(糟糠之妻)의 노래에 귀를 기우릴 지어다. 나는 <솔베이지의 노래>가 휘감아 도는 이 북구의 새벽 하늘을 영영 잊지못하리라. -찰라-
★ 노르웨이 여정도
* 빨간선 : 기 여행지(현재 릴리함메르를 지나고 있음)
* 파란선 : 앞으로 갈 여행지
* 북해와 접해있는 노르웨이는 남북으로 좁고 길어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6.4km밖에 안된다. 약 15만개의 섬이 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고작 2000여곳. 오로라는 북위 68도를 전후한 보도 Bodo 위쪽에서 출현한다. 필자는 기차와 버스, 페리호를 번갈아 갈아타며 주로 유스호스텔이나 여행자숙소에 머물며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보다는 기차가 편하고 빠르다.
하늘의 쇼, 오로라의 무대로 가는 길목에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노르웨이 릴리함메르의 새벽. 달리는 기차에서
잡은 풍경은 마치 물감으로 문지른 한 폭의 수채화 같아...(2003.10.8)
오로라!
우리가 노르웨이의 북쪽으로 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것은 오직 <오로라>를 위해서다. 당신은 이제 눈물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하늘의 쇼가 당신을 기쁘게 해 줄 터이니까.
아내는 말 그대로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아내여! 제발 동백 아가씨는 되지 말아다오. 적어도 나는 솔베이지를 울리는 페르귄트 는 되지 않을 터 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꿈결 속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외침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기차가 멈추어 서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Lillehammer란 긴 글씨가 나왔다. 릴리함메르는 ‘입센’의 희곡인 '페르귄트'의 무대가 아닌가!
릴리함메르! 어두운 밤이라 보이지는 않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곳을 '계곡의 여왕'이라고 부를 만큼 웅장하고 수려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난봉꾼인 북구의 카사노바, 페르귄트는 실존인물이다. 입센은 이 지역의 페르귄트를 그의 희곡 무대로 불러 들인다. 입센은 '인형의 집'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곳 노르웨이에서는 페르귄트가 훨씬 인기가 있다. 그래서 노르웨이 오슬로 축제는 페르귄트의 무대에서부터 시작되어 페르귄트로 막을 내린다.
페르귄트는 이 일대의 산 속을 여기저기 쏘아 다니면서 모험을 하다가, 결혼식장에서 남의 신부를 훔쳐 산으로 달아난다. 그는 산의 마왕과 계약을 맺고 쾌락에 탐닉을 하던 중 산골소녀 솔베이지를 만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페르귄트는 머지않아 솔베이지를 버리고, 다시 여행을 떠나 수많은 여인들과 애정행각을 벌린다. 멀리 모로코, 이탈리아, 캘리포니아까지 쾌락을 좇아 전전 하던 그는 거부가 된다. 거부의 페르귄트는 귀국 길에 오르지만 거센 풍랑을 만나 배는 난파되고 거지신세가 된다. 마침내 늙고 병으로 찌들은 몸이 되어 페르귄트는 호고 농장으로 돌아온다.
아아, 백발이 다 된 솔베이지는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 오직 페르귄트를 기다린다! 그 때까지 페르귄트를 잊지 못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늙고 병든 몸을 겨우 이끌고 돌아온 페르귄트를 만난다. 그녀는 돌아온 페르귄트를 위하여 노래를 부른다. 바로 그 노래가 솔베이지의 노래다.
아내여! 잠에서 깨어나 내 지친 영혼을 위해 노래를 불러다오! 북구의 하늘을 떠도는 외로운 영혼은 당신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당신이 품에 안겨 잠이 들고 싶소.
당신이 저를 불렀어요, 페르귄트/숲을 거쳐 오는 바람결에 당신의 부름이 실려 있었어요/꿈속에서도 당신이 부르고 있었어요/그래서 당신께로 왔지만 /당신은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떠나가는군요/떠남이 당신의 사랑이라면/기다림이 나의 사랑/당신의 말 한마 디로 기나 긴 기다림을 가져버린/내 슬픈 사랑은 하늘도 몰랐을 거예요.......중략…….
기차는 다시 움직인다. 북으로 북으로 가는 3등 열차…. 꿈결처럼 들려 오는 솔베이지의 노래속에 잠시 잠이 들었던 나는 새벽녘에 다시 눈을 떴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두운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차창에 기대여 잠이 들어 있다.
여자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원하고, 남자는 첫 사랑의 여인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아내는 마치 솔베이지처럼 오직 이 남자 한 사람만을 믿고 잠을 자고 있었다. 어둠 속을 뚫고 다시 어디선가 솔베이지의 노래가 들여오는 것 같았다.
페르귄트/오늘도 안 오시나요?/겨울/봄/여름/...... /또다시 한해가 갔어요/ 겨울 지나면 그대는 올까요?/당신의 오두막에 걸린 순 록 뿔을 지키며/당신의 자취를 바람이 씻어간 지 오래지만/기다리겠노라 맹세했기에/나는 오늘도 기다리고 있어요/당신이여!.…….
우수의 찬 바람이 우우~ 창가에 스며들고 있었다. 입센의 무대도, 난봉꾼 페르귄트의 무대도, 찬 바람소리를 따라 멀어져 가고 있었다. 여명이 스며드는 새벽.
아내여! 이제 하늘엔 빛의 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오. 내 인생의 5막 시극(詩劇) '페르귄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오이다.
여인이여! 당신은 내 지친 영혼을 위해 이 마지막 망부가를 불러주며 나를 안아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세상의 남자들이여! 솔베이지의 노래속에 담긴 의미를 아는가? 남편들이여, 조강지처(糟糠之妻)의 노래에 귀를 기우릴 지어다. 나는 <솔베이지의 노래>가 휘감아 도는 이 북구의 새벽 하늘을 영영 잊지못하리라. -찰라-
★ 노르웨이 여정도
* 빨간선 : 기 여행지(현재 릴리함메르를 지나고 있음)
* 파란선 : 앞으로 갈 여행지
* 북해와 접해있는 노르웨이는 남북으로 좁고 길어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6.4km밖에 안된다. 약 15만개의 섬이 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고작 2000여곳. 오로라는 북위 68도를 전후한 보도 Bodo 위쪽에서 출현한다. 필자는 기차와 버스, 페리호를 번갈아 갈아타며 주로 유스호스텔이나 여행자숙소에 머물며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보다는 기차가 편하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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