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24]세상에! 세상에!-인간에게 가장 수치스런 아우슈비츠

찰라777 2006. 4. 13. 09:55

인간에게 가장 수치스런 아우슈비츠

 

 

- 죽음의 블록에 있는 "총살의 벽". 꽃들과 촛불들이 영혼을 달래줄까?

 

-아우슈비츠를 둘러보는 여행자들. 독일학생들의 필수 수학여행코스다.

방문자는 독일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다.

 

 

아우슈비츠 어떻게 돌아 볼 것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1940년 폴란드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당초에는 폴란드인 학살 장소로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 유럽인들, 특히 유럽각국에서 각각의 국적을 얻은 유태인, 집시, 소련군 포로들을 이곳에 보내오기 시작하였다.

수용소는 설립당시에 14동의 단층건물과, 6동의 2층 건물, 합계 20동의 건물이었으나, 1941년에는 수감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해서 단층건물들을 모두 2층으로 개축하고, 새로 8동을 증축해서 28개동으로 늘어났다.

1942년에는 한때 28,000명의 수감자들이 동시에 수감되기도 하였지만, 평균 13,000~16,000명 정도가 수감되어 있었다. 수감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용소는 살인공장으로 변해갔고, 오시비엥침에서 3km 떨어진 브젠진카라는 마을에 제2수용소가 건설되었다.

아우슈비츠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소와 기록영화 상영관이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기부함이 있는데, 여행자들은 대부분 기부함에 약간의 기부금을 넣고 간다.


 

- "일하면 자유로워진다고 슬로건을 내건 수용소 정문

   어디선가 수감자들을 환영하는 밴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수용소 정문에는 독일어로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문구가 녹이 쓴 채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이문을 통해 매일 강제노동에 끌려 나간 수감자들이 하루 12시간씩 일을 해야만 했다.

수감자들이 강제노동에 나가고 들어 올 때에는, SS대원이 수감자들의 행진을 용이하게 통제 할 수 있도록 취사장 옆 광장에서 수용소 오케스트라가 행진곡을 연주했다.

전시장은 일반 전시장, 국적별 전시장, 주요시설별로 나누어져 있다. ‘일반전시장’으로 4블록(전멸), 5블록(범죄증거), 6블록(수감자들의 생활), 7블록(줘, 위생상황), 11블록(죽음의 블록)이 있는데, 2층 4호실의 제2화장터 가스실 모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이클론 비(Cyklon B) 독가스(제4블록)

-독가스 사이클론 비. 1,500명을 죽이는데 6~7kg 사용.

 아직도 독사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샤워를 한다는 SS대원의 말에 속아서 계단을 내려간 유태인들은 옷을 벗고, 샤워실로 보이는 방까지 걸어가면, 천장에는 물이 나오는 샤워기가 달려있다. 약 63평의 지하실에 2000여명이 들어가면 문을 닫고, 천장 구멍을 통해 사이클론 비(Cyklon B)라는 가스를 투입했다.


 

-SS위병 감시 초소. 아직도 삼엄한 모습이다.

도망자를 향해 여지 없이 총구가 겨누워진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15분 내에 질식사를 하고, 그 후에 금이빨을 뽑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반지와 목걸이를 빼낸 사체는 1층에 있는 화장터로, 혹은 시체가 너무 많을 때에는 밖으로 운반해 쌓아 놓았다. 으윽! 아직도 그 지독한 독가스 냄새가 질식 시킬 듯 수용소를 감돌고 있는 같아…

수용소 소장 루돌프 회스의 증언에 다르면, 사이클론 비는 1,500명을 죽이는데 약 6~7kg의 독가스가 필요했다고 한다. 강제로 체포당해 2,400km를 기차에서 서있는 채로 끌려온 유태인이 그날로 가스실에 보내져 독살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원단

-머리카락을 뽑아 만든 원단. 아악! 모골이 송연해진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구 소련군에 의해 개방되던 당시, 창고에서 약 7톤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 독일본국에 보내기 위해 모아놓은 것. 독일의 공장에서는 그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매트리스와 천 등을 제조 하였다.

사체에서 뽑아낸 금이빨은 녹여서 막대모양으로 만들어 위생국에 보내졌고, 화장시킨 시체의 재는 비료로 사용되어졌다. 머리카락으로 만든 원단을 보고 있노라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아아, 카프카의 가방! (제5블록)

- 수감자들이 가져온 손 때 묻은 가방. 주소와 이름이 적혀져 있다.

  왼쪽에 마리 카프카의 가방도 보인다.


수감자들로부터 빼앗은 물건은 잇달아 본국으로 운반되었지만, 미처 분별작업을 하지 못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당신은 이미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그 모습들을 보았으리라.

 

- 수감자들의 눈, 안경 더미

 

 

소련군이 접근해 옴에 다라 창고에 있는 가치 있는 물건들이 본국으로 운반되는 속도가 빨라졌고, 마지막에는 불을 질러 없애려고 했다. 그러나 35칸의 창고 불럭 중에서 6칸의 블록이 불에 타지 않고 남게 되어 몇 만 켤레의 신발, 브러시, 의복, 안경, 가방들이 발견되었다. 그 잔해들은 제5블록에 진열되어 있다.

 

 

- 어지러히 널려 있는 의수족


아아, 저기 프라하에서 온 듯한 카프카 가족의 가방도 보인다. 트렁크에는 소유자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이 적혀 있다. 식기, 의수족, 어린이들의 옷과 우유병도 보인다.

 

 

-위로부터 수감자들의 식기, 아이들의 옷, 신발, 브러시.

 


▶비참한 수감자들의 생활상(제6~7블록)

- 시멘트바닥에서 잠을 자다니... 지프라기가 이블이다

 


6블록에는 수감자들의 생활상이 진열되어 있다.

“너희들에게 출구는 화장터의 연기 하나밖에 없다”

수감들이 수용소로 들어올 때 관리국장으로부터 듣는 말이다. 새로 들어온 수감자들은 의복, 소지품을 빼앗기고 3가지 포즈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왼쪽가슴에 죄수번호 문신을 새기고, 갖가지 색의 삼각형을 부착했다. 빨강색은 정치범, 빨강 노랑색은 유태인, 검은 색은 집시, 분홍색은 동성연애자 등등… 수감자들의 참상은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수용소의 주거상황은 너무나 비참했다. 7블럭은 수감자들의 주거 위생 생활을 했던 곳이다. 초기에는 콘크리트 위에 놓여진 지푸라기 위에서 잠을 잤고 후에 매트리스를 지급받았다. 40~50인용 방에는 200여명이 콩나물처럼 엮여져 잠을 자야만 했다.



▶죽음의 블록(제11블록)

다른 사람을 대신해 죽어간 폴란드 신부 막시밀리안 콜베

11블록은 죽음의 블록이다. 불과 2~3시간 사이에 수백 명의 사형판결이 내려졌고, 사형선고를 받은 수감자들은 총살을 당하기 전에 나체 상태로 ‘죽음의 벽’ 앞으로 끌려갔다. 죽음의 벽은 바로 총살의 벽이다.


 

- 총살의 벽에 바쳐진 꽃들과 촛불. 아직도 총성과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

 


“저 장미꽃과 촛불들이 죽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줄까요?”

총살의 벽 앞에는 장미꽃과 국화, 촛불 등이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기라도 하듯 놓여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저 끔찍하기만 하다. 지하 감옥은 더욱 암울하다. 이 곳은 사이클론 비를 최초로 사용하여 집단학살 실험을 한 곳이다.

 

 

- 다른 아사자 죄수를 대신해 죽어간 콜베 신부의 독방

 

지하 감옥 중에서도 18호실은 특별한 곳이다. 이곳은 배고파 죽도록(餓死) 선고를 받은 죄수를 수감하였던 곳이다. 그런데 이 감방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죽은 폴란드인 막시밀리안 콜베 Maksymilian Kolbe신부가 있다.

 

배고픈 자를 위하여 대신 죽어간 신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콜베 신부는 아우슈비츠에서도 약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한 그 시대이 성인이다. 누가 내 죽음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겠는가?


 


▶오 노, 공포의 화장터와 가스실 !

- 인간 가죽공장으로 불리던 화장터 입구. 굴뚝넘어로 살인가스로 죽어간

수감자들의 영혼이 보이는 듯...


살벌한 철조망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등골이 오싹함을 느낀다. 점호광장의 교수대는 목을 매단 영령들이 지금도 눈에 보이는 듯하다. 화장터가 가까워지자 더욱 공포감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화장터는 수용소를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바깥에 있다. 그 입구에는 1947년 4월 16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 루돌프 회스의 사형을 집행한 교수대가 남아있다.


 

- 화장터 내부 두 대의 가마 위에도 꽃과 촛불이 타고 있다

 

 

입구로 들어가 첫 번째로 나오는 방은 초창기에 사체안치소였던 것을 후에 가스실로 개조한 것이다. 뒤쪽 방에는 2대의 화장을 위한 가마가 놓여 있다. 이 이곳에서는 하루에 350구의 사체가 화장되었다. 두 대의 가마 위에는 국화꽃과 촛불이 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촛불인가?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학살현장을 돌아보는 아내의입에서는 오직 이 소리만 탄식처럼 흘러나온다. 누가 인간을 심판대에 올린단 말인가? 인간을 심판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죄를 짓지 않는 신만이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세상에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는 끝나지 않았다!
인간을 이토록 잔혹하게 학살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이것을 ‘증오’에서 찾고 있다. 게르만 족과 유태인사이의 증오, 그 증오를 이용한 희대의 최면술가 히틀러. 히틀러는 게르만족에게 증오라는 올가미로 최면을 걸었다.

 

그러나 그 증오의 벽은 끝나지 않고 있다. 기독교와 모슬렘, 힌두교와 마호메트교, 이스라엘인과 아랍인, 백인종과 흑인종… 증오의 벽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증오의 극치에 있다. 그래서 토마스 만은 나치즘 하의 독일인들과 전후 유대인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유사성에 대해 기술한 적이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미워하고 경멸하며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은 정도로 남을 소외시키며 자신이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의 유태인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는 끝나지 않았다’는 그의 저서에서 말한다. “인간은 완전한 행복을 발견할 수도 없지만 완전한 불행을 느끼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그는 아우슈비츠의 최대 피해자이면서도,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은 인간이라고 할 때, 인간인 자기 자신도 “유죄”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레비는 처음에는 유태민족의 피난처로 이스라엘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PLO거점을 침공하자 유태문화의 인터내셔널리즘적 성격이 아닌 공격적 의미의 내셔널리즘 사태를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레비는 결국 ‘인간으로서 수치스럽다’는 죄의식의 무게에 눌려 1987년 자택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자살을 하고 만다. 인간의 존재를 선과 악의 단순한 프리즘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 그 단순 이분법이 ‘삶의 회색지대’를 형성하고 증오와 전쟁, 인간 학살을 만들어 낸다.


 

아우슈비츠를 경험하고  치유 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자살한  또 다른 작가들이 있다. 파울첼란(죽음의 푸가), 타데우스 브로스키, 상 아메리, 루트 클리겔 등이 그들이다. 그들이 체험한 아우슈비츠는 인간 최악의 수치였다. 도저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


그렇다!
이 시대에도 아우슈비츠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패권주의, 민족주의, 집단 이기주의는 제2, 제3의 아우슈비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 어둠이 깔리는 오시비엠침 기차역이 암울하기만 하다


나는 몸서리 쳐지는 인간가죽공장인 화장터를 빠져 나오며 이미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지구촌에 “증오의 벽”은 언제 무너질 것인가? 어둠이 깔리고 전류가 흐르던 아우슈비츠 철조망을 빠져 나오며 나는 다시 임네 케르테스의 말을 떠올린다.

“아우슈비츠의 굴뚝에서조차도 고통들 사이로 잠시 쉬어가는 행복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내게 가장 끔찍한 일에 대해서만 묻는다. 그래, 난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면 다음엔 강제수용소의 행복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수용소안에서조차 행복을 느끼고 경험했다는 임네 케르테스나,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인 자신이 수치스러워 자살로 목숨을 끊으며 죽어간 프리모 레비의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우려야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이기주의 때문에 경솔한 판단으로 제2, 제3의 아우슈비츠와 같은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 한번쯤 읽고 보고가야할 영화와 책

 

*아우슈비츠 관련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등

 

*아우슈비츠 관련 책

운명(임네 케르테스 작)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이안 부루마 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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