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부다페스트2]헝가리언 랩소디 블루

찰라777 2006. 6. 7. 11:10

헝가리언 랩소디 블루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 가브리엘 천사의 탑이 비오는 광장에 높이 솟아있다.

 


부다페스트의 거리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랩소디 블루. 거리는 다분히 리스트의 광시곡 같은 그런 분위기다. 헝가리는 영원한 여행자 리스트가 탄생한 나라가 아닌가. 부다페스트는 도나우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부다와 동쪽의 페스트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이 두 도시에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서부터 하나의 도시로 합쳐져 부다페스트란 이름이 탄생되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요?”
“따라와 보면 알아.”

호스텔에서 나와 작은 우산을 받쳐 든 우리는 노란색 메트로 노선을 탄다. 모스크 테레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니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그러나 확 트인 영웅광장의 웅장한 모습이 회색하늘 아래 조금은 시원스럽게 보인다. 광장 한 복판에 높이 솟아있는 탑 위에는 민족의 수호신이라는 가브리엘 천사 상이 날개를 펴고 있다.

 

 

▲드라큘라 전설의 무대를 재현한 시민공원내의 바이다 후나드 성


마치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같이 생긴 기둥을 지나니 바로 시민공원으로 연결된다. 공원에 들어서니 호수가 나타나고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고풍스런 건물이 나타난다. 바이다 후나드 성이다. 이 성은 드라큘라 전설의 무대가 된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후냐드 성체를 재현 것이란다. 물안개가 자욱이 드리워 있는 성의 분위기는 어디선가 금방 드라큘라라도 나타날 것만 같은 기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리스트는 광시곡을 작곡했을까?

 

 

영원한 음악기행가 리스트의 나라



“나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 아니면 미치광이가 되겠다.”

19세기 낭만파의 거장 리스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었고, 미치광이가 되어 19개의 랩소디를 작곡했다. 랩소디란 무엇인가? 잘은 모르되 그것은 4개 악장을 원칙으로 하는 소나타 형식을 버리고 자유롭게 단악장으로 만든, 이른바 교향시다. 리스트는 문학적, 혹은 시적 내용을 교향 관현악에 담아 자유자재로 과감하게 교향시로 표현해냈다. 그 음악중의 하나가 지금 흐르고 있는 ‘헝가리안 랩소디 No.2'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부다페스트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적어도 이 곡을 어디선가 한 번 들어 보았으리라.

 

 

▲물안개가 낮게 드리워진 호수는 어디선가 곧 드라큘라라도 출현할 것만 같아.

리스트는 영원한 여행가다. 그의 생애 중 60년을 그는 여행으로 일관했다. 음악과 여행과 여인들과의 염색행각. 이것이 리스트의 생활이었다. 그런 그가 노년에는 삭발을 하고 신부 서품까지 받았다. 영원한 바람둥이 리스트가 신부가 되자 바티칸의 한 추기경은 그를 티볼리의 빌라 데스테Villa d, Este에 머물게 했고, 그는 노년에 이 거대하고 멋진 하드리아누스의 별장인 테라스식 정원에서 종교음악을 작곡에 전념하는 행운을 얻었다.

 

 

▲공원의 곳곳에 앉아있는 동상들의 눈빛도 광기가 섬뜩인다.


그것도 미치광이 음악가가 신부가 되어 기괴한 음악기행을 행각을 벌이는 행운이다. 그의 ‘빌라 데스테의 사이프러스 나무에 부쳐’ 1번과, 2번 ‘빌라 데스테의 분수’는 이 시절 티볼리의 테라스 정원에서 작곡한 곡이다. 이중 ‘빌라 테스테의 분수’는 리스트의 음악기행 중에서 최고의 명곡으로 꼽힌다. 그는 억세게 운도 좋은 사나이다.

“어쩐지 분위기가 으스스 해요!”
“뭐, 죄 진거라도 있남?”
“도대체 어디까지 이렇게 걸어 갈 거죠?”
“조금만 더 가면 되요…”

 


뿌리치기 힘든 유혹, 부다페스트의 온천욕

 

 

▲궁전처럼 보이는 웅장한 세체니 온천. 목욕탕인가, 궁전인가?

 


비 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공원 내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여기 저기 앉아있는 동상들도 다소 광기어린 눈빛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들고 있다. 그런 숲을 지나 우린 어느 궁전 을 방불케 하는 웅장한 건물 앞에 섰다.

“여긴 어디지요?”
“저게 목욕탕이란 건물이요.”
“뭐? 목욕탕이요? 설마...믿기지 않는데요.”

그런데 이 건물은 정말로 목욕탕이다. 이름 하여 세체니 온천. 궁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그러나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온천에서 내뿜는 수증기다. 헝가리의 온천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목욕을 유달리 좋아하는 로마인들은 헝가리를 정복한 후 곳곳에 온천지를 개발했다. 이곳 부다페스트 만해도 온천이 100여 군데나 있다. 부다페스트의 온천 중에서도 세체니 온천은 지하1000m에서 뿜어 나오는 온천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온천중의 하나다.

“사실, 비 오는 날 온천이나 하려고 예까지 온 거요.”
“그런데 나한테는 그런 말도 안 해 주다니.”
“싫으면 관둘까보다.”


 

▲온천에서 느긋하게 체스를 두는 부다페스트 노인들(사진 부다페스트 웹)


궁전 같은 건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이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앞을 가리는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수영복을 빌려 입고 안으로 들어가니 야외풀장, 사우나, 찜질방 등이 건물내부 곳곳에 숨어있다. 실내는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풀장에서 느긋하게 장기를 두는 노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온천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한결 기분이 고조되고 부드러워진다. 을씨년스러운 공원의 풍경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래서 목욕은 좋은가 보다. 리스트가 말년에 향유한 티볼리의 아름다운 정원 같은 궁전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때로는 유럽의 거리를 헤매는 이 동양의 집시들도 궁전 같은 온천장에서 목욕을 할 수 있는 자유와 행운이 있지 않는가.

(부다페스트 글/사진 by challa)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