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41]유럽을 하나로 묶는 힘은 무엇인가?

찰라777 2006. 9. 29. 23:01

유럽을 하나로 묶는 힘은 무엇인가?

 

▲유럽을 하나의 끈으로 묶는 것은 철도, 도로, 통화, 언어 등 자유로운 '네트웍크 구축'이다. (거미줄 같은 유럽의 철도망)


오늘은 유럽의 끝,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간다.
이제 유럽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럽의 기차여행은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나의 유럽 여행은 이번까지 네 번째인 샘이다.
내 젊은 날 홀로 이태리 로마와 파리를 중심으로 중부 유럽을 두 번이나 여행을 하였고, 1998년 아내와 함께 40일간의 유럽 중서부 여행, 2002년에 신화의 나라 터키, 그리스, 이집트를 30일간, 그리고 이번 북유럽을 거쳐 러시아, 동유럽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까지 45일간의 유럽여행을 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북극권에 가까운 북유럽의 신화 발상지인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러시아의 상트 뻬쩨르부르크, 그리고 나치의 광기와 구소련의 억압 등 세기의 폭력이 가장 극심하게 휘둘러졌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네차례에 걸친 유럽 여행 여정도

나치의 만행은 북유럽과 러시아, 동유럽 등에 방대하게 그 흔적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고, 특히 600만 유태인 학살현장인 아우슈비츠와 테레진 유태인 수용소 방문은 인간이 인간에게 휘둘러진 가장 극렬한 폭력의 현장으로서 도저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 유태인 수용소를 둘러보는 동안에는 당시의 참상이 마치 현실처럼 살아서 너울너울 반영되어 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지금 유럽의 끝 이베리아 반도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앉아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는 유럽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 ‘50년간의 유럽여행’이란 책을 쓴 영국의 여행작가 쟌 모리스에 도저히 미치지는 못 되지만, 나는 유럽의 무엇에 끌려 무려 4차례나 여행을 했을까? 고작 지구의 6~7%에 불과한 넓이의 유럽에는 7억 27백만 명의 인구가 얽히고설킨 채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하면서도 행복지수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빈국에서 살라가고 있는 민족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유럽은 놀랍게도 종교전쟁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6대륙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불러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근대사를 들여다보면 100년 가까이 지속된 내전들로 인하여 사람들은 처참하게 멍들고 나라는 쪼개졌다. 그들은 이제 또 뭐가 닥치려나 하는 두려움에 항상 떨어야 했고, 위대한 도시들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쟌 모리스는 ‘50년간의 유럽여행’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유럽은 전쟁의 상처로부터 회복하는 데 10년, 공산주의 충격을 버티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데 10년,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10년,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유럽으로 나아가는 데 또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또 독일에서 태어나 작가생활을 하다가 나치에게 공산주의자로 몰려 1942년 미국으로 망명을 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토마스 만은 그 때의 암담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를 했다. “이제 바람이 잠잠해 지면, 유럽은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 변모할 것이다. 누구도 귀향이란 말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최근 다시 유럽을 하나의 끈으로 묶는 힘은 무엇일까? 일찍이 8세기 샤를마뉴 황제로부터 시작하여, 나폴레옹을 거쳐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완력으로 하나의 유럽으로 통일하고자 하였으나, 억압에 의한 강제 통일은 오래되지 않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날 유럽을 하나로 엮고 있는 것은 완력이 아니라 철도, 도로, 공항과 같은 교통수단과 예술, 스포츠, 언어, 그리고 최근 들어 유로 통화의 단일화 등 접근하기 쉬운 문화와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또한 팍스 아메리카나, 중국, 러시아 등의 세력의 위기감에서 돌파하고 견제하기 위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가 경제적, 군사적으로 하나로 단결하기위한 일련의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교통수단은 국가 간에 어려운 절차 없이 통과 된다. 비행기조차도 유로레일과 개념이 비슷한 유로 에어라인이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세계를 여행하는 유럽의 배낭여행자들도 쉽게 동화가 되어 곧 친구처럼 지낸다. 함께 팀을 이루고, 함께 숙식을 하며 지내다가 편하게 헤어지곤 한다. 그러나 동양의 여행자들은 서로 만나도 무언가 서먹서먹하다.

우리 동남아시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 북한, 일본, 몽골, 인도차이나 반도, 멀리 네팔, 인도에 이르기까지 철도나 도로를 통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올까? 그래도 나는 꿈을 꾸어 본다. 일본에서 기차를 타고 한반도를 지나, 중국, 몽골, 시베리아, 유럽까지 자유롭게 왕래를 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것을 …

 

우리가 스스로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극동아시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될 때에 비로써 우리는 유럽인들과 경쟁의 반열에 설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