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장미'라고 불리어 지는 부다페스트. 아름도나우 강변을 사이에 두고
있다.
크라구프
중앙역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오전 8시 31분 게토익 Katowice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게토익에서 다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배낭 여행자에게 가장 난감한 것은 중간에 기차를 갈아타는 일이다. 졸고 있거나 아차하면 다음기차를 놓치기 때문이다.
배낭을 옆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는 아내의 표정이 다소 지쳐 보인다. 그러나 크라쿠프에서의
3일은 즐거웠다. 환송객들이 꽃을 들고 나와 떠나는 사람에게 준다. 꽃을 주는 마음, 받는 마음은 언제나 신성하게 보인다. 기차가 소리 없이
미끄러져 간다. 이 철로는 아마 헝가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임네 케르테스가 15세 때에 아우슈비츠로 끌려온 길이리라.
▲꽃을 들고 환송나온 크라쿠프 중앙역 풍경
기차는 숲이 우거진 초원지대를 달려간다. 10시 27분 케토익에서 낑낑거리며
배낭을 메고 다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로 옮겨 탄다. 역무원이 유레일패스에 체크를 한다.
유레일패스는 본인이 먼저 출발하는 날짜를 기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패스는 동유럽 플랙시 패스다. 즉 날짜를 지정해서 자용할 수 있는 패스다.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길. 끛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기차는 끝없는 초원을 8시간동이나 달려가더니 오후 6시 14분에 부다페스트
켈러티Keleti pu역에 정차한다. 동유럽의 가을해는 짧다. 순식간에 어둠이 주위를 덮는다. 플랫폼으로 나가니 호객꾼과 암달러상이 몰려든다.
이들을 무시하고 지하철 매표소로 간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호스텔 마르코다. 겔러티 역에서 블라하Blaha 역까지는 불과 한정거장 사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르코 호스텔을 찾느라 엄청 헤맸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지척에 두고 뱅뱅 돌았던 것. 거리의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도 도대체 잘 모른다. 무려 한 시간 반 동안을 헤매다가 마침 골목에서 마르코
호스텔에 묵고 있는 호주 아가씨를 만나 그들을 따라갔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더 헤맸을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지하철. 빨강, 파랑, 노랑 3개의 노선이 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헤맨 탓에 아내와 나는 거의 녹초가 되고 말았다.
데스크에 가니 이런! 도미토리가 동나고 없단다. 더블 룸밖에 없다고 한다. 더블 룸은 하루 밤에 방값이 15,000Ft(약60달러)나 된다.
이런 우라질! 너무 비싸다. 시내 중앙에 제법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대형 호스텔이라 비싸단다. 지하에는 레스토랑 겸 바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지쳐서 다른 데로 갈 힘도 없다. 할 수 없다. 목욕탕이 딸린 호화스런 방(?)에서 하루 밤 자자. 호스텔은
만원이다.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걸어다진다. 온천의 도시 답게 물이 좋은 느낌을 준다. 목욕을 하고 나니 꼭 황천길로 가는 것처럼 깊은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만다. 흐흐… 여기가 '동유럽의 장미'인가 즐거운 지옥인가?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