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는 프라하이며, 프라하는 카프카이다’
체코에는 두 명의 유명한 소설가가 있다.
그 한 사람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밀란
쿤데라’이고, 그리고 그보다 체코인들이 체코문학의 보석처럼 여기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다. 그러나 프라하 인들은 말한다.
‘카프카는 프라하이며, 프라하는 카프카이다’ 라고.
프라하에 가서 카프카의 흔적을
한 번 찾아보는 것은 한 인간의 인간성과 일생,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행의 또 다른 진수를 맛볼 수
있으리라. 이는 마치 사냥개가 토기를 쫓는 재미이며, 골퍼들이 작은 공을 쫓아 잔디와 숲 속을 헤매는 흥미를 느끼게 하는 그런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 ‘변신’만큼이나 변해버린 프라하에서 카프카의 유적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필자 역시 그의 유적을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프라하에 가면 그의 책 ‘변신’이나 ‘성’을 들고 다시 한 번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보며 그의 인간성을 음미해 보려고
한다.
여기, 카프카에 관심을 있는 프라하 여행자들을 위하여 발품을 들이는 수고로우움을 마다하고 카프카의 자취를 나름대로
찾아보았다. 장소는 원문을 표시하는 등 현지에서 찾기 쉽도록 애써 보았다. 카프카를 사랑하는 펜들을
위하여.....
■카프카의 생가(Franz Kafka Exposition)
카프카(Kafka)라는 성은 체코어로 ‘검은
까마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조차 괴이한 뜻이 있으렷다! 마치 고흐의 작품 ‘까마귀 나는 밀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하는…
카프카는 1883년 7월 3일 유대인을 양친으로
시민광장의 메셀로바(Maiselova) 거리 성 미콜라스 교회(Kostel SV.Mikulase)옆 구시가지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 생가가 있던 자리에는 건물이 새로 들어서 있고,
그 건물 벽에 턱이 뾰쪽한 카프카의 얼굴 부조가 붙어있다. 내부에는 카프카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다. 카프카의 작품 원본, 사진, 카프카 관련
기념품을 팔고 있다. 카프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카프카가 그려진 기념품 한점을 사들고 나온다.
카프카 생가에서 나와 오른쪽 골목에 있는 메셀로바 거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시로카라(Siroka)거리 12번지에 카프카 카페(Franz Kafka Cafe)가 있다. 카페 안은 벽면 가득이 카프카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카푸치노 한잔 마시며 카프카에 취해 보는 것도 백미..^^*
* Franz Kafka Exposition
위치/교통
-주소:Namesti Franze
Kafky, 3(이전의 U Radnice, 5) Prague 1 CZ, 11000
-메트로: Staromestska
-개관: 화~금
오전10시~오후 6시, 토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 20
Kc
■구시가광장(Old Town Square, Staromestske namesti)
프라하의 중심인 구시가지는 새롭게 재건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네오고딕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다. 광장 중앙에 얀 후스 동상을 중심으로 천문시계, 틴 성당 성 미쿨라슈
성당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프라하에서 언제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 그러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1913년
카프카의 가족들은 4층짜리 건물의 쉬르 하우스(Schirr House) 2층에 6개의 방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다. 카프카는 자신의
짧은 생애를 대부분 이곳 구 시가지에서 보낸다. 구시가의 광장은 카프카의 앞뜰이었고, 그에게 문학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구시가 광장 주변에 대해 '이 좁은 울타리가
나의 모든 인생을 둘러쌌다'고 쓴 바 있다. 건물들 뒤로 반쯤 가린 채 광장 위로 치솟아 있는 동화 속 같은 건물은 구시가 광장의
상징인 틴 교회(Tyn Church)로, 그 바로 옆에 카프카 서점이 있다. 독일어판이든 영역판이든 카프카의 책이라도 한권 사들고
나온다면 그는 틀림없이 카프카의 열렬한 펜이리라 .
*Old Town Square, Staromestske
namesti 위치/교통
-메트로: B 라인 Namesti Republiky(리퍼블리크 광장역)
-트램: 5, 14,
26번
■ 작은 집(Minute House, Haus Minuta)
구시가 광장에서 남서쪽 방면에 카프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작은 집은 화려하게 장식된 17세기 르네상스 건물인 구 시청사(Staromestske namesti)의 일부로, 건물 정면에는
1600년과 1615년의 왕과 신화 상의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이 프레스코 화들은 1905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1919년 유명
화가인 요제프 차페크(Josef capek)에 의해 복원되었다. 이 건물에 프라하의 명물인 천문시계가 있으며, 구 시청사 현관 왼편으로 카프카가
살았던 작은 집이 있다.
이 집에서 카프카는 마스나 거리(Masna)에 있는
독일 소년 초등학교에 다니며 1889년부터 1896년까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이 곳에서 그의 3명의 여동생들이 태어났으며,
카프카는 그 중 막내 오틀라(Ottla)를 가장 총애하였다. 그러나 이 세 명의 여동생들은 불행하게도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유태인수용소로
끌려가 모두 죽고 만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카프카가 여동생들이
학살당한 시절까지 살았더라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이거 내가 괜한 생각을 하고 있나? 험한 꼴을 당하지 않고 눈을 감은 그가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카프카의
여동생들Valli, Elli, Ottla.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됨.
천문시계를 지나 왼편으로 접어들면
오른편으로 2층에 '프라하 카프카 학회'에서 운영하는 카프카의 여인 밀레나 예젠스카의 이름을 딴 카페 밀레나(Cafe Milena)가 있다.
기혼녀였던 밀레나는 활달하고 개방적인 성격이었으며 카프카에게 적극적이었지만. 카프카는 유태인이라는 신분과 그녀의 이질성 등으로 인해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훗날 밀레나 역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희생당하지만 카프카가 그녀에게 맡긴 작품과 편지들은 ‘밀레나에의 편지’란
제목으로 독일에서 출판된다.
女福이 많으면서도 女福이 없는 듯한 카프카의 일생은
묘하고 묘하다!
이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거나 카프카 향기가
나는 카푸치노를 마시며 매 시간 펼쳐지는 구 시청사 천문시계의 멋진 쇼를 보는 것도 별미중의 별미!
*Minute
House, Haus Minuta 위치
-주소:Minute House, U Minuty(E-3)
-메트로: B 라인
Namesti Republiky(리퍼블리크 광장역)
-트램: 5, 14, 26번
■ 카프카 기념비(Franz Kafka memorial)
어? 머리가 없는 사람 위에 또 한 사람이 앉아
있다니…
이 조각상을 보면 마치
‘가슴을 비워라!'
'마음을 비워라!’
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조각상은 카프카가 머리 없이 걷는 인물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카프카의 소설
"어떤 싸움의 기록(Description of
a struggle)"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는데, 1989년 공산주의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독일 작가들, 그리고 프라하의 유태인 작가들의 유산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시 설립된 ‘프란츠 카프카 학회’에 의해 건립되었다.
약 3.75m 높이에 800kg 무게의 이 청동 조각상은
체코의 조각가 야로슬라프 로나(Jaroslav Rona)가 조각한 것으로, 2년 8개월에 걸쳐 4백만 코루나가 들어갔는데, 2003년 12월
3일 파괴된 자리에 다시 복원건립을 하게 되었다.
조각상은 프라하 유태 지구의 경계지점인 스페인 시나고그(Spanish
Synagogue)와 성령 교회(Church of the Holy Spirit) 사이에 있는 작은 공원에 세워져 있다.
■ 황금 소로(Golden Lane, Zlata
ulicka)
블타바
강 건너 프라하 성 지구에는 성 비투 성당(St. Vitus Cathedral) 아래편의 황금소로 22번지에 카프카가 그의 여동생 오틀라 살았던
작은 집.
'그림 같은 거리'라는 황금소로는 16세기에 연금술사, 황금 세공사와 성의 일꾼들이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며, 지금은
선물가게, 서점, 레코드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그 중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파란 집은 카프카의 여동생이 살았던
집으로, 1913년 카프카의 여동생 오틀라(Ottla)는 오빠를 위해 '황금 가시'라 불리는 이곳 22번지의 집을 내준다.
카프카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저녁나절을 보냈으며, 여동생의 거실에서 작품을 쓰기도 했는데, 장신이었던 그는 이집을 '살기에는
불편해도 나에게 알맞은 집'이라고 표현했다.
그 중 19번지는 하벨 대통령 부인이 세운 "올가 재단"에서 경영하는 선물 가게이며,
20번지는 중세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되어있는 집이고, 23번지에는 성곽 수비 길로 통하는 계단이 지금까지도 보존되어 있다.
*Golden Lane, Zlata ulicka 위치/교통
-프라하성 Zalata
Ulicaka 22
-메트로:Malostranska 역에서 프라하 성 쪽으로 500미터
-황금소로 입장료:50크로네, 약
1Euro
■ 신 유대인
무덤
(New
Jewish Cemetery, Stary Zidovsky Hrbitov)
프란츠 카프카는 폐결핵으로 1924년 6월 3일
41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1주일 뒤 신 유대인 무덤에 안장된다. 유대인들은 유대인 강제 거주 지구(게토) 밖에 안장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프라하의 유대인들은 이 곳에 묻혀있다.
그의 묘지에는 묘비명이 없었지만 그가 사망한 며칠 후 그의 연인 밀레나
예젠스카(Milena Jesenska)가 비명을 새겼다.
"그는 세계에 대한 눈부시고 깨끗한 시선으로 절망적인 예언자적 시각과 풍자로 가장 두드러진 현대 독일문학 작품들을
썼으며, 이는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고, 죽음에 이르렀다"
묘지까지 가려면 메트로 A선을 타고
제빌스케호(Zelivskeho) 역에서 내려 여기서 얀나 제빌스케호(Jana Zelivskeho) 북쪽에 있는 신 유대인 무덤의 입구로
가야한다. 여기서 약 300m 정도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2m 높이의 묘비가 있는 프란츠 카프카(21-14-33)와 가족들의 묘지가 나타난다.
*New Jewish
Cemetery, Stary Zidovsky Hrbitov 위치/교통
-위치: Vinohradska
1883
-메트로: Zelivskeho 역
헉! 어느덧 “요람에서
무덤까지” 카프카의 일생이 여기서 끝나나?
그러나 그의 작품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다.
무라카미 하루끼의 ‘해변의 카프카’에 이르기까지…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카프카에 열을 올리지?
하여간 카프카에 대한 찰라의 '열' 덕분에 앉아서
공짜로 구경 잘한 사람들은 찰라에게 카푸카의 카푸치노나 한잔 보내주시오!
이거 증말 열나네! 헷헷…