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39]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웨딩마치

찰라777 2006. 9. 19. 01:22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가을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속삭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

 

 

▲단풍이 불타는 노이슈반슈타인으로 올라 가는길.

 

 

우리는 마치 음유시인이라도 된 듯이 구르몽의 시를 읊조리며 성으로 올라간다. 성 입구에 역마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알프스의 황혼에 지는 낙엽의 길이 너무 아름다워 걸어가기로 했던 것.

 

노이슈반슈탄인 성으로 가는 건너편에는 루트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노란색의 호엔슈방가우 성이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우린 오직 바그너와 루트비히2세의 교감과 정신이 담긴 노이슈반슈탄인 성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호엔슈방가우 성. 루트비히2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

 

 

성으로 가는 오솔길에는 갈색의 단풍잎이 늦가을 바람에 포물선을 그으며 떨어지고 있다. 추호의 미련도 없이 떨어지는 낙엽은 자신의 갈 길을 알고 있는 듯 처연히 휘날리고 있다. 낙엽이 지는 숲길은 석양노을과 더불어 붉게 타오르며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황혼을 보여주는 듯하다.

낙엽을 밟으면 갈색의 낙엽은 사각사각 영혼처럼 소리를 내어 운다. 새들의 날개 소리처럼, 여자의 옷자락 소리처럼…. 그러나 황혼에 지는 낙엽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날 것임을…. 굴러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괜히 서글퍼진다. 아마 루트비히 2세도 저렇게 처연하게 지는 낙엽을 밟으며 그의 예술세계에 빠져 들어가지 않았을까?


 

▲ 불타는 단풍위에 마치 백조처럼 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비스듬히 오르는 언덕길을 낙엽을 밟으며 3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백색의 대리석으로 치장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백조처럼 우아하게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맞이한다. 예술을 목숨보다 사랑했던 루트비히 2세. 바그너의 음악처럼 낭만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사람. 그러나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한 떨기 낙엽처럼 사라져 가 버린 왕의 슬픈 사연이 담긴 성. 그래서인지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아름답다 못해 애잔한 슬픔이 배어있다.

 

 


바그너의 음악과 왕의 예술혼 깃든 성의 내부

성의 내부는 세상의 그 어떤 성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은 준다. 내부 곳곳에는 왕의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성이 구석구석 깃들어 있다. 베르사유궁전의 화려함이나, 에든버러 성의 웅장함, 타지마할의 고고함과는 완연히 색깔이 다른 느낌을 주는 성이다. 

 

성의 내부에는 모든 것이 음악과 시와 전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내부 곳곳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과 ‘탄호이저’, ‘파르치팔’ 등을 배경으로 한 회화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 벽화의 대부분이 바그너의 오페라 등장인물과 배경으로 가득 장식되어 있다. 마치 바그너를 위하여 성이 지어진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성 내부에는 왕이 죽기 전까지 지냈던 방과 거실, 여러 공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왕이 죽은 후 성안의 미완성된 부분은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 왕이 죽은 다음에 왕성을 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 성의 내부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Servant' Room

 


하인들의 방Servant' Room에는 오크로 만든 가구가 심플하게 진열되어 있다. 2명의 하인이 이 방에서 잠을 자며 왕을 돌보았다. 왕이 부재 시에는 10~15명의 하인들이 성을 돌보았고, 왕이 거주할 시에는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왕과 성을 돌보았다..

 

 

▲Lower Hall

 


낮은 홀 Lower Hall에는 북유럽의 신화 ‘에다Edda’에 나오는 시구르드Sigurd 전설에 대한 장면과,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배경으로 한 지크프리트 전설에 대한 벽화들로 가득 차 있다. 나선형의 섬세한 선으로 장식된 천장의 장식도 매우 곱고 이채롭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게 치장을 했을까?

 

 

 

▲Throne Room

 


왕실Throne Room은 비잔틴 교회를 모방하여 꾸며졌는데, 루트비히 2세는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과 비슷하게 지어진 뮌헨 성당처럼 꾸미기를 원했다고 한다. 왕실은 값진 돌들과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는데, 반원형의 성좌에는 예수 그리스도 옆에 성모 마리아가 앉아있고 그 주위를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다. 건너편 접견실에는 옥좌가 없는데 옥좌를 완성하기 전에 왕이 사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치로 장식된 창문이 너무 부르러움과 성스러움을 더욱 느끼게 한다.

식당 Dinning Room에는 테이블 위에 고대 게르만족의 영웅 지크프리트가 드래건과 싸우는 1미터정도의 이 청동상 조각이 이색적으로 눈에 띤다. 벽면에는 독일 바트부르크의 음유시인들의 회화로 가득 차 있다. 왕은 이곳에서 홀로 식사를 하기를 좋아했다. 옆면에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은 왕 자신의 모습일까?


 

▲Dinning Room

 


왕의 침실Bedroom은 매우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벽면에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and Isolde’의 서사시 배경으로 매워져 있다. 건물양식은 전체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르면서도 침실은 고딕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왕은 1886년 6월 11일 밤 이 방에서 정적에게 납치되어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백조들이 날아드는 호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Bedroom

 


예배실Oratory은 침실과 연결되어 있는데, 왕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예배의 장소로 그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성찬대와 벽의 그림 그리고 스테인 글라스 창문에는 프랑스의 루이 9세에 대한 신앙생활에 대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는데 루이 9세는 법에 의한 평화를 기조로 한 프랑스의 성군으로서 루트비히 2세도 그렇게 되기를 원했던 것. 날개를 단 천사들의 모습이 저절로 선한 마음을 갖게 한다.


 

▲Oratory

 

 

드레스 룸Dress room은 다른 방에 비해 색조가 매우 화려하다. 이 방의  벽면 역시 음유시인들의 회화로 채워져 있고,  천장은 포도넝쿨이 그려진 지붕을 통하여 푸른 하늘과 새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환상적으로 꾸며져 있다. 보라색의 커튼이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돋구고 있다.


 

▲Dress room

 


거실Salon은 왕의 것 중에서 가장 큰 방으로 ‘백조의 코너’에서 4개의 기둥으로 분리되어 있다. 왕은 거실의 사이드에 딸린 작은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거실에는 오페라 ‘로렌그린’의 인물과 배경으로 가득 차 있고, 중앙에 많은 촛대를 단 샨데리아가 호화롭게 빛나고 있다.


 

▲Salon

 


살롱과 서재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에 나오는 동굴Grotto을 dl만들어 놓았다. 문이 닫힐 때에는 마치 바위가 자연적으로 떨어져 내려 동굴을 닫는 것처럼 보인다. 왕은 이곳에 있는 의자에 와인을 마시며 앉아 있기를 좋아하였다.  이 룸은 독일 아이제나하에 있는 베누스 굴을 암시하는데, 이곳에서 탄호이저는 배누수의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성들의 룸과 회화는 모두 왕의 연구와 설계로 꾸며진 것이다. 왕의 치밀한 설계를 들여다보는 장면이다.


 

▲Grotto

 


음악실Conservatory은 그로토로 연결되어 있고, 바위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게 설계되어 있는데, 큰 창문을 통해서 아름다운 호수와 알프스의 언덕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창가인가! 정말 하루를 살더라도 이런 창가에 한 번 앉아보았으면 하는 유혹이 절로 든다. 바위 창가에 놓여진 작은 분수가 더욱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다.

 

 

▲Conservatory

 

 

서재Study에는 오페라 ‘탄호이저’에 대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탄호이저에 나오는 '동굴속의 베누스Tannhäuser in the Venus grotto'가 나체로 그려져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바라보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다.  책상위에는 ‘로엔그린’을 상징을 기록한 세트가 놓여져  있는데, 이는 왕 자신이 ‘로엔그린’에 나오는 ‘백조의 기사’처럼 살고자 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Study Room

 


상위층의 홀 Upper Hall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로 치솟아 있는 천정을 야자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옆에는 탑의 수호자인 드래건이 비스듬히 지키고 있다. 천장의 별은 루트비히 2세의 어린이 같은 천진성과 항상 꿈에 차 있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벽의 회화는 인접한 홀로 연결되는데, 이는 모두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구드룬Gudrun과 Sigurd의 전설을 서술하고 있다. 홀의 북쪽 통로로 가면 ‘가수의 방 Singers' Hall'과 연결된다.


 

▲Upper Hall

 


가수의 방 Singers' Hall은 이 성에서 가장 큰 홀이다. 이 홀은 성 전체의 컨셒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콘서트홀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영웅전’에 나오는 ‘성배의 수호자’ 파르치팔 Parzival에 대한 배경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화려한 샨데리아와 입체적인 천장이 매우 독특하다.

 

그러나 루트비히 2세는 이 홀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왕이 죽은 후 40년이 지난 후에야 처음으로 이 콘서트 홀에서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Singers' Hall

 


왕이 백조를 얼마나 좋아 했는지 성안의 문고리는 모두 백조모양으로 만들어져  있고, 벽화와 커튼에도 많은 백조가 그려져 있다. 키가 1미터 90센티가 넘는 거인 왕의 침대는 2미터 10센티나 되고, 문고리는 보통 사람의 가슴에 닿을 정도로 높이 달려 있다.

 

이처럼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예술을 목숨처럼 사랑했던 루트비히 2세의 예술혼이 아직도 고스란히 숨 쉬고 있다. 또한 이 성에는 왕의 초상이 어디에도 없는데 그는 자신의 초상이 남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전설로 담은 바그너의 오페라와 그의 음악과 시, 정신을 이어받아 게르만 민족의 전설을 담은 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의 예술혼은 독일 전역에 아직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생전에 바그너가 온 정열을 바쳐 세운 뮌헨 근처에 있는 '바이로이드Bayreuth' 극장에서는 해마다 바그너의 오페라가 130년간 독일 최고의 정신적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바그너리즘에 심취한 사람들을 일명 '바그너리안'이라 하는데, 나치 카리스마의 대부격인 아돌프 히틀러도 바그너의 음악을 매우 즐겨 들었다고 한다.

 

 

 

이는 바그너의 오페라가  게르만 민족신화에 근거한 성배의 기사에 대한 전설을 담은 '로엔그린', 그리고 귀족사회를 증오하고 평민에 대한 사랑이 담긴  '탄호이저' 등에 흐르는 정신이 독일 고유의 철학적 국민성과 게르만 민족을 만족시켜 준 것이기 때문이아닐까?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웨딩마치를....

 

“정말로 멋진 왕의 예술혼이 담긴 황홀한 궁전이군요!”

“말하자면... 백조의 기사 같은 왕에게 반했다 이거지?”

“그 누구라도 저렇게 멋진 왕에게 반하지 않고 배겨나겠어요?”

“허긴…. 난 백조의 기사는 죽었다 깨어나도 되지 못하니 공주님의 마부나 되어볼까?"

"저는 백조의 기사보다는 마부가 더 좋은데요?"

"흠.... 맴에 드네. 자, 그럼 공주님, 기차시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오늘밤은 이 마부가 당신을 위하여 뮌헨의 맥주 집으로 모시겠나이다. 우리들의 웨딩마치를 위하여!"

"그렇지 않아도 갈증이 나는데, 그거 정말 입맛 당기는 이야기네요."

 

 

▲안개낀 알프스를 배경으로 석양노을에 불타고 있는 성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우리는 마치 바그너의 음악 웨딩마치에 장단을 맞추듯 함께 손을 잡고 성에서 사뿐사뿐 걸어 내려온다. 오늘이 11월 7일, 아직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마침 11월 11일은 우리들의 결혼 기념일이다. 그래서 여행도 대부분 11월로 시기를 맞추어 하게 되는 데, 11월이 오면 우리는 새삼 다시 결혼을 하는 신혼 부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 여기를 보세요!" 때마침 함께한 윤 군이 우리들의 카메라 맨 겸 증인이 되어주고 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타워사이로 내다보이는 알프스의 언덕에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안개를 드리운 알프스의 자락과 희고 고운 대리석 캐슬은 신비한 조화를 이루며 석양 노을에 아름답게 비추어지고 있다. 

 

우리는 낙엽이 휘날리는 길을 따라 다시 걸어서 내려온다.  휘날리는 낙엽 속에 묻힌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한 폭의 그림처럼 석양 노을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다.  멀리 알프스 중턱에 마리엔 Marienbrücke 다리가 오작교처럼 환상적으로 보인다.

 

 

▲ 오작교처럼 환상적으로 보이는 마리엔 다리 Marienbrücke

 

 

▲퓌센에서 만난 한국인 윤군. 일류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Kitchen

 

 

Washing utensils

 

 

▲Siegfr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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