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크바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안.
짐 맡기는 데 2시간이나
걸리다니...
이른 아침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에 도착하여
내가 가장 황당하게 느꼈던 것은 짐을 맡겨둘 락카를 찾지 못한 것이다. 모스크바에는 당일만 돌아보고 베를린으로 가기로 여정을 잡고 베를린 행
비행기 표를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원월드 비행기 티켓은 좌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승객들의 좌석을 먼저 배정하고 난 후 값이 싼 '세계일주 항공권'은 나중에 배정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역사내에서 라커룸을 아니 찾지 못한 게 아니고 아무도 라커룸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던 것. “라커룸”, “럭이지 박스”, “세이프
박스”… 등, 별 단어를 다 주서 대 보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러시아어 사전을 하나 사 들고 오는 건데... 그러나 후회는
이미 늦은 일이다.
▲ 러시아의 역사 안은 광장처럼 넓으나 말이 통하지 않은 나그네는 답답하다
마침
‘International Information Center'라는 영어단어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창구로 갔다. 그러나 머리가 하얗게 쉰 여자
안내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것까지는 좋은데 괜히 큰 소리를 빵빵 치며 빗겨 서라는 것. 소리를 지르는 폼이 꼭 늙은 여우처럼 괴상하게
생기기도 했다. 아, 흥부가 기가 막혀!
역 구내를 서성이고 있는 경찰복을 입은 나이든 할머니 경찰에게 네모난 상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배낭을 집어넣는 시늉을 하자 지하실로 내려가라고 했다. 휴~, 그러나 지하실로 내려가니 라커룸은 없고, 수하물창고 비슷한 창구 앞에 죽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산 넘어 산이네!
맨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차례쯤 되어가고 있는 찰나에 역무원은
그만 창문을 닫았다. 왜 그러냐고 손짓을 하며 옆 사람에게 물었더니 이 창구 담당자의 근무 시간이 다 끝났다는 것. 창구위에 씌어진 숫자를 보니
짐을 맡기는 시간과 찾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할 수 없이 다른 창구로 가서 다시 그 보다 더 긴 줄을 서서 짐 보관료 70루블을
주고 여권을 보여준 다음에야 겨우 큰 배낭을 맡 길 수 있었다. 짐만 맡기는데 2시간이나 걸리다니…. 아이고, 답답해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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