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노르웨이 終] 아바의 나라, 스웨덴으로!

찰라777 2004. 6. 8. 00:49

● 아바의 나라, 스웨덴으로...




독일과 영국함대가 충돌했던
"나르빅해전"으로 유명한 나르빅 항구

▶▶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내 생각으로는 오로라를 보기가 힘들 것 같은데… 스톡홀름으로 방향을 트는 게 어떻겠어요.”
“아니… 오로라를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데 이상해요. 이번여행에서는 오로라를 영 볼 수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드니….”
“호오... 후회하지 않겠소? 트롬세는 북극의 파리라고 하던데...”
“후회는요. 전 솔직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 만족이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돌려면 갈 길도 아득하고….”
“그건 희야 말이 맞아. 그럼 이렇게 하자고.”
“어떻게요?”
“트롬세로 가지 못하는 대신, 스웨덴의 최북단 키루나까지 가서 거기서 하루 밤을 지내고 그 다음 날 스톡홀름으로 가는 것으로… 그곳도 오로라가 출현하는 곳인데다 세계유일의 얼음호텔인 ‘아이스 호텔’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니까.”
“당신, 오로라에 미련이 있는거죠? 좋아요. 그것까지 반대를 할 수는 없군요.”
"젊음의 여신 <이둔>이시여! 우리를 얼름호텔로 인도 하소서..."

이렇게 해서 우린 트롬세로 가려던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키루나로 가기로 하고 나르빅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트롬세는 오로라 관측소까지 있다. 그리고 북극의 파리라고 일컬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는 곳이다. 또 한 이근처의 로포튼 제도는 아름다운 섬과 빼어난 바다의 풍경으로 유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쉬움을 남긴채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야 했다.

스웨덴 최북단 기차길의 끝 나르빅역

버스터미널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언덕이었다. 그래도 택시를 타는 것을 참아야해. 우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언덕길을 올라갔다.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언덕 위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니 나르빅 항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피오르드 깊숙 이 자리한 나르빅 항은 천혜의 요새처럼 보였다. 1940년 독일 군이 철광석 확보를 위해 눈보라 속에 침공을 했다가 영국 함대에 의해 격침을 당했던 ‘나르빅 해전’의 격전지다.

“아휴, 힘들어.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든 여정을 택해야 하지?”
“우리가 택한 길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만… 택시를 타고가도 되지 않소. 당신 몸도 성치 못한데….”
“전 괜찮아요. 이렇게 당신과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길인걸요.”
“허허….”
하긴 그랬다. 이렇게 숨쉬며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아내는 비록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힘들게 걷더라도 좋다고 했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사치스러운 생각을 들 때가 종종있다고 하면서... 사실 아내는 육체적으로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으로는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아내인들 어찌 힘들지 않을쏜가? 허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하니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우리들의 사랑이 머무는 곳으로….

스웨덴 최북단 기차길의 끝 나르빅역에서
트롬세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나르빅 역에 도착을 하여 키루나로 가는 시간표를 물어보니 오후 4시 5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었다. 키루나까지는 2시간 40분정도 걸린다고 했다. 나는 키루나 행 열차표를 284크로네(2인)를 지불하고 샀다. 스칸레일패스는 이제 하루가 남았는데, 하루치의 티켓은 키루나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먼 길을 갈 때에 써야 했기 때문.

아직 출발 시간이 남아있어 잠시 프렛트 홈 의자에 앉아있는데 문 쪽에서 동양인 부부가 들어오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일본인들 이었다.

그들은 내가 일본인 줄 알고 일본말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부인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하며 허리를 구부리고 인사를 했다. 하여간 일본인들 인사깔 하나는 알아주어야 한다니까.

“어디서 오는 길인가요?”
“저희들은 지금 키루나에서 오늘 길입니다.”
“호오, 그래요. 저희들은 키루나로 갈려는 참인데. 그럼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트롬세로요. 저희들은 오직 오로라를 보기위해서 북유럽 여행을 왔거던요. 그래서 트롬세로 갑니다.”
"오직 오로라를 위해서?"
"네, 오직 오로라를 위해서..."
“키루나에서는 오로라를 보지 못했던가요?”
“네. 스웨덴에서는 키루나가 가장 오로라를 잘 볼 수 있는 도시라고 하여 일주일 동안이나 머물며 밤하늘을 쳐다보았는데, 아! 오로라는 끝 내 우리를 외면했어요. ”
“맙소사! 사실 저희들도 노르웨이 북극으로 여행을 온 건 오로라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보도의 하늘에서도 여전히 오로라는 출현하지 않더군요.”
“그럼 저희들과 함께 트롬세로 가시지요.”
“허지만... 저희들은 이미 키루나행 열차표를 사 놓았는데요?”
“아, 네…. 그럼 행운 빕니다.”
"댁도 오로라를 꼭 보시길을 기원합니다."

키루나로 가는 스웨덴 열차안에서

그녀의 남편은 전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부인이 통역을 해 주었다. 그들의 짐은 우리들 짐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많아보였다. 웬 짐이 그리 않느냐고 물어보니 남편이 서양음식을 전혀 먹지 못해 일본에서 가져온 음식과 취사도구 때문이라고 했다. 남편은 더구나 술을 좋아해서 술 안주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허, 참... 그도 멋있군. 술과 아내와 함께 떠나는 오로라 여행. 하기야 북극의 차가운 날씨는 따근한 정종이나 화끈한 보드카 한 잔이 여행의 묘미를 더하리라. 그들은 트롬세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역사를 빠져 나갔다.

“트롬세로 가도 아마 오로라를 보지 못할걸요.”
아내가 나를 위로라도 하듯 말했다.
“글쎄… 그럴까?”
아내여, 나를 위로할 생각을 하지마오. 나 역시 당신과 함께 이렇게 걸으면서 세계를 유랑하는 것만으로도 과분하니까.


▶▶ 아바의 나라로 가는 길

이제 스웨덴이다. 스웨덴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아바그룹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전 세계의 음악 펜들을 매료 시켰던 아바! 나는 아바의 음악을 좋아한다. 부담이 없고 평온한 그들의 노래는 내 마음을 피안의 언덕으로 오르게 한다. 북극열차는 노르웨이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들을 아바의 나라로 인도하고 있었다.

가도 가도 설산으로 묻혀 있는 스웨덴 북부의 산하

스웨덴에서 기차로 갈수 있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나르빅은 앞쪽에는 피오르드로, 뒤에는 설산으로 덮여있었다. 오래된 기차들을 전시해 놓은 것이 이색적이었다. 드디어 우리는 태운 기차는 키루나를 향하여 출발했다. 곧 기차는 스웨덴 국경을 통과했다.
노르웨이여, 안녕!
다음엔 정말로 오로라를 위해서 다시 오리라.

기차는 설경과 호수가 어우러진 스웨덴의 북극 산악지방을 느리게 달려갔다. 산이 워낙 가파르고 위험해서인지 기차는 제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천길 낭떠러지, 깊게 펼쳐진 협곡, 눈 덮인 설경…. 10월인데도 북극의 산악지방은 눈과 얼음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키루나에 가면 얼음 호텔에서 하루 밤 잘까?”
“무지 비싸다고 하던데요?”
“비싸더라도 북유럽의 신화처럼 얼음 속에서 하루 밤 꿈을 꾸며 다시 태어나는 기분도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겠소.”
“아예 그곳에서 살아 버리지 그래요.”
“흐음~ 아마 이둔이 붉은 사과를 들고 나를 기다려 준다면… 흐흐흐.”
“아예 그곳에서 살으시구랴.”
“그래버릴까?”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기차는 정확히 18시 46분에 키루나 역에 도착했다. 어두워진 밤거리. 우린 얼음성은커녕 휴스호스 텔을 찾기에 급급했다. -찰라-



북극의 열차에서 바라본 스웨덴 북부의 산악지대와 호수.



북유럽 여행 여정도. 지금 스웨덴 최 북단 키루나로 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