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가도’의 끝 퓌센으로 가는 길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로마로
가는 길’이다. 퓌센으로 가는 길 역시 늦은 가을 풍경이 점점이 이어진다. 루드비히 2세는 이 길을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나갔을까?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알프스의 자락에 왕 자신이 직접 설계한 독특한 성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진에서 언뜻 보기는 했지만 몹시
궁금하다.
그런데 아까부터 동양인 청년 한사람이 홀로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틀림없이 한국인 냄새가 난다. 우리는 보고
웃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아보았고 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 평택이 고향이라는 윤군은 대학을 다니다가 군에 입대하여 금년에
제대를 하였는데, 복학을 하기 전에 홀로 여행을 하고 싶어 유럽을 3개월 동안 기차를 타고 여행 중이라고 한다.
그는 비행기를 타보는 것도, 해외여행을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냈던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좁았던가, 나라가 얼마나 소중하고, 돈을 벌어 학비를
대주고 자신을 돌보아주신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고마운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단다. 그의 전공은 원래 경영학인데 군대에 있는 동안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것을 꿈꾸게 되었고, 지금은 유럽의 요리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런데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두 분을
뵌 것 같아요?”
“그래요?”
“네, 아침프로인 것 같았는데, 아픈 부인과 함께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마, 보았을지도 모르지요. 한 때 텔레비전에 여러 번 출연을 한 적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렇게 여행지에서
두 분을 뵙게 되어 반가워요.”
“나 역시 학생을 만나서 반가워. 아마 학생의 희망인 일등요리사의 꿈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어요.”
“감사합니다.”
학생과의 대화는 매체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여행을 떠나면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이
우리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 몇 번째인가? 그러니 함브로 얼굴이 팔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마음이 편치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14시 57분, 딱 두 시간 만에 기차는 퓌센 역에 도착한다.
동유럽의 마지막 여행지로 퓌센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맨틱 가도를 달리는 기분도 좋았지만, 퓌센역에 도착하자마자
알프스의 산자락에 마치 한 마리 하얀 백조가 목을 길게 빼고 있는 듯 희고 아름다운 성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기 때문.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아름다운 자태는 마치 어느 동화 속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단풍잎이 곱게 물든 알프스의
산자락. 그 등성이에 우뚝 서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은 성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나올 것만 같다.
이
세상의 공주들이 꿈속에 그리는 아름다운 캐슬. 인도의 타지마할,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궁전, 영국의 스털링캐슬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성을 보아왔지만 이곳 노이슈반스타인 성은 이들 성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왕이 설계한 예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캐슬은 알프스의 자락에 나래를 접은 듯한 ‘백조의 성’ 그대로다.
누구나 머물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아름다운 이 성은 독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에 있는 판타지 랜드도 이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 예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성의 모형이나 사진을 우리는 쉽게 발견을 할 수가 있다. 잠실의 롯데월드, 공공장소에 비치된 커피 머신 앞에 이 멋진 성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아니…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죠!”
“마치 한 마리 백조처럼 보이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성을 만들었지요?”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한 루드비히 2세란 왕이 직접 설계하여 지은 성이라오.”
“왕이 직접 설계를 한
성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