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독일1] 베를린을 '꼽베기'로 즐겨 봐?

찰라777 2005. 10. 27. 00:17

철의 장벽이 무너진 베를린으로!

 

▲ 서독과 동독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던 브란덴부르크 문

통일 후의 독일 땅! 그 독일 땅에 첫 발을 내 딛는 감회는 새롭다! 그러나 베를린 슈네펠트 국제공항에 도착을 하니 컴컴한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아직도 베를린 장벽이 거두어 지지 않았나?’ 그러나 분명 시대는 통일 후의 독일이다.

허지만 뭔가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왤까?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이 갑자기 허공에 맴을 돌고 있다. 그런데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입국절차를 끝내고 수화물 벨트에 서서 우리들의 짐을 기다렸건만 마지막까지 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거 이상한데? 왜 우리들의 배낭이 나오지 않는 거지?

“짐은 다 나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나올 짐이 없는데요?”
“허지만 우리들의 배낭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럼 수하물 클레임 창구로 가 보시지요.”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가방 같은 짐이 벨트를 한바퀴 돌자 공항직원이 우리 곁에 와서 한 말이다. 그의 말로는 저 가방이 나오면 짐이 다 나온 사인이란다. 하는 수 없이 수하물 클레임 창구로 가니 40대의 아주머니가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저어, 우리들 짐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어디서 온 몇 시 비행기지요? 짐표를 좀 볼까요?”
“런던 히드로 공항, 밤 10시 발 브리티시 에어라인입니다.”
“아, 저런! 짐이 런던에 있어요. 갈아탈 때 미쳐 짐을 옮겨 싣지 못하였군요.”

컴퓨터를 한참 체크를 한 후 아주머니는 매우 난처한 기색으로 우리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언제쯤 짐이 오지요?”
“아마 내일 아침 비행기로 올 것 같은데…, 여기에 숙소와 주소를 적어주시면 짐이 오는 즉시 배달을 하여 드리겠습니다.”
“아니, 신용을 제일로 하는 브리티시 에어라인도 이런 실수를 하나요?”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큰 일 이내요! 약이 내일 아침 분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괜히 분통이 터진다. 그러나 분통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내의 약이 몽땅 큰 배낭에 들어 있다는 것. 특히 인슐린이 문제였다. 비행기 날개가 얼어 죽어라고 뛰어다니게 하는 것까진 좋은데, 사람만 겨우 태우고 짐은 미쳐 옮겨 싣지 않은 비행사측의 처사가 야속하기만 하다.

 

▲ 독일에 와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형차였다.

하는 수 없이 클레임을 청구하고 우리들의 오늘 밤 숙소인 ‘베꼽 민박’을 찾아 나섰다. 베를린을 배로 즐긴다는 뜻의 ‘베꼽민박집’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배꼽’이라는 한글표기도 제대로 못하여 ‘베꼽’이라했나? 나중에 알고 보니 ‘베를린’의 ‘베’자를 따서 '꼽'으로 즐기자는 뜻에서 지은 게스트하우스란다. 아내가 김치를 먹고 싶다고 하여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곳. 일단 우린 버스를 타고 쥬(Zoo)역으로 갔다.

“쥬 역에서 전철을 타고 ‘베를린오스트반호프역’에서 내려 약도를 보시고 오면 됩니다...”

민박집 주인이 전화로 자세히 알려주었지만, 여전히 길눈이 어두운 나는 장님 문고리 잡는 식이다. 늦은 밤 에스 반(S-Bahn)을 타고 오스트반(Ostbahn)역에서 내려 민박집을 찾는데, 헤매고 또 헤맨다. 거리엔 사람구경을 하기가 힘들다. 가게도 모두 문을 닫았고, 거리엔 공중전화도 없다. 이거 어떻게 한담… 12시가 다되어 가는데… 그런데 마침 어떤 독일인 남자가 지나간다. 구세주가 다로없다!

“저어, 이집을 찾고 있는데요?”
“아하, 바로 이 아파트에요.”

참,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그가 가르쳐 준 집으로 가니 ‘베꼽민박집’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찾아오긴 왔는데, 아내 약이 문제다. 내일 짐이 제대로 올까? travel=trouble이 아닌가? 어쨌든 오늘은 푹 자고 내일은 베를린을 꼽으로 즐겨보자.

▶ 베를린 ‘베꼽민박집
주소 : http://gadanet.com/gadanet
전화 : Tel(한국에서) 49-30-5165-7913/베를린에서 (030-5165-7913)
핸드폰 한국에서+49-17 -2395 -1370
베를린에서 017-2395-1370
Fax 49 30 5165 7303
이메일 berlin@gadanet.com
이용요금 : 가족실 25유로/도미토리 20유로(1인기준, 결코 싼 집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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