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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맥주한잔 마시러 독일까지 간다-뮌헨 맥주 축제

찰라777 2006. 9. 22. 21:33

뮌헨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맥주 한잔하러 독일까지 간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맥주 거품 속에서 행복을 찾고, 차가운 맥주 한 잔에 스트레스를 확 풀기위하여 독일까지 가는 사람들을 당신은 이해를 해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거품 같은 삶이 아닌가. 잠시 세상에 솟아났다가 일순간 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인생이니 말이다.

 

독일 맥주하고도 뮌헨의 맥주는 맥주를 한 잔 쯤 마실 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뮌헨의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브라질 리오 카니발, 일본 삿포로 눈 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꼽는다.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 정오부터 뮌헨시장이 옛 궁정양조장이었던 ‘호프부로이하우스Hofbraeuhaus'의 맥주 통을 깨부수어 그해의 새로운 맥주를 꺼내 높이 쳐드는 것으로 시작 되어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일간 지속된다.

 

뮌헨시장이 “prost!"하고 건배를 하며 개회를 선포하면 모두가 일어나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한다. 이어서 시장의 마차를 선두로 하여 맥주통을 가득 실은 화려한 마차가 뒤를 따르고, 바이에른 지방의 화려한  민속행렬이 이어진다.

 

맥주축제는 뮌헨의 테레지엔 비제 거리에서부터 시작되는 데, 이곳이 1810년 테레즈 공주와 루트비히 1세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당시 결혼을 할 때 하객들에게 맥주를 나누어 주며 볼거리를 제공한데서부터 뮌헨의 맥주축제는 유래되었던 것.

 

축제 때 테레지엔 비제 거리에는 ‘호프브로이’맥주회사를 중심으로 14개 정도의 대형 텐트가 설치되고 사람들은 이 텐트에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 차 맥주를 마신다.

 

옥토보페스트 축제 기간에 마시는 맥주의 양만 평균 600만 리터, 소시지 110만 개, 닭 65만 마리, 그리고 인구 117만의 뮌헨에 7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고 하니  세계 3대축제다운 놀라운 규모다.  “맥주 한잔을 위하여 독일까지 간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축제다.

 

퓌센을 출발하여 뮌헨 역에 저녁 7시에 내린 우린 정말로 맥주 한 잔을 위하여 궁정맥주공장인 ‘호프브로이하우스’를 찾아간다. 호프보로이는 예전에 국왕이 직접 직영하였던 맥주공장이다. 

‘호프집’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호프hof'란 원래 독일어로 궁정, 혹은 정원이라는 뜻이고 ’Braeuhaus는 양조장의 의미하니 ‘궁정양조장’이란 말이렷다. 옛날엔 보통 마당이나 정원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그게 오늘날 ‘호프집’으로 발전되었지 않나 생각된다.

 

아내와 윤군과 함께 호프브로이하우스에 들어서니 우선 그 규모에 놀란다. 5000명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대형 맥주홀은 빈자리가 없다. 뮌헨에서 근무했던 친구가 뮌헨에 가서 ‘호프브로이하우스’집을 찾지 않고 오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2차 대전 전에 히틀러가 그의 동지를 규합할 때 이 술집에서 명연설로 군중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나치의 전신인 독일노동당 최초의 대 집회를 이곳에서 가졌던 것. 그러나 지금 어두운 시대의 기억은 흔적도 없고, 맥주홀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노래를 부르는 축제분위기로 가득하다.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프로스트!”
“건배!”

 

마침내 자리를 잡은 우리는 500CC 맥주 두 잔을 시켜 잔을 높이 들고 축배를 외친다. 빈  속에 맥주가 들어가니 차갑고 짜리 한 느낌이 목 줄기를 타고 위와 창자로 전달된다. 지금까지 쌓인 여독이 맥주 한 잔에 슬슬 녹아 내린다. "사람들이  맥주 하나잔을 마시러 독일 뮌헨까지 온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홀에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궁정 밴드에 맞추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신청곡도 받는다.

 

“미스터, 나는 코리아에서 온 여행자인데 아리랑을 연주 할 수 있겠느냐?”
“업 코스! 슈어.”

 

아리랑이 연주되고 돼지 목 따는 소리로 아리랑을 부른다. 그러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묻혀 내가 부른 노래가 내 귀에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아리랑을 끝까지 부르며 어께 춤을 춘다.

 

놀 땐 내숭은 그만! 

언젠가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어느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살아서 행복한 사람이 죽어서도 행복하다. 오늘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하다. 오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내일도 불행하다. 항상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 당신이 행복해 할 것인지 불행해 할 것인지 순전히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맥주 집에서 놀다가 밤늦게 나와 U-Bahn을 타고 밤 11시 넘어 물어물어 도착한 'Thalkirchen' 호스텔에서 나는 그만 아내를 울리고 만다. 26세 이상의 손님은 규정상 받을 수가 없다는 것.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숙소 때문에 골탕을 먹어 인스부르크, 뮌헨, 그리고 리스본의 호스텔까지 인터넷으로 한 목에 예약을 하였는데, 깨알 같은 컨디션 룰을 자세히 읽지 않아 실수를 범했던 것. 보통은 그런 규정이 없는데 하필이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 호스텔에 그런 룰이 복병처럼 숨어 있는 것을 모르다니….

 

방은 여유가 있다는 데, ‘통’사정을 해도 ‘통’하지가 않는다. 밤은 깊어만 가고, 피곤에 지친 아내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아내의 눈물을 보고도 독일 사람들은 규정상 절대로 안 된 단다. 그렇다. 안 되는 것은 끝까지 안 되는 것이 옳다. 적당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 현실과는 엄청난 차이다. 우리나라에선 방을 비워두고 어찌 방이 없다고 하겠는가? 

그러니 우리네 인생에서 행복과 불행은 이렇게 한 순간에 오고 간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은 행복했고, 길거리로 쫓겨난 나그네 신세는 서글프다. 이 오밤중에 어디로 간담? 근처엔 외진 곳이라 마땅한 숙소가 없단다.

 

수첩을 꺼내어 보니 뮌헨의 민박집 ‘Westend57'이라고 메모를 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전화를 하니 마침 빈방이 있단다. 그러나 거리도 멀고 너무 늦어서 택시를 타고 와야 한단다.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오니 마침 U-Bahn 막차가 있단다. 다시 그 놈의 U-Bahn을 타고 Tram 19번을 갈아 탄 뒤 어떤 독일 아가씨의 도움으로 겨우 Kims 민박집을 찾아갔다. 아침밥도 안주는데 하루저녁에 50유로를 받는다. 아마 지금쯤은 더 비쌀 거다.

 

내일이면 우리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난다. 피곤해 지쳐 잠에 골아 떨어졌는데도 나는 밤새 U-Bahn, S-Bhan을 타고 뮌헨 시내를 헤매는 꿈을 꾼다. 그러다가 맥주를 배가 터지도록 마셔야 한다고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는 도깨비의 꿈도 꾼다.

 

어이쿠! 정신 차리자! 맥주 한잔 하러 뮌헨까지 왔다가 사람 생사람 잡겠다. 아직 우리들의 세계일주의 갈 길은 멀고 험하지 않은가?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