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우리는 버스를 타고 얼음 호텔이 있는 ‘유카스야르비’로 향했다.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얼음호텔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이스 호텔에 도착을 하니 얼음호텔은 보이지 않고 방문자 센터와 아이스아트 센터만 있었다.
"이런... 황당하네." "당신은 만날 인터넷을 두둘겨 보면서도 그걸 몰랐나요?" "허허.. 그러게. 우리들의 하얀추억 쌓기가 물건너 갔네. 하지만 나라고 만물박사가 아니질 않소. 미안하우. 각하." "미안하긴... 저두 마찮가지지요. 호호... 여보, 저기 얼음기둥 좀 봐요!"
여기저기 거대한 얼음기둥이 그나마 분위기를 돋구고 있었다.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11월이 되어야 얼음호텔을 짓기 시작한다고 했다. 거대한 얼음기둥만 장승처럼 여기저기에 서 있었다. 키루나의 얼음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에스키모 이글루다. 이글루는 에스키머들이 거주하는 얼음집이다. 얼음호텔은 이글루 중에서 아주 큰 이글루로 생각하면 된다.
한개의 얼음호텔은 100톤의 얼음과 2,000톤의 눈으로 만들어진다. 얼음호텔엔 객실, 영화관, 갤러리, 교회, 레스토랑, 바, 심지어는 아이스 사우나까지 있다. 얼음침대는 100여개가 넘으며, 외부와 내부 장식도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진다.
시즌에는 이 얼음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는데, 공항까지 하스키 견(犬)이 이끄는 썰매가 마중을 나와 준다. 호텔에서 교회까지 는 순록이 끄는 썰매가 안내를 해준다. 하늘에는 오로라가 수를 놓으며 결혼식을 축복해준다. 얼음레스토랑에서 웨딩 디너를 즐기고 하얀 얼음침대에서 신혼의 달콤한 첫날밤을 맞이하는 하니문을 상상해 보라. 한번쯤은 이런 하얀 추억들을 당신의 일생에 남기고 싶지 않은가?
얼음침대가 춥지 않을까? 그러나 걱정은 뚝이다. 얼음침대에는 신성한 순록의 모피를 깔아놓는다. 거기에 따뜻한 침낭까지...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이런 이색체험을 흥분하며 즐기기를 좋아하니... 허지만 침낭 속의 허니문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을까? 어쨌던 인간은 겉으로는 높은 이상을 찾으면서 안으로는 이런 짜릿한 쾌락을 즐긴다. 그게 또 인간이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아, 얼마나 동화 나라 같은 깜직한 체험이 아닌가!
얼음호텔의 매인 시즌은 12월 중순부터 3월 하순까지라고 방문자 센터의 안내원은 귀띔을 했다. 10월에 방문은 너무 이르다고 하면 서... 하루 밤 숙박비는 200불정도란다. 우와~ 만만치 않다! 아내는 입을 벌리며 기겁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평생에 한번 이런 이색체험을 해 볼만도 하지 않은가? 아마 죽을 때까지 두고 두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 되리라.
“지금 헛탕을 친건 다음에 다시 한번 오라는 신호야. 우리 금혼식을 여기에서 올릴까?” “잊어줘요. 내일을 모르는 우리의 인생인데...” "그래도 꿈이라도 꾸어야지..." "그거야 말리지 않지요." "우리가 건강하기만 한다면 가능하지 않겠소." "금생에 못다하면 다음생에..." "그거 좋지..." 그래도 꿈은 갖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꿈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현실로 변하지 않겠는가? 인간에게 꿈조차 없다면 삶이 정말로 건조하고 삭말할거다. 우리가 건강하게만 산다면 가능한 일이다. 아픈 추억은 지워버리고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살자. 힘들어 지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며 살자. 살면서 어찌 힘들지않는 삶이 있겠는가? 힘드는 것 자체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아름다운 삶이 아니겠는가.
인간에게 고통이 없다면 더 이상 아름다운 삶도 없다. 고통과 아픔이 있기에 단 한번만의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지금 우리의 여행도 아내가 많이 아프기 때문에 애잔하면서도 더욱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내 가슴에 자리잡고 있다. 그건 육체의 아픔을 잊어버리는 아내의 영혼이 나와 함께 하고 있어서 일거다.
방문자 센터에서 나와 강가로 걸어갔다.
"와! 강이 너무 파랗고 깨끗해." "정말... 파란 물감을 칠해 놓은 것 같아요."
토르네 강(Torne River)강물은 정말 눈처럼 깨끗하고, 가을 하늘처럼 푸르렀다. 신선한 공기가 온몸에 짜르르하며 흘러들어갔다. 우리는 강가로 가서 아무도 없는 요트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여 마셨다.
다시 아이스 아트센터를 들려 얼음호텔에 대한 카드만 몇 장 골라들고 키루나 시가지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쉬움을 파란 강물에 묻어두고... 그러나 아쉬움 또한 아름다운 추억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이 지역은 버스가 매우 더디게 다니는 지역이라 우리는 버스를 한 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더구나 제 철이 아니여서 버스는 더 뜸했다. 그 때 마침 홀로 차를 몰고 지나가는 노인이 보였다. 빨간색 웨곤. 나는 무조건 태워달라고 손을 흔들었다. 노인은 우리를 한 참 지나치다가 다시 뒤로 돌아왔다. 우와, 히치하이크에 성공이다!
인상이 매우 좋아 보이는 노인은 동양에서 온 이방인들이 가련하게 보였을까? 그는 싱긋 웃으며 타라고 눈짓을 했다. 그는 영어를 거의 못했다. 자동차 뒷좌석에는 버찌처럼 생긴 열매가 가득 실려 있었다. 그는 이 열매를 팔기위해 시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먹어보라는 시늉을 했다. 맛을 보니 약간 시지만 달달했다.
☞ 여행팁
* 유카스야르비 가는 길 : 키루나에서 17km 떨어져 있음. 버스가 수시로 운행함. * Ice Hotel에 대한 정보 : www.icehotel.com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