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아침
▲ 제2차 대전시 연합군의 집중포격으로 부서져 내린
카이져 빌헤름 교회
철의 장막이 무너진 베를린의 10월 아침! 45년
동안 동서로 갈라졌던 베를린은 분명 냉전으로 상처 받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1989년 11월 9일 통일이후 43.1km의 콘크리트 장벽이
무너진 베를린은 1조유로(약 1254조원)를 쏟아 부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로 탈바꿈 하여 일약 독일의 수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베꼽민박에서 첫 날 아침을 맞이하는 베를린은 다소 차가운 분위기다. 입김이 서리는 베를린의 아침. 기지개를 켜고 커피 한잔에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어느새 9시가 넘었건만 브리티시 에어라인으로부터 기다리던 짐은 오지 않고 있다.
“병원으로 가서
처방을 받아 인슐린을 사야 되지 않겠소.” “설마 오늘내로 오지 않겠어요. 좀 견디어 보지요.”
아내는 이대로 방에 쳐 박혀
있을 수 없으니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하기야 방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약이 없는 건 매 한가지다. 작은 가방에 늘 약을 넣어가지고 다니던
아내가 이럴 땐 왜 또 큰 배낭에 약을 몽땅 넣었을까?
S-Bahn을 타고 일단 초(Zoo)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면서 둘로 쪼개진 베를린은 1961년 동독에 의해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비운의 도시다. 그러나 1989년 11월 9일 동서독 통일을
이룩한 후 베를린은 명실 공히 분단의 아픔을 딛고 독일의 수도로 부활하여 유럽 제일의 문화 도시로 탈바꿈 하고 있다. 극장 150개, 갤러리
300개, 박물관 170 여개에 이른 베를린은 자칭 유럽 최고 문화도시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분단국가에서 온 나에겐 그런
문화시설보다는 냉전시대의 잔재로 남은 베를린 장벽 등이 더 흥미를 끌고 있다. 사실 베를린은 주요 볼거리는 초역과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거리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는 초역에서 내려 일단 100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100번 버스는 베를린의 명소를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매우 인기 있는 버스다.
100번 버스를 타고
▲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등장했던 전승기념탑 100번 버스의 2층에 앉아 베를린 시가지를 탐색해 본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가부서진 채
가을 하늘 밑에 우뚝 서 있다. 연합군의 집중포화로 무참히 파괴된 모습은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금빛 천사가 찬란하게 광채를 빛내고
있는 전승기념탑이 지나간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기억케 하는 금빛 천사는 베를린 장벽으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연민과 희망을 퍼트리러
온 천사 다미엘과 카시엘 같은 존재일까?
100번 버스 2층에서 베를린 시내를 한바퀴 스케치한 우리는 프러시아 제국 당시 최고의
번화가였던 박물관의 섬에서 내렸다. 이곳에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운집해 있다. 슈프레 강 가운데 작은 섬에는 구 박물관(Alte
Nationalgalerie)을 비롯하여 국립박물관, 보데 미술관, 페르가몬 박물관이 모두 모여 있어 ‘박물관 섬’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
굳이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지 않더라도 섬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이 중에서 페르가몬 유적을 전시한 페르가몬 박물관은 꼭 빠뜨리지 말고 들려볼만하다.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 아테네 신전,
페르가몬 제단 등 고대 건축물은 헬레니즘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 박물관의 섬에 운집해 있는 구 박물관, 국립박물관
등
필자는 터키를 여행하며 기원전 150년 전에
번성했던 페르가몬 제국을 돌아본 바가 있다. 당시 페르가몬 제국은 터키지역을 관할할 정도로 번성했던 제국이다.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나와 우리는
구 박물관 광장에서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푸른 하늘로 하얀 포말을 그리며 솟아오르는 분수대 옆에서 싸간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우린 훔볼트 대학으로 갔다.
▲ 마르크스, 아인슈타인, 헤겔 등을 배출해낸 명문
훔볼트 대학
훔볼트 대학은
마르크스, 헤겔, 아인슈타인 등을 배출한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대학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과 마르크스는 기억해도 훔볼트 대학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침 대학 정문에서는 책을 바겐세일을 하고 있었다. 풋풋한 젊음이 느껴지는 대학의 캠퍼스는 언제나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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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l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