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날개가
얼다니요?
▲구름이 잔뜩
낀 모스크바의 하늘엔 10월의 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회색 하늘… 구름이 잔뜩 낀
모스크바엔 비가 내린다. 러시아의 10월 비는 차갑다. 여차하면 눈으로 변해서 쏟아질 것만 같다. 뭔가 불길한 조짐이 회색 하늘에 걸려 있다.
레닌그라드 역 수하물보관소에서 정한 시간에 짐을 찾아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도모데도보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가까스로 갈아탔다.
모스크바의 국제선은 통상 세레매체보 국제공항을 이용하는데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에어라인은 도모데도보 공항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러시아
사람들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도모데도보 행 익스프레스 기차는 일인당 75루블로 공항이 종점이다. 오후 5시 10분발 브리티시
에어라인을 타기위해 얼마나 황급히 왔던가? 유럽에서 ‘원 월드 세계일주 항공권’은 브리티시 에어라인이 모든 노선을 카바를 하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탑승을 한지 1시간이 지나도 비행기가 뜰 생각을 안 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죄송합니다. 비행기 날개가 얼어서
출발시간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비행기 날개의 얼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약 30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좌석에 앉은 채로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여보, 지금 뭐라고 하는가요?” “비행기 날개가 얼어서 늦어지고 있다는 군.” “뭐요? 비행기 날개가 다
얼다니…”
결국 비행기는 정한 시간보다 2시간 후에 이륙했다.
“아디오, 러시아!” “꼭 안개 속을 헤매다
떠나는 기분이군요.”
러시아는 아직 배낭여행 자에게는 무척 힘이 든
여행지다. 모든 시설과 언어, 불친절한 시민과 관리들. 이런 것들이 여행자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배낭 여행자들을 만나기도 힘들다. 그런데
50을 훌쩍 넘은 나이, 러시아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는 주제에 ‘용기’하나로 배낭을 걸머진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하여간…
어찌되었던 늦게 이륙한 것까지는 좋은데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히드로 국제공항은 대단히 복잡하다. 터미널이 무려
4개나 있는데, 터미널 간 이동은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우리가 내린 2터미널에서 3터미널을 찾아가는 복도가 왜 그리
멀고먼지, 우린 뛰다시피 하며 겨우 3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베를린 발 BA988은 10시에 출발한다. 그런데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다. 터미널간의 이동도 상당히 거리가 멀다. 물론 승객을 기다리겠지만 그래도 여행객은 좀이 쑤신다.
제3터미널에 내리니 10시
10분, 보딩 시간보다 10분이 초과 되었다. 보딩 게이트에 도착을 하니 서둘러 타라는 승무원의 독촉이다. 휴~ 타긴 탔구나! 비지땀을 흘리며
좌석에 앉아 안도의 숨을 쉬며 아내와 나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일주 항공권은 한 대륙에서 4번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옵션을 준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차보다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는데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우리가 베를린으로 가는 이유는 통일 후의 독일의 모습을 보고 동유럽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헉! 그날 밤
10시 40분에 베를린에 도착을 하긴 했는데 이를 어쩌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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