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크바 중심가에 걸려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간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부
심과 긍지가 느껴진다(뒤쪽에 SAMSUNG 마크가
보인다)
세계는 소리 없는 경제전쟁
[모스크바에 진출한 자랑스런 우리나라 기업의 간판을 바라보며]
인구 약 1천만 명에 이르는 모스크바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비하면 거리부터 훨씬 복잡하고 모든 게 빨리 돌아간다. 지하철 노선도 11개나 되어 번잡하고, 지하철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는
길고도 깊다. 깊은 수렁 속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다.
"저기, 삼성마크가 보여요!"
"어디? 와~ LG간판도 보이네!"
그러나 한 가지 기분이 좋은 것은 역사 앞 건물 지붕에 있는
'SAMSUNG'과 ‘LG'라는 우리나라기업들의 마크다. 러시아에 파고든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 없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강이다. 괜히 가슴이
우쭐해진다.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에 침투하여 경제전쟁을 벌리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야말로 애국자다. 정치인도, 민간도,
노동조합도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의 경제전쟁에서 이 길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제 세계는 소리 없는 경제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 침묵의 전쟁에서 기술과 서비스로 이기는 자만이 국제사회의 진정한 강자가 된다.
깊고도 깊은 모스크바의 지하철
카사(매표소)에서 표를 사들고 크렘린 궁으로 가는
메트로를 탔다. 크렘린 궁은 ‘비브리오테카 이메니 레니나’ 역에서 내려야한다. 역 이름이 어찌나 길던지 도저히 외울 수는 없고 포스트잇에 적어서
손에 쥐었다.
“러시아 인은 모스크바를 어머니로 느낀다.”
톨스토이는 모스크바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지만, 역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맡기느라 2시간이나 허비하고, 모든 게 낯 설기만하다. 외계인처럼 보이는 백색의 인간 숲에 묻힌 우린 하늘에서 떨어진 황금
이방인이다.
포스트잇에 적은 역 ‘비브리오테카 이메니 레니나’의 내리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아내와 나는 함께 역의 수를
손가락을 꼽아가며 세웠다. 놓치면 안 된다. 마침내 그 역에 도착하여 크렘린 궁 방향을 물으면서 걸어 나갔다. 드디어 권력의 상징인 크렘린
궁전이 붉은 성벽 안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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