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카카 호반의 도시, 푸노
‘황량한 고원’을 뜻하는 푸노. 티티카카 호수에 인접되어 있는 터미널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니 역시 숨이 차다. 고산증세에 적응은 되었지만 배낭을 메고 걷다보면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다. 천천히, 더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고개를 돌려 시야를 호수 쪽으로 돌리니 거대한 터키석 호수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푸노는 페루의 남부 안데스 산맥의 중앙에 위치한 해발 3,850m의 고원에 위치한다. 도시는 기선이 항해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티티카카호수에 접해 있고, 안데스 산맥 사이에 끼어 있는 펀펀한 대지에 펼쳐져 있다. 산등성이에는 갈색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의 어느 달동네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푸노는 페루 남부 티티카카 호수에 접해 있는 해발 3850m에 위치한 도시다.
잉카의 창시자인 망코 카팍이 강림한 곳이라는 전설을 담고 있는 푸노는 잉카 시대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곳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점령한 후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곳이기도 하다. 그 시대 원주민들은 도시에서 쫓겨나 산속이나 호수 위의 갈대 섬으로 이주해야만했고 생활 터전을 빼앗겨 버렸다. 물론 지금은 다시 돌아와 살고 있지만...
“쿠스코에서 오신 미스터 초이시지요?”
“네 그런데요?”
“저희들은 비바라틴에서 연락을 받은 푸노의 여행사 직원들입니다. 푸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저희 들 차에 타시지요.”
원주민 차림의 여행사 직원 두명이 아내와 내 등에서 배낭을 끌어내려 차에 싣는다. 그러나 그들의 인상을 보니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스쳐간다.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호텔로 가지 않고 자기들이 정해놓은 호텔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우리가 제의한 호텔은 너무 더럽고 위험하단다.
그들은 망코카팍의 동상이 바라 보이는 와후사파타 언덕 부근에 있는 어느 호텔에 차를 세운다. 간판을 보니 마리아 앙골라 호텔이라고 붙어 있는데, 그들은 호텔비용이 원래 40달러인데 특별히 20달러로 할인하여 우리들에게 제공을 한다고 말한다. 시설에 비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어서 우리는 하루 밤을 자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무언가 꼬여드는 느낌이다. 헉!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자.
우리가 가고자 하는 티티카카호수의 여행에 대하여 물으니 1박 2일 비용은 1인당 78(약 24달러)솔이란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비용보다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일단 나중에 연락을 하겠노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아르마스광장으로 이어지는 아야쿠초 거리는 푸노의 명동이다.
일단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푸노의 거리로 나와 Kingdom travel 이라는 여행사에 들려 티티카카호수에 대한 투어를 알아보니 똑같은 1박 2일 코스인데 가격은 픽업을 나온 여행사보다 배나 싸다. 티티카카 내에 있는 우로스, 아만타니, 타킬레 섬을 1박 2일 동안 배로 여행을 하는 코스로 킹여행사에서 제시한 요금은 1인당 34솔(약 10달러)이다. 78솔의 절반도 안된다. 물론 우리는 이 여행사에서 티티카카 호수에 대한 여행을 예약하였다. 픽업을 나온 그들은 이 동양의 이방인에게 왕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나보다. 그러면 안 되지. 속아서도 안 되고...
Kingdom 여행사 직원은 너무도 친절하여 맛이 있는 음식점과 싸고 좋은 호텔까지 소개를 해준다. 여행사의 여직원이 호텔까지 직접 데리고 가서 방을 보여주고 가격도 할인을 흥정해 주는 친절을 베푼다. 이런! 여행을 하다보면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있다. 여행은 이렇게 천차만별의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다음 날 우리는 킹덤 여행사 직원이 소개를 해준 Hotel Argupa로 옮기기로 하고 아르마스광장을 중심으로 푸노의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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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노의 아르마스 광장. 동물 모형의 조경이 특이하다(상).
킹덤여행사 직원과 그들이 소개해준 음식점의 페루 전통음식(하)
광장 주변에는 대성당과 고고학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 은행, 쇼핑 점들이 아야쿠초 거리를 중심으로 집중해 있다. 도시의 남쪽 와후사파타 언덕Cerrito de Huajsapata에는 잉카 초대황제인 망코 카팍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타크나 거리와 잉카스 거리 일대에 있는 시장을 돌아보는 것은 역시 가장 흥미 있는 구경거리다. 일용품을 비롯하여 스웨터, 모자, 구두, 알파카 제품 등 필요한 것은 모두 진열되어 있다. 아내는 뽀에라스 전통치마를 입고 모자를 쓴 노파로부터 과일을 산다. 노파는 저울에 과일을 달아서 판다. 붉은 천을 두른 노파의 의상이 특이하다. 옛날 우리네 장터에서 보는 풍경과 흡사하다. 와우! 멋쟁이 할머니!
▲푸노의 시장 풍경. 저울에 광일 달아 파는 원주민의 복장이 멋스럽다
주머니에 현금이 고갈되어 은행에 들려 여행자수표를 달러로 환전을 했다. 볼리비아에 가면 아무래도 환전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마침 들린 은행은 아멕스카드의 체인점으로 수수료도 무척 싸다. 우유니 사막투어는 거의 현찰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들은바가 있어서 우리는 당초 5백 달러를 바꾸려고 했던 것을 무려 8백 달러나 환전을 했다. 그런데 이 돈이 나중에 화근이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은행을 나와 푸노의 명동 거리를 산책을 한다. 하얀색 성당이 매우 이색적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원주민들이 가득히 들어차 성스러운 예배를 보고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그들과 함께 잠시 기도를 한다. 기도를 하고 다시 거리로 나온다. 기도는 좋은 거야. 어디서든....
배가 고프다. 킹덤 여행사 직원이 소개해준 음식점에 가서 페루의 전통요리를 시켜 먹는다. 감자에 야채, 콩과 새우가 섞여있는 음식이다. 2인 분에 13솔이다. 솔이라는 페루의 화페 단위는 아무래도 재미있는 말이다. 돈이 솔솔 잘 나게네! 티티카카에 솔솔 부는 바람, 솔 나무... 하하 내 가 왜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지..... 솔솔바람에 배가 부르는 마음이 여유러워진 모양이다. 내일은 고대하던 티티카카호수로 간다. 일직 들어가 쉬여야지....
▲아르마스 광장에 접해 있는 성당과 예배를 드리고 있는 푸노의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