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노르웨이 22] 북유럽의 신화와 판타지의 세계

찰라777 2004. 5. 31. 00:17

▶▶▶ 신화와 판타지의 세상속으로


신화는 우리에게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와 "용기"를 준다.




▶▶ 북유럽은 판타지의 무대

판타지의 세계!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나는 점점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이 지역들의 풍경이 딱 공상과 환상 에 빠져 들어가 기 쉬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오로라의 출현과, 백야현상, 얼음같은 피오르드의 푸른 바다! 어디선가 사과를 나누어 주는 젊음의 여신 <이둔>과 같은 묘령이 요정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은 아름다운 설산과 숲....
정말이지 북유럽은 공상의 나래를 펴기에 적격인 분위기다.

공상의 세계속으로 빠져들어가면서 나의 여행기도 횡설수설로 변하고 있다. 오늘은 상당히 긴 횡설수설적인 칼럼을 쓸 것 같 다. 아마 독자들이 일주일 동안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꺼리는 되지 않을까?

하하.... 하지만 착각은 자유다. 긴 문장을 지래 겁먹고 전혀 읽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판타지의 세계는 남이 읽거 나 말거나이며, 믿거나 말거나다. 일종의 최면과 같은 자기도취다. 또한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는 횡설수설 장황하다. 마치 북극의 긴 겨울처럼....

‘반지의 제왕’그 대표적인 예다.
"반지의 제왕’을 쓴 영국 출신 톨킨은 내가 지금 여행하고 있는 이 북유럽의 신화에 바탕을 두고 그의 판타지의 세계를 그려 나갔다. 반제의 제왕은 영화화 되면서 더욱 선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러나 정작 그 소설을 쓴 톨킨은 1973년에 이미 세상을 하직하고 없다. 사람은 역시 죽은 다음에야 유명해 지나 보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모습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닮은데가 많다. 북유럽 신화에는 신과 인간영웅, 마법 의 반지와 용이 등장하는 웅장한 신의 세계를 그린 "반지전쟁"이라는 신화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게르만 정신"을 대표한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영화는 뉴질랜드에서 주로 촬영되었지만, 사실은 북유럽 신화의 본고장인 북극권에서 촬영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 얼음에서 솟아난 북유럽의 신화

북유럽 신화속의 천지창조!
북유럽 신화에서 세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우주는 텅 비어 있어,  해도 달도 별도 없었고, 풀 한 포기도 없었다. 다만 텅 빈 "기눙가의 심연"의 북쪽에는 심연의 밑바닥에 있는 강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차차 얼어서 거대한 얼음덩이를 이룬다.

심연의 남쪽에는 불꽃의 나라가 있어 그곳으로부터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북쪽의 얼음덩이를 녹이고, 그 녹은 물이 바닥 없는 심연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수증기가 되어 피어올라 얼어붙는다.

이렇게 몇만 년을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에 그 얼음덩이 속에서 원초(原初)의 거인 유미르가 태어난다. 그는 얼음덩이에서 생 겨난 거대한 암소 아우둠라의 젖을 빨고 자란다.

유미르가 잠을 자면서 땀을 흘리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사이에서 거인들이 생겨난다. 이들은 이른바 "서리의 거인족"인데, 수증기 속에 독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사악하다. 이들이 세월이 흘러 바이킹의 후예가 되지 않았을까?

한편, 썩은 유미르의 몸뚱이에서는 구더기와 같은 것이 기어 나와 바위틈으로 숨어 드는데, 이것이 난쟁이족(族)의 시원이 된다. 따라서 그들은 대장간 일에 능하여 지하에서 금을 파내어 정교한 보물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호비트 족 같은 사람들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가 지중해의 거품속에서 탄생된 화려함이라면, 얼음속에서 솟아나온 북유럽의 신화는 시리도록 차가운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신화는 현실세계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무개하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인간은 어리석고, 어리석기때문에 이런 황당무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황당무개한 이야기도 때로는 현실로 변할 수도 있다. 기적과도 같은 신화창조! 바로 그것이다.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은 스코틀랜드의 어두운 카페나 골방에서 보조금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떠오르는 판타지 영감을 "해리포터" 란 시리즈로 그려 나갔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순식간에 금세기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되어버렸다.

가냘픈 한 여인의 공상이 온 세상을 사로잡고야 말았던 것. 세상 사람들은 이 고독한 이혼녀 롤링이 애든버러의 어두운 골방에서 그려 낸 판타지의 세계에 매료되고 만것이다. 그녀가 소설을 쓴 무대, 스코틀랜드 역시 괴물 네시가 출현한다는 기기괴괴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 ‘말광량이 삐삐’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미운 오리새끼’의 안데르센에 이르기까지… 판타지적인 세계를 그린 유명한 작가들은 모두 이 북유럽 근처의 출신들이 많다.

영국과 덴마크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의 자연 환경이 그들로 하여금 공상의 궁상을 펴기에 적합한 풍경들이기 때문. 사람의 마음은 풍경속에서 피어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한다.

신화와 판타지의 세계!
첨단과학이 우주를 날으는 지금, 신화는 하나의 허구의 세계로 간주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화가 없는 종족은 세상에 없다. 아무리 작은 나라들도 저머다 건국신화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인류는 각기 다른 신화를 통해 자신들을 차별화 하고,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시대가 바뀌어 신화는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신화속에서 어떤 영감을 얻어내고 있다.


▶▶ 신화가 주는 메시지는 "희망"

신화가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희망"이다.

당신이 나약해지고 지쳐 있을 때,
당신의 영웅을 신화속에서 골라
그로부터 작은 희망이라도 꿈꾸어 보라!

당신은 "희망"과 동시에
신화속의 영웅들처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신화적인 존재!
바로 당신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


후후... 세상만사는 어쩌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로또 복권과 같지 않을까? 신화와 같은 복권 당첨이란 판타지적 사고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속은 줄 알면서도 복권을 사지 않겠는가?

내가 자라난 시골에는 200여 미터 정도 높이의 ‘오룡산’ 이 라는 산이 하나 있다.
오룡산五龍山! 용이 다섯마리나 꿈틀거린다는 전설을 가진 오룡산은 내 어린 날 판타지의 동산이었다.

유년시절 나는 그 산을 바라보며 항상 상상의 꿈을 꾸곤 했었다.
저 산 너머에는 내 가 알지 못하는 어떤 다른 세계가 펼 쳐지고 있으리라고. 그리고 나는 기어코 언젠가 그 미지의 세계로 가고 말리라고. 어린 나에게 흰 구름이 넘어가는 오룡산은 정말 내 가 가장 가보고 싶은 동경의 세상이었다.

아마 네 살 정도로 기억 된다.
드디어 어느 날 나는 작정을 하고, 한사코 함께 가지 않으려고 하는 형들을 따라 그 미지의 오룡산을 올라가게 되었다. 오룡산에 오르고 보니,

히야! 정말로 그 산 너머에는 내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 날 나는 바다를 보고 너무 황홀해서 산을 내려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골짜기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왼쪽 다리가 부러지는 불상사까지 일어나고야 말았다.

부러진 나의 왼쪽 다리는 다행이 접골이 잘 되어 지금까지 잘 쓰고 있지만, 하여간 그 때의 세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은 내가 성장을 하면서 세계문학전집과 위인전집을 닥치는 대로 읽게 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책을 구하기 힘든 시골의 초등학교 시절 나는 도서부에 들어가 학교의 낡은 도서 실에서 헤진 책들을 읽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책들을 읽으면서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 즉 세계일주의 여행을 꿈꾸곤 했었다. 그 당 시 상황으로 보아 그 꿈은 정말 가장 황당한 꿈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그 황당무개한 꿈은 아내와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으로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판타지의 세계는 전혀 허구의 세상만도 아닌 성 싶다. 상상의 나래는 이처럼 거대한 잠재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박혀지나 보다. 아 내의 병을 치료 한다는 명목으로 떠난 세계일주 여행은 어린 날 내가 꿈구어 오던 판타지의 세계를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



▶▶ 나르빅으로 가는 길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한 풍경, 밤과 낮이 몇 개월 동안 지속되는 지루하고 지겨운 북극권의 날씨, 빙하, 숲 속의 요정… 이 런 것들 이 판타지 장르를 만들어 내기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하였던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남미의 파타고니아,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 지방, 그리고 지금 여행하고 있는 이 북유럽 지방은 그 지형과 날씨 등 풍경 그 자체가 판타지의 세계다. 길고 긴 낮과 밤, 어두운 동굴 속 같은 기나긴 겨울의 시간에 판타지의 세계로라도 몰입하지 않고서는 배겨나기 어려우리라.

여러분은 또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동화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의 ‘닐스의 신기한 여행’을 기억 하고 있으리라. 지 금 우리가 보도에서 버스를 타고 나르빅으로 가는 자연환경이 꼭 그 동화책에 나오는 풍경처럼 보인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식구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 TV에서 방영되는 ‘닐스의 모험’이란 만화를 보는 데 여 념이 없었다. 추운 겨울로 기억이 되는데 , 온 식구가 함께 이불속에 엎드려 우리는 그 만화를 보았다.

보도에서 나르빅으로 가는 기차는 없다. 배로 가거나 버스를 타 야한다. 우리는 버스가 조금 더 빠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스 를 택했다 .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여러 번 피오르드를 건너야 했는데, 그 때마다 배는 사람과 버스를 함께 싣고 갔 다.

물론 배는 버스를 뒤에서 먹어치우고 앞으로 토해 냈다. 배는 앞과 뒤에 버스 보다 더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풍경도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재미있는 풍경처럼 보인다.

버스와 배를 번갈아 타고 피오르드와 험한 산악지대를 달리는 절경은 공포와 평화의 분위기를 동시에 나타낸다.

하늘과 닿아 있는 눈 덮인 설산, 얼음 같은 피오르드, 설산에 떼 지어 뛰노는 순록의 무리들… 거기에다 날씨는 눈발이 휘날 리는가 하면, 어 는 순간에 비가 내려 종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묘한 날씨를 연출하고 있으니....

버스는 오후 2시쯤 어느 이 름모를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게소에 세워진 인형들 또한 매우 재미있는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

마치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모습 같기도 하고, 숲 속의 요정인 트롤의 모습 같기도 하다. 코가 기다란 남자와 여자의 모습 은 형태는 다른지만 우리나라의 장승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에 외로운 나그네의 여정을 달래며, 우리는 인형들 앞에서 한 것 포즈를 취해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곧 버스에 올랐 다. 손에 잡힐듯한 구름이 비를 뿌려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한 분위기 속에서 내리는 비는 우수에 젖 은 북유럽의 신이 뿌리는 눈물 같기도 하고, 심술궂은 숲 속의 요정이 퍼 내리는 물방울 같기도 했다.

피오르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모습도 황소의 뿔을 단 것처럼 각 지게 보였다. 마치 중생대의 공룡이 곧 나타날 것만 같은 그 런 으스스한 날씨다. 갑자 기 밤인지 낮인지 분간을 하기가 어려울정도로 날씨가 어두어 졌다.

헉! 이게 또 웬일인가? 우리가 나르빅에 도착하자 느닷없 이 햇볕이 쨍쟁 내리쬐기 시작하였다. 북유럽의 날씨는 정말로 가늠하기 어려운 변덕쟁이 날씨다.
여우가 시집을 가는지, 호랑이 가 장가를 가는지 통 분간을 하기 어려우니....

-횡설수설 했던 찰라 -


* 사진설명 :
-북쪽으로 갈수록 요정 같은 젊음의 여신 <이둔>이 나타나 사과라도 나누어 줄것만 같은 풍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 노르웨이 북부 Bodo에서 Narvic으로 가는 풍경을 디카로 잡은 풍경. 하늘과 구름과 산, 피오르드가 맞닿아 있는 북극권의 풍경은 무시무시한 공룡이 나타날 것만 같기도 하고...(2003.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